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양아영이 원했던 삶 속에 하나는 절대로 아니었을 것이다. 시대에 흐름에 맞게 여기저기 붙어 다니는 짓은 나이가 많이 던 사람들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때 있었던 그의 잘못을 가지고 석고대죄까지는 원하지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 후회하고 반성도 이미 했다고 믿고 싶었다. 그들도 각자의 가정을 이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운찮은 건 그들은 단 한번도 졸업생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모든 원인 제공자가 혹시 본인이 아닌가에 또 하나의 죄가 추가된 것 같았다. 원수는 외 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절대 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검증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남편 얘기로는 김경일은 고자라는 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 나는? 양아영은 이렇게 자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도 낳았고 성장도 했고 큰 애는 시집갔으니 더 이상 2세를 위한 자신의 음부는 제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신랑과 육체적 사랑을 위한 역할도 다 했다고 본다. 신랑과 뜨겁던, 부부간에 요식절차던, 안아 본지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김경일은 거시기가 뭉개져도 여자처럼 앉자 오줌을 누면 되지만 만약에 그 놈이 여자인 나의 음부는 자를 게 없으니, 막아 버리면 어떻게 하나? 여자의 직감은 예리했다. 생각에 여기에 까지 미치자 이번 사건의 시발점은 그 사람 고향에서부터이고 그 사람이 싫어하던 놈에게 고자라는 보이지 않는 장애를 거치고 있었다. 하필 고자? 앞뒤가 딱딱 맞았다. 과거와 연관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그의 복수가 30년이 다 되어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의 복수를 막아 줄 적당한 사람이 누군가를 떠올려야만 했다. 인간이 인간의 몸에, 그것도 거시기에 상해를 입힐 정도의 복수를 할 정도는 그는 극악무도한 짐승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극악무도한 치졸한 복수를 막을 사람은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원인이야 어떻게 됐던 모두가 다 지난 일이다.
“경미야! 너 혹시 연어 연락처 알아?”
남편의 거시기야 그 놈에게 훼손을 당하던, 있던 말던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둔 부유한 재산과 가정은 깨서는 안 된다.
금전적인 부분인 부가 무너지면 가정은 자연스럽게 같이 무너진다. 오래 전에 연어와 수리 틈새에 끼어들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때는 젊어서 수리라는 사람을 잊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로 하지 않았다. 신랑을 만나면서 깔끔히 잊어버렸지만 지금 재산은 그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한번 허물어지면 다시 회복을 할 수 없을 만큼 신랑도 자신도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다. 막아야만 했다.
아무런 대답은 들리지 않고 가냘픈 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섬뜩했다. 아차 싶었지만 때는 또 늦어버렸다.
“연어 연락처는 모르는데. 그런데 아영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네가 어떻게 그 애를 찾을 수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연락이 돼 통화나 마주볼 수 있겠어? 내가 너하고 아무리 친한 친구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정말 실망이야”
차가운 얼음장 같은 목소리의 의미는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내가 왜?”
콧방귀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경미는 이 사람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피해자였다. 그러나 아는 척은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가면 속에 살아왔다. 석고대죄 같은 짓은 절대로 하기 싫었다.
“너 기억 안나? 그걸 잊었다면, 나 정말 너한테 실망이야!”
그 순간에 화가 벌컥 났다.
그 사람을 짝사랑한 게 그렇게 지탄받을 짓인가?
심장이 격하게 요동쳐 숨을 가눌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경미가 가소롭기도 했다.
이 년도 그 사람 집에 본인보다 더 자주 갔고 잠도 자주 잤다.
한때는 이년을 의심도 했다.
그리고 이놈 저놈, 이년 저년 그 사람 자취방에 들락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처신 잘 하라고 앙탈을 부리며 속내를 드러내 주기도 했다.
특히 마음에도 없으면서 이년! 경미의 마음을 흔들지 마라고 경고도 했다. 그랬던 자기만 바보 같았다.
“넌 아직도 너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끊어”
이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시 잠시 이 사람에 대해 떠올렸다.
인물도 능력도, 그 당시는 학점으로 평가를 해서, 그렇게 능력이 있는 사람도, 집안이 넉넉한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단지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리더십이 좋은 장점 하나만 눈에 두드러지게 특출했다. 남학생들에게는 그런 그의 장점이 우정으로 싹텄겠지만 여학생들에게는 우정을 전혀 만들 수 없는 어떤 장벽 같은 게 있었다.
그가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는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모두 사람에게 똑같이 대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후회도 많이 했다.
그래도 그도 잘못은 있었다.
장난 삼아 논에 던진 돌멩이에 운 없는 개구리는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다.
본인도 그런 딱한 한 마리 개구리에 불과했고 경미는 그런 개구리가 되지 않게 위해 일찌감치 멀리 다른 논에 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왜 그러지 못 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 속에는 다른 한 놈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김경일의 간사한 노략질이 없었다면 이런 후회할 일들은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윤연어의 마음을 얻고 싶어 그는 그 당시에 그 사람과 경미가 선후배로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경미 마음을 들쑤셔 흔들었다. 김경일은 그 사람과 친한 사이로 보였고 그는 경미에게 그 사람이 경미를 좋아한다는 전혀 근거 없는 말로 경미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때 경미는 굉장히 불쾌해 했다.
윤연어와 거의 부부 사이로 인정을 받을 때였으니 경미는 충격을 크게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경일은 계속 경미가 믿을 수 밖에 없도록 세뇌시키는 짓도 했다.
경미는 그 말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그 사람을 아주 차갑게 대했다. 그건 경미의 흔들리는 마음으로 보였다.
김경일의 교묘한 술수는 하나의 이간질이었고 그 사람은 이유도 모르고 윤연어를 제외한 첫 번째로 아끼던 후배에게 버림을 받게 되었다. 거기에 본인도 동조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과거로 아무리 자신을 속이려 해도 속여지지 않고 오랫동안 정신주위에 맴돌며 정신을 혼미하게 하면서 괴롭혔다.
그러나 경미는 냉정하게 멀어지는 것으로 그의 아픈 마음을 치유했고 그 사람과는 예전처럼 선후배가 되었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것 같았다.
지금 경미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이유도 아마 그때처럼 그 사람 주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아직도 매달려 질척거리는 줄 알고, 자기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