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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의 고아원
작가 : 곰꿀
작품등록일 : 2016.8.23

마왕을 물리친 용사.
그 후 용사는 공주와 결혼을 한다.
사고로 공주가 죽고난 후, 세상을 떠돌던 용사는 고아원을 지어 아이들의 아빠가 된다.
용사가 만든 고아원.
용사와 고아원의 아이들, 그리고 고아원을 떠나 세상으로 향한 아이들의 이야기.

 
2화 이름없는 소년(2)
작성일 : 16-08-24 21:14     조회 : 242     추천 : 1     분량 : 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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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돌이켜 보면 소년의 삶은 온통 구타로 점철된 삶이었다. 맞고 맞고, 또 맞았다. 소매치기에 실패해도 맞았고, 성공해도 맞았다. 무리에서 쫓겨날 때도, 다른 무리에 들어갔을 때도, 또 그 무리에서 쫓겨났을 때도 소년은 언제나 맞았다. 비록 소년의 몸은 또래의 누구보다도 튼튼했기에 잦은 구타에도 죽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온몸을 두드리는 격통이 더는 고통이 아니라 지긋지긋하고 지겹게 느껴질 즈음이 되었을 때, 소년은 죽고 싶어졌다. 그러한 생각이 한 순간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 한복판을 가득 채울 때, 소년은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이들 앞에서 이들의 폭력 때문에 죽는다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생각이 소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때, 소년은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소년은 죽었다. 아니, 소년은 죽음을 연기했다. 발작이라도 걸린 듯 사지를 비틀고, 입에선 침을 흘리고, 시선은 둘 곳을 잃고 눈에서는 온통 흐리멍덩한 빛만을 뿌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죽어 시체가 될 것처럼.

  계속해서 그를 밟아 오는 발길질의 고통을 참아내고,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들은.

 

  야! 죽은 거 아냐?

  우리가 사람을 죽였어!

  대장. 어떻게 해?

  경비대에서 쫓지는 않겠지?

 

  소년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죽어! 죽어! 라는 말을 입에 떼지 않고, 진짜 죽일 것처럼 소년을 구타하던 이들이 소년이 죽자, 소년의 죽음을 걱정하며, 살인에 대한 공포에 이성을 잃고 당황하던 그 장면. 그 장면을 소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몇 번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죽음을 연기하는 소년, 그리고 그 죽음에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무리. 그 같은 일이 반복되자 소년은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우스웠다. 길거리와 골목을 떠돌며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행동하던 그들이, 그들의 횡포에 굶어 죽어가던 아이들의 죽음조차 무시하던 그들이, 그들 자신의 직접적인 살인에는 그렇게나 두려워하는 그들의 아이 같은 모습이 우스웠고 같잖았다.

 

  소년이 혼자가 된 이후로 소년의 삶은 오히려 나아졌다. 자신이 얻은 것을 오롯이 자신이 갖는다는 것. 그것은 소년에게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동이었다. 물론 그것을 그 지역의 무리에게 뺏길뻔한 위험도 있었지만, 소년은 도망쳤고, 또 때로는 싸웠다. 소년이 도망치면, 그들은 잡지 못했고, 싸울 때면 1 대 1이라면 지지 않았다.

 

  소년은 혼자가 되었지만, 무리에 있었을 때보다 잘 먹었으며 덜 맞았다. 결국엔 잡혀서 집단구타를 당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죽는시늉을 해 상황을 벗어났다. 그러면서 소년의 연기 실력도 나날이 늘어났다.

 

  소년은 혼자에 익숙해져 갔고, 혼자가 좋아졌다.

 

 

 

 

 

  소년은 골목길로 들어서고 나서도 한참을 달렸다. 꽤 먼 거리를 도망쳐 온 것 같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상대는 기사 수련생으로 보이는 이였다. 언제 소년을 뒤쫓아와 소년의 뒷목을 낚아챌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소년은 점점 숨이 가빠 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자신 스스로도 무슨 용기로 그 남자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평생을 소매치기와 함께하며 살아왔지만, 지금 이 순간보다 더 떨린 적은 없었다. 그 남자의 허리춤에 매여있던 검이 계속 눈앞을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만약 잡힌다면 그 검에 베이는 것일까?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웃긴 것은 그러면서도 오른손에 쥐여 있는 주머니 속에 있는 물건이 미치도록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검에 베일 생각을 하면서도 무엇인지도 모를 물건이 이토록 궁금하고 욕심나다니 정말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자신이 미친 것일까 의심스러웠다.

