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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마3+1
작가 : 찐따왕과해오름달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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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살인마', 그를 추종하는 자, 그에게 부모를 잃은 자. 세 여성 살인마가 서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을 벌이며 그녀들에게 관심을 가진 탐정이 그녀들의 이야기를 파헤친다. "우린 살인마다."

 
025. 인아 - 요놈 봐라?
작성일 : 18-11-07 20:15     조회 : 334     추천 : 1     분량 : 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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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인아●

 

  아버지가 '얼굴 없는 살인마 TF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물론 뻥이었지만, 사건이나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니까 종회 씨 사장님은 얼굴 없는 살인마가 '여성'이라고 확신한다는 거죠?"

 

  "네, 그래서 늘 '그녀'라고 확정해서 이야기 하세요."

 

  종희가 스테이크를 큼직하게 썰더니 입안에 쓸어 넣는다. 잘 먹네.

 

  그나저나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뒷정리 하나는 내가 깔끔하게 잘 하는데. 그러니 아직까지 내가 이러고 다니지.

 

  "사장님이 따로 조사를 하시나 봐요?"

 

  "쩝쩝, 네 그런 걸로 알고 쩝쩝 있어요. 쩝쩝."

 

  쩝쩝거리는 것도 귀엽네. 다른 사람이었으면 입을 찢어놓고 싶었을 건데. 이상하단 말이지.

 

  "흐음, 사장님이 능력이 있으신가 보네요. 카페에 가봤더니 자료가 진짜 장난이 아니던데?"

 

  "쿨럭, 잠시 물 좀."

 

  꿀떡 꿀떡 꿀떡

 

  "푸하, 사장님은 좀 묘한 구석이 있어요. 막, 무슨 천재 같은 그런 느낌으로."

 

  "천재요?"

 

  "뭔가 자기 내부에서는 논리적인 연산을 통해서 결론이 나오는데, 그걸 설명을 못 해줘요. 아니, 정확히는 설명해줘도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하는 거죠."

 

  아, 나 이거 뭔지 아는데. 직감이라고 하던가? 그게 고도로 발달된 사람들은 어떤 결론이 그냥 '딱'하고 찰나에 떠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복잡한 연산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내가 그렇지. 아하하.

 

  그래서 내가 종회에게 끌리는 이유에 대해서 도무지 모르겠네. 뭔가 간질간질한데 그 간질거리는 것이 뭐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종회 씨, 우리 혹시 어디서 본 적 있어요?"

 

  "푸하핫. 인아 씨 지금 저한테 작업 거시는 거예요?"

 

  어, 처음으로 '패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네. 그냥 팰까?

 

  스스슥

 

  음? 어라, 요거 봐라?

 

  "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무섭게 보고 그러세요. 얼른 드세요. 배고프시겠다."

 

  이 남자, 내가 지금 공격할 곳을 떠올리자 본능적으로 방어할 준비를 했다. 살기에 반응했다. 그리고 스스로, 억지로 그 방어를 풀었다.

 

  "네, 여기 음식이 참 맛있네요."

 

  한 번 더 확인을 해볼까. 손에 나이프를 쥔 채로 종희의 입가로 가져갔다.

 

  "여기 뭐 묻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하하하. 칼을 들이미시길래 저 찌르는 줄 알았어요. 하하하."

 

  요놈. 푸하하하하하. 에이씨, 그러면 그렇지. 설인아 인생에 무슨 복이 있다고 남자가 생기겠냐.

 

  "설마요.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원래 칼을 든 손이 다가오면 누구든 움찔하기 마련인데, 이 남자는 일부로 반응하지 않았다. 아까 내 살기에 반응한 '실수'를 보였으니 '만회'해보겠다는 거지.

 

  멍청하긴. 차라리 화들짝 놀라줬으면 '아, 감이 좋은 초식동물 같은 친구구나.' 했을 텐데.

 

 

 

  ◇종희◇

 

  큰일 날 뻔했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오리지널 세컨드' 앞에서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본능은 제어했는데 그녀의 살기에 반응해버렸다.

