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러가면 청개구리라고 나온다.
생각해보면 그건 나 뿐만아니라 사람 심리인 것 같기는 하다.
뭔가 하지 마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심드렁해져서 하기 싫은 것.
내가 사는 곳은 분리배출이나 음식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곳이 사는데서 조금 떨어져있다.
밤이 되면 어쩐지 약간은 음침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사실 낮이나 밤이나 똑같은 장소이긴 하다.
낮엔 멀쩡하게 왕래가 잦으면서 밤이 되면 겁난다고 하는 게 믿지 못할 마음 탓이다.
친구가 밤엔 재활용품을 버리러 가지마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어느날 밤엔 버리러 가고 싶었다.
친구가 가지 말래서가 아니라
사실 길지도 않은 생애에서 조심한다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통째로 흘려버리는지
갑자기 억울해서였다.
걱정이되서 흘려보냈다면
그것도 운명이지 싶다.
그 당시 자신이 무슨 이유에서든 어떤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건
표면적으로는 겁이나서, 망설여져서, 안 맞아서더라도
사실은 인연이 닿지 않아서일거라고 생각한다.
재활용품이랑 음식쓰레기를 잔뜩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뭔가 설레면서도 겁나는
그 문을 연 후에
겁을 집어 먹은채로 재활용품을 버리고 음식쓰레기를 버렸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내가 비닐봉지안에 담아간 음식쓰레기를 버릴 때 나는 소리는
과음을 하고 토할때 나는 소리랑 비슷하다.
늘 느끼지만 정작 그걸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진 않는다.
그렇게 누구든
혼자만 하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많을까 한번씩 궁금하기는 하다.
나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머리 위에 있는 CCTV를 의식했다.
모두 제자리에 두고 나서 문을 닫고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왔다.
돌아섰을 때 맞은 편에 초록색 신호등이 1초 남았다고 1이 찍혀 있는 걸 봤고
그 초록색이 그 순간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들이
어디선가 맞선을 볼 수 있다면
삶이 덜 쓸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귀찮아서 계단을 타고 뛰어올라갔다.
내가 사는 층 다 되갔을 때 누군가가 계단쪽 복도로 나오는 걸 봤지만 결국 누군지 얼굴은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만나야 할 이들은 만나게 될 거라고 믿는다.
무생물이든 생물이든
언젠가 한번 가 닿았다면
어느 생애에서
정확하게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야 할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