 

 

  소년은 그 뒤로도 한참을 달려 빈민가의 사람들조차 살지 않는 그야말로 이제는 폐허가 된 지역을 찾아갔다. 이곳이라면 사는 사람도 없고, 그 수련생도 빈민가를 뒤지지 여기까지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소년은 폐허 속에서 몸을 숨길만 한 공간을 찾아 그 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혹시나 그 남자가 소년을 찾아와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최대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제야 소년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작은 주머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디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갈색 가죽 주머니.

 

  꿀꺽.

 

  구형의 물건이 잔뜩 들어 있는 듯한 모양새가 보석이라도 잔뜩 들어 있나 싶었다.

 

  스르륵.

 

  소년은 입구를 막고 있는 끈을 당겨 주머니의 입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진한 보라색, 아니 흑색과 자색을 섞은 듯한 빛을 가진 구형의 보석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영롱한 빛을 품은 채로.

 

  소년은 그 보석을 본 순간 보석에 자신이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 빨려들고 싶었다. 저 흑색과 자색이 섞인 듯 회오리치는 모습에 자신도 함께하고 싶었다.

 

  삶의 대부분의 순간 혼자였고, 혼자가 좋았던 소년이 무엇인가와 함께하고 싶어졌다. 그것도 사람도 아닌 보석과.

 

  '만져 보자.'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손이 제멋대로 보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정말로 빨려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퍽.

 

  "위험했잖아. 꼬마야."

 

  소년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눈앞이 흐려지며 정신을 잃을 때, 몇 시간 전에 들었던 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까 전 그 수련생의 목소리였다.

 

 

 

 

 

  사내는 도망치는 소년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을 잡지 않았다. 소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물건을 훔치기 위해 죽는시늉을 하던 그 소년이 안쓰러워서였던 탓도 있었다. 사내조차도 잠시 당황하게 하였던 소년의 연기는 소년이 여태 살아왔던 삶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소년을 놓쳤다.

 

  소년이 하필 그것을 훔쳐 간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소년이 주머니를 열 때가 되면, 사내는 소년의 위치를 알게 될 것이었다. 조금 늦을 수도 있지만, 소년의 재능이라면 그것에 바로 먹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내는 느긋하게 소년이 주머니를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위험했잖아. 꼬마야."

 

  생각보다 소년을 찾는 일이 늦어졌다. 소년이 사내의 생각보다 더 먼 곳까지 도망쳤고, 또 생각보다 잘 숨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소년이 물건에 손을 대기 전에 막았다는 것.

 

  아마 생각보다 물건의 힘이 강했던 것 같았다. 거의 최상의 것들로 십수 개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내는 기절한 소년을 들어 자신의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그제야 주머니를 챙겨 품속에 넣었다.

 

  "일단 집으로 가야겠지?"

 

  사내는 자신의 어깨에 얹어진 소년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너도 같이 가자. 꼬마야."

 

  정신을 잃은 소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사내는 소년의 대답이라도 들은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정에 없던 일인데, 녀석이 뭐라고 하려나?"

 

 

 

 

 

 

 

  "이 아이는 또 어디서 데리고 오신 거요? 이번엔 그냥 마석만 구해 오신다고 하셨잖아요."

  "얘 자고 있잖아. 조용히 좀 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소년. 잠자는 소년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자고 있는 소년을 보는 둘의 온도 차가 다른 듯. 푸른 머리칼을 가진 남자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일단 나가자고."

 

  금발 사내의 말에 둘은 함께 방을 나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번엔 안 데려오시기로 해 놓고 왜 또 그러시는 겁니까?"

  "왜라니? 너도 동생 생기고 좋잖아. 엘란. 뭐 동생이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사내는 엘란의 볼멘소리에도 한껏 능청을 부리면서 대답을 했다. 다만, 그런 사내의 반응에 엘란은 한껏 더 열을 올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이유가 뭐냐고요! 이미 여기 있는 아이들만 삼백 명이 넘어요. 너무 많다고요. 돈도 문제지만, 수가 많아지니까 문제도 많아지고 있어요. 싸우고 때리고 따돌리고. 얘들 이름 외우기도 벅차다고요."