 

  그리고 내 반응을 그녀는 눈치 챘다. 칼을 든 그녀의 손이 내 얼굴로 다가올 때 수만 가지의 생각을 했다.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았지만, 결론은...나의 죽음.

 

  덤벼도 내가 죽고, 싸워도 내가 죽고, 도망쳐도 내가 죽고, 피해도 내가 죽고, 막아도 내가 죽는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안 그런 척'하는 것뿐이었다.

 

  그녀가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표정이 어떤 의미일까? 별로 경계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니 그냥 넘어간 것 같기도 하다.

 

 

 

  ☆구미화☆

 

  이규서가 의외로 한달음에 병원으로 찾아왔더군요. 본인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아이의 상태는요?"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영양상태도 좀 그렇고...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하아...이런 멍청한 년이 그렇게 라면만 끓여 먹이더니...."

 

  -네?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네, 이사장님.

 

  음, 이규서를 장기말로 쓰기에는 불안요소가 너무 많아요. 그래도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살의'에 대한 조절이 좀 된다고 생각했는데...잘 모르겠네요.

 

  삐익

 

  -두목, 아까 공원 패거리 중에 사망자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 애들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경미한 부상. 물론, 평소 이규서의 기준에서요. 그런데 얘들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나 봐요? 오줌 지리고, 똥도 지리고 난리네요.

 

  "경찰은?"

 

  -뭐 신고한 사람이 없으니, 출동하지도 않겠죠. 혹시 몰라서 길목을 지키고는 있는데 별 움직임은 없습니다.

 

  정말 모르겠단 말이죠. 애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놨으면서 공원 불량 청소년들은 또 적당히 손을 봐줬네요. 이 사이코는 진짜 어떻게 해야 되나.

 

  "참, 김현아는 어쩌고 있어?"

 

  -놓쳤습니다.

 

  "뭐?"

 

  -놓쳤다고요.

 

  "진짜 죽을래?"

 

  -아니, 잠깐만요. 얘 진짜 장난 아이에요. 그냥 슉, 슉 하면서 사라졌다니까요?

 

  띠링

 

  영상을 보냈네요. 그래봐야 여고생이지 자식들이...와...?

 

  이게 무슨...? 평범한 여고생 저 정도 높이의 담을 도움닫기도 없이 뛰어 올라간다고요? 아뇨, 불가능하죠.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라면 가능할까요? 아니요.

 

  저게 가능하니까 태권도에서도 금메달을 딴 거죠.

 

  "김현아 집주소 보내. 종희 자리에 있어?"

 

  -두목님이 쉬라고 하셨잖아요?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네, 사장님. 쉬라고 해놓고서는 전화를 주셨네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지금 같이 가볼 데가 있다."

 

  -이럴 줄 알았어! 쉬래놓고서는! 다른 애들 많은데 왜 꼭 접니까!

 

  "여신님짱한테 간다."

 

  -여신님짱요? 그냥 여고생이라면서요.

 

  "그냥 여고생 아니야. 영상 보냈으니까 확인해."

 

 

 

  ●설인아●

 

  종희. 이 남자에게 왜 끌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목적이 있어서 나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

 

  꺄하하. 그치, 요즘 좀 지루했지. 흥미진진하다. 나쁜 놈 잡아 죽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 사냥으로 치면, 맹수 사냥이라고나 할까.

 

  그런데...그 맹수들은 내가 사냥꾼인지 모르고 당한 경우고, 지금은 내가 사냥꾼인지 알고도 접근한 맹수란 말이지.

 

  아니지. 저 정도면 맹수가 아니라...사냥꾼이겠네.

 

  중요한 것은 '왜' 접근했으며, '어떻게' 알았나 아니겠어? 그거야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 아아, 신난다.

 

  "여보세요, 종희 씨? 저 인아에요."

 

  -네, 인아 씨! 하하하, 어쩐 일로 먼저 전화를 다 주셨어요!

 

  "지금 혹시 시간 어때요?"

 

  -네? 지금요? 아...사장님 호출이....

 

  오호, 나이스 타이밍이네. 내가 불렀을 때 사장의 호출을 무시하고 오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나도 방향을 정하면 되겠다.

