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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예쁜 남자
작가 : 린비
작품등록일 : 2019.8.18

뇌가 예쁜 남자(지 잘난 맛에 사는 놈) 첫째 오빠 전도준. 전화번호부가 예쁜 남자(어장관리 오지는 놈) 둘째 오빠 전도민. 재력이 예쁜 남자(돈 지랄 하는 놈) 하숙생 오라한. 이 모든 남자들에 치이고 사는 나. 대한민국 어느 이상 가족의 우애, 자식 사랑, 우정을 말하다. 그리고 아주 조금의 연애 감정도? 지극히 현실형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06. 남매의 전쟁 (1)
작성일 : 19-09-10 16:12     조회 : 424     추천 : 6     분량 : 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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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남자』

  W. 린비

 

 

 

 

 

 

 

 

 06. 남매의 전쟁 (1)

 

 

 

 

 

 

 

 

 둘째 오빠는 무용을 해서 집안 남자들 중 몸매가 가장 얄쌍했다. 전공이 무용이니 만큼 현란한 몸놀림을 선보이긴 했지만 힘보다는 테크닉을 겸비한 쪽이었다.

 

 그러니까 떡대로는 내가 제법 대적할만하다는 소리였다.

 

 도민 오빠는 큰 오빠처럼 범접 불가한 호신술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라한 오빠처럼 검도 유단자도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몸으로 투닥대던 건 늘 둘째 오빠와 나였다. 내가 악에 받쳐 팔다리를 휘두를 때면 오빠는 꼭 같이 사지를 휘날리며 침팬지처럼 꺅꺅거렸다.

 

 그러던 놈이 키 좀 커졌다고 나를 돼지로 보는데, 정말이지 근육 돼지의 힘을 보여줄 것이었다.

 

 

 나는 도민 오빠를 전속력으로 들이받아 학원 밖으로 질질 끌어내었다. 정확히는 머리채가 잡혀서.

 

 오빠와 비상계단 앞에서 정수리를 서로 틀어쥐고 놓느니 마느니 하며 느악느악거렸다.

 

 

 내가 외쳤다.

 

 

 " 꺼져! "

 

 " 이거 안 놓냐, 돼지? 니가 이러고도 형한테 무사할 것 같아? "

 

 " 오빠야말로 이런 짓으로 돈 받아먹는 거 엄마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

 

 " 니 성적도 같이 말해야 될 걸?! "

 

 " 니가 그러고도 오빠야?! "

 

 " 나는 너 같은 돼지 동생으로 둔 적 없다! "

 

 " 심성이 인테그랄처럼 꼬부라져가지곤! 넌 평생 홀애비로 늙어죽을 거야! "

 

 " 난 오십 살까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20살 연하 모델이랑 결혼할 거야, 이 년! "

 

 " 여자들이 미쳤냐?! 오십 먹은 노총각이랑 미래를 약속하게?! "

 

 " 내 우상이 25년 후의 나야, 이 년! 함부로 욕하지마, 이 년! "

 

 

 미친 놈. 이 와중에 라임을 맞췄다.

 

 

 " 오빠 너는 근자감도 병이야! "

 

 

 사람들은 진귀한 구경을 한다는 듯 꽥꽥대는 우리를 훑으며 갔다. 뭘 봐요. 돼지 대 멸치 싸움 처음 봐요?

 

 빌어먹을 오빠들 때문에 어딜 가나 시선 강탈이었다.

 

 

 누군가 전생에 나라를 구할 때 나는 지구를 폭파시킨 걸까. 조물주님께서 벌주실 사람을 잘못 고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인생이 이렇게 꼬여만 갈 수가 없었다.

 

 태어나니 첫째 오빠는 브레인이고 둘째 오빠는 재능인이었다. 게다가 두 부모님은 억 소리 나는 고학력자. 사정을 들은 친구들 열 중 아홉은 내게 '똥 밟았다' 말했다.

 

 

 나는 그저 지극히 평범할 뿐인데 잘난 이들로 인해 모자란 인간으로 치부되는 그 서러움을 가족들이 알기나 할까.

 

 누가 봐도 나는 삐뚤어질 테다, 하고 오토바이를 탈 법한 상황이었다.

 

 그런 내가 질풍노도를 꾹꾹 참고 이렇게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으면 칭찬을 해줘야 했다. 이렇게 사사건건 내 앞길에 훼방을 놓을 게 아니라.

 

 

 오빠에게 골이 잡혀 흔들리는 와중에 열이 뻗쳤다. 내 삶이 불행해진 건 모두 이 새끼의 탓인 것 같았다.

