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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승에서 왔소이다
작가 : 앤시
작품등록일 : 2017.12.5

저승 최고의 가십지인 '저승일보'의 인간출신 파파라치 기자 이은라.
그리고 염라대왕이 수명에 얽힌 저승사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보낸 암행어사 박씨가문의 현도.
거기다 차기 염라대왕으로 낙점당해 언제 저승에 끌려갈지 모르는 비운의 인간 소년 강씨가문의 진성까지.
어찌된 일인지 자꾸 꼬이고 꼬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

 
5. 선택의 시간2
작성일 : 17-12-05 20:45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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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선택의 시간2

  ‘와, 예쁘다. 신기해.’

  문 보좌관을 따라 걸으며 은라는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저승 특유의 풍경을 감상하느라 바빴다. 궁의 기둥을 타고 오른 은빛의 넝쿨과 거기에서 맺힌 방울같은 꽃들, 꽃잎부터 줄기와 이파리까지 모두 보랏빛이던 이름 모를 꽃과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커다란 나무, 그 나무에 열린 크기도 색깔도 다른 갖가지 과일과 꽃들,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같은 반짝거리는 나비와 벌들까지. 해가 떠있지만 이승에 비해서는 살짝 어두운 편이라 그런지 반짝거리는 나비와 벌떼들 덕에 밤하늘을 보는 듯 기묘했다. 여기가 이승이 아니구나, 라는 걸 절로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랄까. 어딘가 더 찾아보면 더 이상하고 엉뚱한 풍경이 있을 것 같았다. 아, 혹시 여기 동물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식물들은 이승과 판이하게 달랐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염라대왕님, 저승사자 등을 포함해 이승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떨까? 반반 섞여서 기묘하고도 익숙한 모습일까? 어디에 가면 저승의 동물들을 볼 수 있을까? 염라대왕님한테는 못 물어보겠고. 염라대왕의 강한 포스를 떠올리며 은라는 홱홱 고개를 저었다. 저승사자지만 박겸은 일이 바쁘기도 하고 신입이랬으니 아직 저승에 적응하는 중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역시 남은 건 저승에 대해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을, 연륜이 느껴지는 문 보좌관뿐이다. 안내인 역할을 맡을 만큼 저승 그리고 특히 이 궁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성격도 인자한 분이신 것 같으니, 그럼 여길 나가기 전에 한 번 궁궐 구경 겸 동물 구경도 좀 시켜달라고 해봐야겠다. 강아지라든지, 고양이라든지 저승에도 애완동물이 있겠지? 하면서 고개는 옆으로 돌린 채 발 가는 대로 무작정 걷던 와중이었다.

  “여깁니다.”

  어느샌가 멈춘 문 보좌관이 서서 미닫이문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복도 창 밖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저승 정원의 풍경을 보느라 아예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무작정 걷고 있던 은라는 문 보좌관의 목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가 헉 하고 놀랐다. 텔레비전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창호지문이었는데 나뭇살이 꽃이며 나비, 용 등 휘황찬란하고도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 모습이 진귀한 골동품을 보는 기분이었다. 밖에서 봤던 대로 이 곳은 정말 궁궐이었다. 고풍스럽고 단아한 풍경에 은라는 미닫이문 앞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헤벌쭉 찢어졌다. 문지기가 지키고 선 커다란 대문을 넘어 제법 넓은 복도를 지나다 본 바깥 풍경만 보느라 몰랐는데 진작 밖을 보는 것만큼 안쪽도 볼 걸 그랬다 싶어서 은라가 지나온 복도를 다시 돌아보려는 찰나, 문 보좌관이 미닫이문을 활짝 밀어 젖혔다.

  “여기가 은라 아가씨가 머물 방입니다.”

  “헐, 대박.”

  “어때요, 괜찮습니까? 손님이, 그것도 이런 아가씨가 오신 것은 참 오랜만이라서요.”