  "그렇게 말해도 동생들 이름 다 외우고 있는 거 다 알아. 싸우는 건 뭐 원래 애들은 원래 그렇게 크는 거고 너도 그랬잖아? 따돌리는 건.... 흠... 나도 신경 쓰고 있고, 너도 잘하고 있잖아? 돈은 버는 방식이 맘에 안 들지만, 매번 들고 오는 녀석도 있고 말이야."

  "영주님 문제는 어떻게 할겁니까? 매번 찾아와서 자제분들 봐 달라고 하는 건요? 새로운 아이가 있는 걸 볼 때마다 서운한 티 팍팍 내고 가시는 거 아시잖아요."

  "영주님은 그렇다 쳐도 자제분들은 뭐야? 따지고 보면 조카들인데. 라디스는 신경 쓰지 마. 자기 자식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늙은 삼촌한테 자기 자식 교육까지 맡기려고 해. 나쁜 놈이야. 그거."

 

  유렌은 그 얼굴을 보고 누가 늙었다고 생각하겠냐는 말이 입 끝까지 나왔지만, 꾹 참고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했다.

 

  "그래서 저 아이를 데려오신 이유가 뭐냐고요? 항상 약속은 지키셨잖아요."

  "아빠가 하는 일인데 이유가 있겠지. 안 그래? 아들?"

 

  끝까지 장난스러운 사내의 대답에 유렌은 포기한 듯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 아이 깨어나면 그때 불러 주세요."

  "마석을 훔쳤거든."

 

  유렌은 자리를 나서려다 말고 사내의 말에 놀라 발을 멈추고 되물었다.

 

  "젊은 녀석이 귀가 먹었나. 마석을 훔쳤단 말이다. 저 녀석이."

 

 

 

 

 

  소년은 잠에서 깨어 자신이 누워 있는 방을 살폈다. 평생 누워 본 적도 없는 편안한 침대와 부드러운 감촉과 향긋한 향기가 은은히 배어 있는 이불. 소년에게는 낯설기만 한 감각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동시에 방안에 은은히 풍기는 분위기마저 따뜻하기 그지없어 소년은 본 적이 없는 엄마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했다.

 

  딸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편안한 분위기에 취해 긴장을 놓고 있었지만, 이곳은 소년이 처음 보는 곳. 그리고 정신을 잃기 전, 소년이 했던 일은.

 

  '보석!'

 

  소년은 그 매혹적인 보석을 찾으려고 온몸을 뒤졌지만, 보석은 찾지도 못하고, 자신의 짐과 옷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지고 생전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만 깨달았다. 옷도 그는 생전 입어 본 적 없는 부드러운 재질이었다.

 

  "잠은 잘 잤니?"

 

  소년은 자신이 보석을 훔쳤던 대상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내 보석이 그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에게 잡히고서도 사라지지 않는 욕심이 스스로도 놀라웠지만, 소년으로서도 자신이 이해가 가는 상황이 아니었다.

 

  "옷은 더러워서 갈아 입혔고, 짐은 잠깐 어디 두었으니 필요하다면 주마."

 

  소년은 상대방에 허리춤에 검이 없다는 사실과 생각 외로 부드러운 반응에 용기를 얻었다. 적어도 이 사람은 소년을 죽일 것 같았다.

 

  "그 보석! 그 보석은 어딨어요?"

 

  소년의 느닷없는 말에 사내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재능이 뛰어난 건지, 마석이 강했던 건지, 아무리 그래도 일어나자마자 마석 먼저 찾다니. 참."

 

  마석이라는 처음 듣는 단어에 소년은 그것이 무엇이냐고, 보석을 말한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사내는 소년이 무엇을 물어볼 새도 없이 소년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름이 뭐니?"

 

  소년은 당장에라도 사내의 말을 끊고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사내의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솟구쳐 오르는 자신의 욕심을 꾹 눌렀다.

 

  '이번엔 뭐로 하지? 맥스? 닉? 레그?'

 

  소년은 자신이 써 왔던 수많은 이름 중 하나를 놓고 고민했다. 이름. 자신에겐 없는 것. 그저 필요할 때 아무거나 가져다 썼던 것.

 

  "맥...."

  "없는 거니?"

  "…..!"

  "아니 필요할 때마다 아무거나 가져다 썼나?"

 

  생각지도 못한 사내의 말에 순간 말 문을 잃은 소년은 사내의 다음 말에 더욱더 놀랐다.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주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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