 

 중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도 유치한 것들로 나와 짝짝꿍대길래 오빠가 나와 동족인 줄로만 알았지, 어느 날 갑자기 허공을 날라 댕기며 무용 천재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

 

 

 오빠가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던 날 어찌나 배신감이 들던 지. 열폭한 나는 그 해 여름 방학, 도민 오빠가 자는 사이 오빠의 손발가락에 모조리 봉숭아물을 들어버렸었다.

 

 그렇게 오빠는 소녀처럼 손끝과 발끝이 수줍은 채로 몇 개월을 보냈다.

 

 봉숭아물이 다 없어지기 전에 첫눈이 오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던데, 열손, 열 발가락이 다 시뻘 걸 때 폭설이 내려서 오빠는 카사노바가 되었나?

 

 

 오빠가 재능인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보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살았을 것이었다.

 

 남의 집 오라버니(오라한이라고 한다)에 눈 돌아가서 희망 고문당하지도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여자라고 미움 받지도 않고! 친구들의 얄미운 언니 따위를 부러워하면서 살지도 않을 거라고! 고로 이건 모두 전도민 너의 탓이야우워우어워어!

 

 나는 워낭 소리에 나오는 소 울음소리를 내며 도민 오빠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내가 앞서 말했을 것이었다. 둘째 오빠의 몸매가 가족 중 가장 얇고 날래다고.

 

 내가 머리로 배를 들이받는 순간 오빠는 전광석화의 움직임으로 공중 발레 돌기를 하며 피해버렸다. 자연스레 내 몸은 휘청였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오빠 대신 내 머리를 품어준 것이 대리석 계단이 되었던 까닭에.

 

 

 콰당-

 

 

 나는 엄청난 물리력(?)에 면전을 수차례 강타 당하고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아니, 사실 의식을 놓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더럽게 아픈 건데 그래도 보통 사람이면 이 정도 충격엔 기절해야 할 것 같으니까.

 

 깨꼬닥.

 

 도민 오빠가 식겁해 달려오는 것을 보며 나는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시야가 흐려지는 걸 느끼며.

 

 

 

 

 ***

 

 

 

 눈을 뜨니 널따란 등판 위였다. 웬 사내가 나를 업은 채 흥얼이며 밤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시선을 내렸을 때, 미간이 자연스레 구겨졌다. 한 팔과 한 다리에 기브스가 차여 있었다. 니미….

 

 작은 읊조림에 사내는 내가 깬 것을 알아챈 듯 했다. 상대의 고개가 반쯤 뒤로 돌려졌다.

 

 

 " 정신이 들어, 삐삐? "

 

 

 어쩐지 몸에서 좋은 향이 난다 했었다. 둘째 오빠는 독한 향수 뿌리고 다니는데.

 

 

 라한 오빠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심정엔 영 도움이 안 됐다. 요 며칠 간 얼마나 간절했는지, 학원 생각부터 번뜩 나서.

 

 꼴이 이렇게 된 마당에 가족들이 나를 학원으로 보내줄 리가 없었다. 다들 옳거니, 하면서 외출도 자제시키고 문제 풀이만 주구장창 시키겠지.

 

 성적 때문에 맞을 땐 맞더라도 내 부주의로 다치진 않길 바랐는데, 경기 후반전에 와서 자살골을 대폭 넣은 꼴이었다.

 

 계단 앞에서 흥분해서 몸만 안 날렸어도, 지금쯤 상황은 꽤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런지도 몰랐다. 가령 둘째 오빠가 나 대신 불구자가 되었다던지, 불구자가 되었다던지, 불구자가 되었다던지.

 

 

 " 삐삐, 괜찮아? "

 

 

 나는 답을 하는 대신 라한 오빠의 등으로 얼굴을 묻었다. 몸은 아프지, 머리는 지끈대지, 상황은 폭망이지, 서러웠다.

 

 오빠가 돼지는 우는 거 아니랬는데. 눈물을 글썽이는 대신 코를 킁킁거렸다.

 

 

 " 삐삐, 지금 내 옷에 코 풀어? "

 

 " 안 풀어! "

 

 

 내가 아무리 선머슴이라 해도 그 정도로 경우가 없진 않아! 비록 사지 뼈를 스스로 다 부셔먹고 붕대를 찼지만.

 

 퉁퉁 불은 표정으로 넓은 등에 납짝 붙어 있을 적에(니기럴 좋다) 오라한이 말을 건넸다.

 

 

 " 아줌마 아저씨 집에 오셨대, 삐삐. "

 

 

 듣던 중 최악인 소리였다. 부모님의 귀환이라니.