  은라의 반응에 문 보좌관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겸손을 떨었다. 은라는 저승에 온 이후로 가장 환하게 웃으며 신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미닫이문을 열었을 때 마주칠 수 있는 곳은 신발을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으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와 의자는 물론 한쪽 벽에 커다란 거울과 화장대까지 모두 까만 칠기제품에 화려한 자개 장식이 되어 있어 동양적이면서도 신비롭게 아름다웠다. 여기까지가 입식 거실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면 그 뒤는 온돌 방식으로 바닥이 따뜻해 신발을 벗고 다닐 수 있는 좌식 생활 공간이었다. 한옥의 마루같은 부분이 있어서 신발을 신고 벗기에 편할 것 같았다. 그 마루에 앉아 창호지문을 양옆으로 젖혀 열면 그 뒤에 푹신해 보이는 이불과 베개, 좌식 책상, 화려한 꽃그림이 그려진 병풍이 쳐진 방이 있었다. 거실과 침실의 경계를 나누는 곳에는 이중의 발이 쳐져 있었다. 커튼을 대신하는 이곳의 방식인 듯 했는데 한알 한알 진주를 길게 엮어 늘어트려 수양버들나무의 흔들리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발이 하나 있고 그 뒤에 신부의 면사포처럼 촘촘하면서 얇고 부드러운 천으로 되어 말아 올릴 수 있는 발이 하나 더 있었다.

  “완전 예뻐요!”

  “맘에 드신다니 다행이군요.”

  어느샌가 신주단지처럼 안고 다니던 서류봉투도 탁자에 내려놓고서 방방 뛰어다니며 방안을 구경하며 연신 우와, 하는 감탄을 터트리고 있는 은라를 보며 문 보좌관도 방긋 웃었다. 그러자 창백하게 하얗기만 했던 그의 얼굴에도 제법 사람의 온기다운 미미한 혈색이 도는 듯 보이기도 해서 은라는 신기해하며 문 보좌관을 보았다. 만약 저 저승사자도, 염라대왕님도 이렇게 웃는다면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한편 문 밖에서 은라의 방방 뛰어대는 꼴과 방 안을 살피던 박겸은 영 껄끄러웠다. 한낱 영혼에 불과한 자에게 염라대왕이 머무는 궁의 귀한 손님방을 내어주다니, 너무나 큰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염라대왕을 보필해야 할 문 보좌관을 정말 말 그대로 안내인으로 쓰며 시간을 뺏고 있으니 더욱 민망하고 죄송스런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박겸은 문 보좌관에게 말했다.

  “보좌관님, 한낱 평민 출신 인간 영혼에게 너무 과한 방이 아닙니까?”

  “아니, 저승사자님. 왜 태클이신데요?”

  화장대까지 너무 고급스럽고 동양미가 넘친다며 방실거리던 은라는 별안간 날아오는 박겸의 꼬투리에 눈을 흘겼다. 자기네 집도 아니고, 자기가 돈 내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남의 방 좋은 거 가지고 트집을 잡는담?

  한편 문 보좌관은 사람 좋아보이는 정중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차피 이 궁의 방들은 다 이런 분위기입니다. 저승사자 그대가 묵을 방도 마찬가지지요.”

  “그렇다면 더더욱 이런 호사스런 방을 누릴 수는-”

  “아, 됐어요. 댁이 돈 내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좋은 방을 준다그러면 잔말 말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짐 풀어야 되는 거에요.”

  은라는 짐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지금 저승에서 자기의 유일한 짐이나 전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탁자 위에 놓은 서류봉투를 탁탁 두들기면서 박겸에게 말했다. 그런 은라의 말에 부하직원에게 지적당한 것처럼 황당한 표정이 된 박겸은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지금 뭐라고-”

  “어쨌든 나가요, 나가. 난 여기서 잘 거니까. 보좌관님, 감사합니다. 방 너무 좋아요! 이따 식사 보내주시는 것도 부탁드려요. 아, 염라대왕님께도 감사인사 전해주시구요.”

