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욱욱…..’
“형수님! 괜찮으세요?”
연어는 기분이 이상했다. 역겨웠다. 속이 메스꺼우면서 구역질부터 먼저 나오고 있었다. 속에 담긴 모든 음식물을 찌꺼기를 토해내는 내내 거시기도 따끔따끔한 것 같았다.
혹시?
설마?
기분이 더러웠다. 그 기분은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마주칠 때마다 으르렁거리며 싸우던 꼴도 보기 싫어하면서 혹시 라는 의심을 품었던 바로 옆집 아낙네와 신랑이 정사를 치렀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은 세상에서 한 둘은 꼭 있었을 것이다.
그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하는 말과 똑같이 들렸다. 이상 야릇한 비웃음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 지금 연어의 심정이 백분 이해가 될 것이다.
연어는 지금 자존심이 벌써 무너져 있었다. 더러운 기분은 떨쳐버리기로 하고 현실적인 대처를 빨리 하려고 했다.
“전화할 때가 있는데 자리 좀 비켜줄래”
아무래도 성병 같았다. 애기는 가지지 못하게 오래 전에 막아두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헛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아랫도리가 따끔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연어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전화를 했다. 계속 통화 중이었다.
“형님! 아무래도 형수님이 임신한 것 같아요. 계속 헛구역질을 하네요”
동원이 밖으로 나가서 차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서서 차 쪽으로 눈을 힐끔거리며 수리에게 전화를 한다.
“야! 쓸데없는 걱정 마. 늦둥이 가졌겠지 뭐. 참! 내가 전달하라는 거 줬어?”
“아뇨! 아~ 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형님!”
“쓸데없는 상상은 마라. 우린 그런 일 없다. 얼른 모셔다 드려”
너무 단호한 목소리에 동원이 잠시 어깨를 움찔하고 입술을 툭 밀고는 혼잣말로 구시렁거린다.
‘난 또… 허허허’
“뭐해!”
귀청이 찢어주는 줄 안 동원이가 얼른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는다.
“예! 알겠습니다”
“아니! 무슨 통화가 그렇게 길어. 나! 큰일났어”
수리가 통화를 끝내자마자 연어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동원이가 급하게 차에서 내려 네모난 걸 전해 주고는 얼른 차에 올랐다.
화가 난 연어가 네모난 걸 논두렁으로 던져 버리려다가 다시 보니 USB였다.
일단은 주머니에 넣고 헛웃음을 잠시 치고는 어리광부리듯이 칭얼댔다.
“나! 아무래도 성병 걸린 것 같아. 이 더러운 놈아! 이건 또 뭐야! 나는 임신 못해. 막았단 말이야”
혹시라도 동원이가 들을까 봐 손으로 휴대폰을 막고 울먹이고 있었다.
“뭐? 나! 깨끗한 놈이야! 그 말은 우리 마누라가 성병 걸렸다는 말과 같아. 우리 마누라 매도 하지마. 아니면 네 신랑에게 옮았던가”
“그럼! 내가 성병을 옮겼단 말이야? 나도 우리 신랑하고 오빠뿐이야. 그럼 신랑이 옮겼다는 말인데 우리가 언제 했는지도 가물가물해. 오빠뿐이야. 이 더러운 놈아”
순간! 수리 머리 속에는 아영이가 떠올랐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절대로 그런 문란한 사람이 아니라고 수리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럼?
연어?
연어도 아니다.
그럼! 아내?
가물가물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날 이후로 거시기가 잠시 동안 얼얼하고 따끔따끔해 불안하기도 했고 두 사람 중에 한 명을 의심도 했다. 그런 찝찝한 느낌에 전화는 물론 하지 않았겠지만 병원에 가보라는 말은 하고 싶기는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거시기가 평상시대로 평정을 되찾으면서 속으로 헛웃음을 치기도 했다. 아내와 잠자리를 한지가 거의 일년이 지나다 보니 오랜만에 남의 육체 속에서 너무 과격한 운동을 해서 이 놈이 근육통에 시달렸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두 사람에 대한 의심을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 의심을 버리는 동안에도 지금도 불안해서 아내를 거부하고는 있다.
혹시 란 언제 어디서던 존재하고 튀어 나 올 수가 있는 엄청나게 무서운 의미를 지낸 매독이 아닌 매복하고 있는 단어라서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병원은 찾아 갈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성기를 들고 병원을 찾아 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포경 수술도 의무 병에게 담배 한 보루 주고 살짝 해결했다.
그 잠시 동안 겪은 찜찜함으로 전화를 하지 않은 건 정말 현명한 인내심에 바탕이 된 판단이었다는 뿌듯한 자부심에서 폭발한 희열 같은 것도 몰려왔다.
아무리 선글라스에 가려진 얼굴이었지만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하듯이 울며불며 손바닥을 비빈 자신을 아래로 내려보던 그 여자는 연어를 연상하게 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혀질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수리라는 남자가 나타나면서부터 연어는 아영의 시선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없는 죄인이었고 아영은 간수였다.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나타나는 사람은 수리가 아닌 연어였다.
수치심에 치를 떨었다. 양아영은 그 여자의 정체에 대해 뒷조사를 하기로 했다.
“경미야! 너 혹시 연어가 어느 회사에 갔는지 기억나?”
“그건 왜?”
“얼마 전에 우리 회사에 찾아온 여자가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껴서 내가 못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연어 같아서 물어본다. 아무리 우리가 잘못했더라도 그렇게 자기 얼굴을 숨길 이유는 없는데 얼굴을 가리고 명함도 주지 않았어. 내가 눈만 못 봤을 뿐이지 연어가 확실한 것 같아서”
경미는 아영이처럼 다급할 일이 전혀 없었는지 휴대폰너머로 낮은 한숨 소리와 덜거덕 소리가 소리만 들렸다.
“내 말 듣고 있어?”
“그래! 듣고 있어. 지난번에 얘기했지. 불장난에 불일 지핀 건 너 혼자야. 그렇게 둘을 갈라놓고 지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여기서 그만둬. 그래! 그 사람이 연어 맞아! 우리 신랑하고도 잘 아는 사이야. 너 때문에 내가 연어 동기라는 말을 하지 마라고 했어. 너 때문에 우리 집까지 피해 받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연어가 너희 회사에는 그렇게 심하게 하지 않았다며? 내가 듣기로는 회사를 계속 운영하게 재 줬다던데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 이제 그 일로 그만 전화했으면 좋겠다. 그럼 끊어”
책상 위를 깨끗이 청소하듯이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쓸어 내리고 집어 던지고 내동댕이쳤다.
고함도 내질렀다.
실컷 구경하고 모두 떠난 높다란 무대에 힘이 빠져 주저 앉아 있는 발가벗은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허겁지겁 휴대폰을 들고는 수리에게 전화를 했다. 아예 수신거부를 해두었다.
고속도로로 어떻게 진입했는지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페달을 밟았다. 김경일이와 신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임운영이 떠올랐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수리에게 전달하세요. 윤연어와 더러운 과거를 낱낱이 터트린다고’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는 펑펑 울었다. 보낸 문자를 되돌리고 싶었다. 더 자극만 했다는 후회가 바로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