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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트리플A
작가 : 피카대장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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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망각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성룡.
세상은 물론 가족에게조차 외면받으며 살다!

소심한 성격에 사나운 인상.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방황을 일삼던 성룡.
혹독하고도 파란만장한 사회 적응기가 시작되다!!

 
제 15 화
작성일 : 16-08-18 11:20     조회 : 545     추천 : 0     분량 : 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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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강성룡 이사

 

 

 

 “안녕하십니까?”

 하루하루 쇼핑몰이 성장해 가고 있어 여느 때와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는데 사무실에 송혜지가 앉아 있었다.

 “아영이 누나?”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려 아영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출근하라고 했어. 저 정도 커리어와 의지가 있는 아이를 놓치고 싶지는 않네.”

 얘기가 잘된 줄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얼굴 하나 믿고 쇼핑몰 차렸다가 망한 경험을 커리어라고 하나요? 게다가 심사에 불복하고 따지러 온 건 의지고요?”

 “강성룡 이사. 그래도 나는 투바니 쇼핑몰의 대표이자 소영이, 하은이 그리고 너까지 발굴해 낸 사람인데 한번 나를 믿어보지 않겠어? 이 누나를 말이야!”

 ‘강성룡 이사.’

 내 책상 위에 ‘재무이사 강성룡’이라고 적혀 있는 크리스털 명패가 놓여 있었다. 송혜지는 마음에 안 들지만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슬비가 송혜지 위입니다. 송혜지가 막내입니다. 괜찮겠습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마포 걸레를 잡고 바닥을 닦고 있던 슬비가 존경심을 가득 품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송혜지에게 투바니 쇼핑몰의 입사 원서와 함께 전속 계약서를 건네주었다.

 면접을 통해 뽑은 모델들은 프리랜서로 주 3회씩 나와서 촬영만 하면 되었고, 송혜지는 누나들과 슬비와 같이 투바니 쇼핑몰의 구성원이자 전속 모델로 받기로 했다.

 “이건 거의 노예 계약서 수준인데요?”

 “선택은 송혜지 씨의 몫입니다.”

 송혜지는 회사를 운영해 봐서인지 계약서 곳곳에 있는 함정을 한눈에 알아봤다.

 “소영이 언니도 여기에 사인했나요? 계약서대로라면 소영이 언니는 기획사에 못 들어갔을 텐데요.”

 송혜지는 소영이 누나와 안면이 있는 사이인가 보다.

 “창단 멤버인데 당연히 사인했죠. 안 그래도 그 부분 때문에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사인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집에 가시면 됩니다.”

 “제게 선택권은 없네요.”

 송혜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와 입사 원서에 사인을 했다.

 피팅 모델들은 관행상 동시에 여러 곳의 업체에서 일할 수 있고, 언제든 자유롭게 이직할 수 있었다.

 일의 특성상 대부분 20대 후반이면 은퇴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바니 쇼핑몰의 계약서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도 5년이나 되었다.

 사인을 하는 순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투바니 쇼핑몰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야 했다.

 “슬비야, 네가 하던 일들 송혜지 씨한테 전부 인계해 줘!”

 “네. 오빠!”

 송혜지는 나랑 같은 스무네 살이었다. 제대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살을 더 먹었다.

 “일단 출근을 하시면 1층부터 8층까지 올라오는 계단을 쓸고 닦고 광을 내셔야 해요. 시간은 9시까지예요.”

 “9시까지 출근인데 어떻게 9시까지 1층부터 8층까지 청소를…….”

 “그건 언니가 알아서 하셔야죠. 전 그동안 그렇게 일해왔어요. 그리고 질문은 받지 않아요.”

 “…….”

 슬비는 나에게 당한 그대로 송혜지에게 하고 있었다.

 “정수기 물이 떨어지기 전에 생수 통 교환해 주세요.”

 “네.”

 “사무실에서 핸드폰 통화 금지예요.”

 “네.”

 “지금처럼 선배 얘기하는데 짝다리 짚지 마세요.”

 “네.”

 “입수 보행도 금지예요.”

 “네.”

 “선배들과 얘기할 때는 항상 솔 이상 목소리를 올리세요. 지금 저랑 연애하나요?” 

 “아니에요. 죄송해요.”

 저건 내가 했던 게 아니었다. 가르쳐 준 적도 없었다. 나중에 써먹어야겠다.

 

 “야, 이슬비! 양말이랑 속옷 없잖아!”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사오겠습니다.”

 “혜지 언니! 제가 대표님이랑 이사님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들이 많으시니 속옷이랑 양말 떨어지지 않게 채워놓으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게 아니고 같은 여자 것도 아니고 남자 속옷까지 사다 놓기가 뭐해서…….”

 “강성룡 이사님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니들 스타킹은 물론 생리대까지 사다 놓으셨어요. 저희 투바니 쇼핑몰에서 남자와 여자는 없습니다.”

 슬비의 말에 괜히 아영이 누나와 하은이 누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

 

 아영이 누나와 상의할 게 있어서 점심을 먹고 같이 옥상에 올라왔는데 슬비와 송혜지가 있었다.

 “야, 이슬비 벽으로 가서 펴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지?”

 나와 아영이 누나를 발견한 슬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벽으로 달려갔다. 송혜지는 슬비한테 혼이라도 나고 있었는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왜 송혜지 씨가 차린 쇼핑몰이 두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망한지 아세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송혜지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작 이 정도에 눈물을 흘리는 송혜지 씨의 안일한 정신 상태 때문에 쇼핑몰이 망한 겁니다. 남자 속옷을 사오는 게 자존심이 상하나요? 아니면 나이 어린 슬비한테 혼나는 게 자존심 상하나요? 대체 왜 우는 거죠?”

 “아니, 전 그게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하실 거면 지금이라도 나가주세요.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송혜지 씨 때문에 괜히 저만 나쁜 놈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아직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옥상에 다른 층의 직원들이 많이 있었고, 불쾌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충고하죠. 지금 송혜지 씨가 하는 일은 나이 어린 슬비도 했었던 일이고, 그전에는 제가 했던 일입니다. 송혜지 씨가 가진 외모 말고 능력으로 이 회사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복사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뭐가 억울해서 그리 웁니까?”

 “…네. 이사님.”

 송혜지는 눈물을 머금고 사무실로 내려갔다.

 혜지와 슬비가 내려가자, 아영이 누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성룡아, 여기 앉아봐!”

 처음이었다.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던 사람인데, 아영이 누나는 처음으로 내게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성룡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혹시 예쁜 여자들을 괴롭히면 오르가즘이나 뭐 이런 걸 느끼는 건 아니지?”

 소영이 누나가 떠나고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더니, 어느새인가 나를 또 변태로 몰고 있었다.

 

 ***

 

 사무실로 돌아온 아영은 매출을 기록한 장부를 보고 있었다.

 아영은 성룡이가 들어올 때만 해도 쇼핑몰의 상승세가 반짝하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걸 알면서도 인원 충당을 하는 것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잠깐 장사가 잘된다고 무턱대고 인원을 뽑아놓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매출이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해고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매출은 점점 올라만 갔고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성룡이가 내놓은 아이템들의 호응이 제법 좋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성룡이가 추진한 기획안들은 제법 괜찮았을 뿐이지, 이 정도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을 오르게 할 만큼 획기적이거나 참신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 하더라도 대표의 자리에 있다 보면 일반 사원이 볼 수 없는 것들이 자연스레 보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아영은 지금 매출 장부에서 뭔가 정상적이지 못한 이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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