 

  "아...그래요? 중요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는데. 그래요, 그럼 다음에...."

 

  -아아, 아니에요. 직원이 저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요.

 

  흐음.

 

  "사장님 호출이면 사무실로 들어가세요?"

 

  -아니요, 외부 일정인 것 같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못 간다고 하면 되니까.

 

  "에이, 그래도요. 볼일 끝나고 전화주세요. 늦어도 상관없으니까요."

 

  -아아, 그럴까요? 그럼 늦게라도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아 씨.

 

  좋아, 종희를 추적하면 사장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구나.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면 훨씬 편하지. 사냥꾼으로서의 능력은 내가 좀 더 뛰어난 것 같아. 다행이네.

 

  처음에는 헤어지고 뒤를 밟으면서도 '설인아, 너는 최악이다!' 라고 생각했지. 여자로서는 좀 깨잖아? 데이트한 상대의 뒤를 밟는다는 건 말이야.

 

  그 땐 내가 남자 경험도 처음이고 하니까 이런 이상한 짓도 하는구나하고 생각했지만, 그 때부터 무의식중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나보다.

 

  수상하게 보지 않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수상하게 보니까 다 수상해 보인다.

 

  우리 병원에 등록된 주소와 실제 사는 집 주소가 다르다는 것도 처음에는 그냥 등본상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다른 주소'를 썼을 뿐이었구나. 집 안에 가구도 별로 없고 텅텅 빈 것을 보면 오래 있을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종희의 집이 잘 들여다보이는 반대편 상가를 찾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집에 몰래 들어가 보려고 했었다. 만약 그랬다면 걸렸을지도 모르지.

 

  통화할 때는 사장의 호출을 무시할 것처럼 하더니 꽤 서두르고 있다. 음, 몸에 상처가 꽤 많네? 단단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길래 운동을 좋아하나 싶었는데...이건 차원이 좀 다르네.

 

 

 

  ◇종희◇

 

  이게 뭐지? 구미화가 보내준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다.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에도 물론 놀랐지만, 외모를 보고 더 놀랐다.

 

  김현아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설인아'의 모습과 똑같다. 아니, 정확히는 처음 만들어진 설인아의 모습과 똑같다.

 

  나는 '세컨드 원'의 유일한 남성체. 만들어지자마자 격리를 당했다.

 

  '세컨드 원끼리 자연교배가 되는가?'에 대한 연구 진행을 위해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지만 동일 유전자간의 교배는 '근친교배'와 마찬가지. 돌연변이, 그리고 장애의 발생 확률이 지나치게 높아서 전면 백지화.

 

  그래서 나는 독립 개체로 별도의 시설에서 관리가 되어졌다. 나는 앞의 기억이 차례대로 소멸되고 있다. 설인아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은 선임연구원을 제거할 때 입수한 그녀의 파일 덕분이다.

 

  오리지널 세컨드. 지금의 설인아를 부르는 코드 네임. 신체와 지능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개체였다. 오리지널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평가.

 

  그러나 폭력성과 가학성 등에서 제어가 되지 않아 그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폐기'하기로 결정한지 얼마 되지 않아 B가 기관을 공격했고, 그녀는 탈출했다.

 

  설인아를 찾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조직에서도 모든 인프라를 동원해서 겨우 그녀를 찾아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그 연령대의 모든 사진들을 다 뒤져보고, 접근 가능한 CCTV 영상들도 죄다 뒤져봤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녀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바로 동물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녀의 사진. 조직에서는 즉시 나를 보냈다. 혹시 몰라 얼굴도 바꿨다.

 

  조직에서는 그녀를 확보하려는 이유가 그 실험에서 고통 받는 '날' 구해주기 위해서 라고 했다. 물론 그 실험을 안정적으로 재개하겠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난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존재의 이유는 조직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조직이 기관을 공격했던 그 날, 실험에 대해 알고 있는 기관 사람들을 모두 사살했다고 했다. 자료와 장비들도 모두 빼내오고, 실험실 자체를 소멸시켰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저 여자 아이. 누가 봐도 '세컨드 원'이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

 
작가의 말
 

 인아 : 하아, 내 주제에 무슨 연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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