 

 세상 시니컬한 어머니께선 이 상황을 얼마나 비웃고, 세상 단호한 아버지께선 또 얼마나 팩트 폭력을 날려대실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붕대로 눈사람이 된 딸을 보게 하다니 불효녀가 따로 없었다. 그치만 난 언제나 천하의 모자란 불효녀였으니 패스.

 

 

 나는 라한 오빠에게 더 중요한 것에 대해 물었다.

 

 

 " 둘째 오빠는? "

 

 " 아마 지금 도준 형님한테 먼지 나게 맞고 있을 걸? "

 

 " 집에서? "

 

 " 응. 도민이 다리몽둥이 정돈 분질러지지 않을까? 동생한테 전치 8주를 입혔으니? "

 

 " 8주나? "

 

 

 …전도민 개새끼.

 

 다리가 깁스 차고도 덜렁대는 게 예사롭지 않다 했었다. 8주 뒤에 내 힘으로 온전히 걷게 될 수는 있을 런지 몰랐다.

 

 얼굴이나 능력으로 사랑 못할 거 몸이라도 튼튼한 돼지여야 하는데. 소원을 들어주진 못해도 쌀가미는 들어줄 수 있다는 거 어필해야 하는데.

 

 근데 망했다. 망해버렸다. 어쩌면 아주 오래 전부터 망해왔는지도 몰랐다.

 

 

 처진 기분을 알았는지, 라한 오빠가 허풍에 시동을 걸었다.

 

 

 " 전치 8주 소리 듣고 내가 도민이 갈비뼈 다 부러뜨렸어. "

 

 " 거짓말. "

 

 " 진짠데? 집 가면 도민이 상체 흐물대고 있을 걸? 형님한테 다리까지 분질러지면 그냥 사지를 느물댈래나? "

 

 " 징그러. "

 

 " 언젠 도민이가 안 징그러웠나? "

 

 " 그건 맞는 소리다. "

 

 " 그지? 괘씸해서 내가 더 징그럽게 만들어줬어. 내가 삼 천년 전통으로 유명한 검도관의 유단자잖아. "

 

 " 검도가 개발된 지 삼천 년이 안 됐는데 어디서 사기를 쳐. "

 

 " 그지? 방금 건 좀 너무했지? "

 

 " 응. "

 

 " 삐삐, 웃어? "

 

 " 아니. "

 

 

 단지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을 뿐이야.

 

 오빠가 콧노래를 흥얼흥얼 불렀다. 바람도 솔솔 따라 불었다. 평소라면 추위에 움츠렸을텐데 온기가 닿아있어 그런가,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고 보니 우린 늘 함께이긴 했어도 이렇게 둘만 있었던 적은 많이 없었다.

 

 

 " 라한 오빠. "

 

 " 응? "

 

 " 아니야. "

 

 

 오빠는 내가 그냥 동생 같지? 6년 전 묻고 싶던 말을 삼켰다. 그래서 쇼핑몰에 아무렇지 않게 내 별명을 올린 거겠지?

 

 그렇게 어릴 적 남몰래 고백을 접는 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 삐삐. "

 

 " 응. "

 

 " 학원 있지. 이 몸을 하고 못 갈 거 아냐. "

 

 " …응. "

 

 " 그래서 말인데, 끊자. "

 

 " …… ”

 

 “ 그리고 나랑 수능 보자. ”

 

 " …어? ”

 

 “ 이제 달 치러 다니는 거 지겨워서, 나도 형님한테 과외 받으려고. ”

 

 " …… ”

 

 “ 우리 중식이랑 고등어자반 그만 먹고 대학 가서 대구탕 먹는 거 어때? 응? ”

 

 

 오빠가 이렇게나 오래 좋을 줄 몰랐다.

 

 

 

 
작가의 말
 

 탕 말고 찜이면 콜~

 

 + 오늘도 린비의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조회, 선호작, 댓글, 추천에 절 드립니다. 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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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zlle 19-09-10 17:21
 
계단에서 굴러 아프고 서러울 와중에 라한이 쏘스윗ㅜㅜㅜㅜ 미쳤어 진짜 좋아하지 않을수가없네요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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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러브드 19-09-10 18:37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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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moon 19-09-10 21:32
 
라한이 너무 스윗하다... 라한아 넌 삼천궁녀 거느려도 왕비만 좋아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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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19-09-10 21:38
 
라한이 진짜 쏘스윗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짱이야 라한아ㅜ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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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돋은흥순이 19-11-23 12:31
 
라한이 스윗...너 쫌...설렌다ㅎㅎ오빠들보다 니가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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