  “그러지요.”

  “그럼 내일 뵈요. 저승사자씨도 그만 고집부리고 그냥 얌전히 좋은 방 가서 주무세요. 휴가라고 생각하면 좋잖아요? 그럼 다들 안녕!”

  “잘 주무십시오, 은라 처자.”

  “네엡!”

  “이, 이봐-”

  드르륵. 쾅. 철컥. 할말 다한 은라는 문 보좌관의 굿나잇 인사만 받고는 냅다 미닫이문을 닫고 야무지게 잠금장치까지 걸었다. 제법 신이난 듯 꺄아- 하는 감탄사가 연신 들려오는 방문 앞에서 박겸과 문 보좌관은 잠시 멀뚱멀뚱 서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역시나 문 보좌관이었다.

  “사자님도 방으로 가시지요.”

  “아, 예, 예. 폐가 많습니다, 보좌관님.”

  은라의 보호자라도 되는 양- 사실상 서류상으로는 은라의 담당 저승사자가 됐을 뿐이긴 하지만 이 곳에 저 영혼의 친인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으니 결국 자신이 보호자가 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멋쩍은 마음에 박겸이 말했다. 문 보좌관은 그저 인자한 노인처럼 허허, 하는 눈웃음으로 웃어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처자의 말처럼 특별 휴가 정도로 생각하시지요. 저승사자 일이라는 게 나도 한 때 해봐서 아는데 그리 몸이 편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보좌관님께서도 저승사자 일을 하셨었습니까?”

  문 보좌관은 내려 놓았던 청사 초롱을 손에 들고 방향을 틀어 박겸이 머물 방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며 문 보좌관이 저승사자였다는 소리에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어 박겸이 말했다.

  “아주 오래 전에 했었지요. 으레 저승사자들이 처음 이 일을 하게 되듯 그렇게 말입니다.”

  “신기합니다. 저는 은퇴하신 저승사자분들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라서요.”

  “별 것 아닙니다. 넘치는 게 은퇴한 저승사자인 것을요. 자, 사자님이 머무실 곳은 여깁니다.”

  갓 저승사자가 된 박겸으로서는 일을 모두 마치고 무려 은퇴한 저승사자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했다. 자신의 미래를 먼저 본 느낌이랄까. 전설 속의 기인을 만난 느낌이랄까. 이상야릇하게 들뜨는 기분에 그저 문 보좌관을 졸졸 따라가던 중 어느새 박겸은 그가 머물 방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까 문 보좌관이 말했던 대로 미닫이문과 고풍스런 나뭇살의 무늬가 다채로운 방이었다.

  “그럼 편히 쉬시길.”

  “예, 감사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문 보좌관에게 박겸은 허리를 한껏 깊이 숙여 답인사를 했다. 염라대왕의 보좌관이라는 높은 직책, 그리고 전직 저승사자라는 점이 문 보좌관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담은 인사를 하게 했다. 청사초롱을 든 문 보좌관이 어느새 복도 끝으로 사라진 뒤에야 박겸은 자신이 머물 방의 문을 밀어 열었다.

  “대단하네.”

  문 보좌관의 말대로 그 곳은 은라의 방처럼 잘 꾸며진 정갈한 방이었다. 유일하게 다른 것이라면 화장대가 아니라 전신 거울이 놓여있다는 것 정도였다. 쉽게 오기 힘든 염라대왕의 궁궐에서 무려 손님 대우를 받으며 하룻밤을 묵게 되다니. 민폐라 여겼지만 막상 겪게 되니 절로 설레고 맘도 들떴다. 휴가라고 생각하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던 몸과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걸 느끼며 박겸이 방에 들어갔다. 탁. 문이 닫혔다. 은라에게도, 박겸에게도 그리고 문 보좌관과 염라대왕에게도 특별한 만남으로 기억될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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