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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트리플A
작가 : 피카대장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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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망각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성룡.
세상은 물론 가족에게조차 외면받으며 살다!

소심한 성격에 사나운 인상.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방황을 일삼던 성룡.
혹독하고도 파란만장한 사회 적응기가 시작되다!!

 
제 8 화
작성일 : 16-08-18 10:30     조회 : 470     추천 : 0     분량 : 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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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누나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월급도 올려주고, 나 역시 투바니 쇼핑몰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누나들의 협박에 못 이기는 척하고 쇼핑몰에 계속 다니기로 했다.

 수능 준비는 퇴근 후에 시간을 만들어서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퇴근 시간이 늦어지더니, 가끔 집에도 못 들어갈 만큼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투바니 쇼핑몰의 메인 상품은 아영이 누나가 직접 디자인을 한 옷들이고, 그 외의 옷들은 대부분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가져오는 것들이었다.

 아영이 누나가 디자인한 옷들은 그리 뛰어나거나 훌륭해 보이지 않았지만, 사진작가님께서는 항상 마법을 보여주셨다.

 평범한 옷도 누나들에게 입혀놓고 사진을 찍으면 아주 고급스럽고 예뻐 보였다.

 단지 작은 문제가 있다면 같은 55사이즈 옷이라 하더라도 누나들과 자신들의 체형이 다르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아영이 누나는 피팅 모델이자 회사의 대표로서 전반적인 업무를 거의 다 하고 있다가 잡일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계속 나에게 업무를 넘겼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지 아영이 누나는 피팅 일도 모두 하은이 누나와 소영이 누나에게 넘겨 버렸다.

 “아영 언니, 우리 피팅 모델 좀 더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언니 우리 사람 좀 더 구하자!”

 아영이 누나가 피팅 일에서 빠지면서 상품이 점점 늘어나자 소영이 누나와 하은이 누나는 피팅 일만 하는 것도 버거워 했다.

 “안 그래도 지금 알아보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힝. 나 클럽 못 간 지 한 달도 넘었단 말이야. 스트레스 좀 풀어야 하는데…….”

 곧 있으면 수능을 봐야 할 나는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있는데, 소영이 누나는 바빠진 일보다 클럽을 못 가서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아영 언니. 차라리 강남에 가서 대학생들 섭외해서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건 어때?”

 “너 섭외하러 간다는 핑계로 강남 가서 놀려고 하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하은이 누나 역시 소영이 누나와 다를 게 없었다.

 “헤헤.”

 아영이 누나가 아니었으면 투바니 쇼핑몰은 망했어도 열두 번은 더 망했을 것이다.

 “아영이 누나. 하은이 누나 목적이 불순하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 같아요.”

 “그래?”

 지금도 하는 일이 많아 가급적 나서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도 옷만 찍은 사진 올려놓다가, 전문 모델을 써서 우리처럼 옷을 입고 올리는 곳이 많아졌어요.”

 “그거야 나도 알지.”

 “그래서 제 생각은 컨셉에 따라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컨셉에 따라?”

 “네. 각자의 매력에 따라 전담을 하는 거죠. 하은이 누나하고 소영이 누나야 밑바탕이 훌륭해서 어지간한 옷들은 다 훌륭하게 소화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최대한 각자의 개성에 맞춰서 찍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성룡이가 보는 눈이 좀 있네.”

 “그러게!”

 하은이 누나하고 소영이 누나는 팩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예쁘다는 말에 좋아할 뿐이었다.

 “계속 얘기해 봐.”

 “가령 셔츠나 재킷 같은 정장 계열의 럭셔리한 옷들은 누나가 맡고, 미니스커트나 노출이 좀 있는 옷들은 하은이 누나가. 그리고 소영이 누나는 러블리한 옷들을 전담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 같기는 한데 그거랑 아르바이트를 쓰는 거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아르바이트를 쓰면 조금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고, 누나들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잖아요. 같은 55사이즈라고 하더라도 사진 밑에 모델의 키와 다리 길이, 허리와 가슴 사이즈 같은 것들을 적어놓으면 지금보다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흠…….”

 “홈페이지를 관리하다 보니 컴플레인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부분이거든요. 자신들의 체형은 생각하지 못하고, 누나들이 입은 모습만 보고 구매했다가 낭패를 당하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어요. 솔직히 얘기해서 누나들 몸매가 좀 사기이긴 하잖아요.”

 “헤헤. 그런가?”

 “그런데 성룡아, 너 군대 제대하고 첫 직장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대단한데?”

 누나들은 아주 불손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똥개도 서당 옆에 있으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하물며 난 게임으로 키운 분석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게임을 그저 오락으로만 여기는데, 머리가 나쁘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게임이었다.

 초 단위로 분석을 하고 절대 깨지 못할 것 같은 보스 몬스터도 기어코 파훼법을 찾아내는 것이 게이머들이었다.

 분석력, 이해력, 순발력, 응용력 같은 것들은 게이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었다.

 

 ***

 

 금요일 저녁.

 나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누나들은 강남으로 피팅 모델을 섭외하러 갔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누나들이 나까지 끌고 왔다는 것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보이고, 클럽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들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누나들은 일을 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하게 치장을 하고 왔다.

 그나마 믿고 있던 아영이 누나까지도 말이다.

 거리에는 누나들 말고도 많은 여자들이 내 두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강남, 강남 하는 것 같았다.

 누나들은 강남에 도착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홀릭’이라는 클럽으로 들어갔다.

 홀릭 앞에는 입장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누나들과 눈이 마주친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 줄을 무시하고, 누나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난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이 신경 쓰여 맨 뒤로 가서 줄을 섰다.

 클럽 안에서 인원을 조절하는지 40분이나 기다려서야 내가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들러주세요.”

 하지만 직원은 입장시켜 주지 않았다.

 “네?”

 “자리가 꽉 찼습니다. 다음에 들러주세요.”

 40분을 기다렸는데 클럽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클럽 물관리라도 하는지 거절을 당한 것이었다.

 누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삐! 소리가 들리면 통화료가 부과되오니…….

 누나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삐! 소리가 들리면 통화료가 부과되오니…….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는지 누나들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누나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소영과 하은은 물론이고 아영까지 세 사람은 정말 춤과 음악을 사랑했다.

 남들은 클럽에 자주 간다고 하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는 하지만 그런 시선 따위는 그녀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음악이 좋았고,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몸이 저절로 바운스를 타고 움직였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춤도 실컷 출 수 기회와 장소가 흔치 않았다.

 클럽이나 가야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끊이지 않고 연락처를 물어보는 남자들 때문에 마냥 자유로울 순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전문대를 졸업하고, 먹고살려고 투바니 쇼핑몰을 차리고 나니 점점 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서였나 보다.

 섭외 하던 것도 잠시 클럽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음악에 취해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고, 세 명의 여자는 새벽이 되어 클럽을 나와서야 성룡이 옆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라! 근데 성룡이 언제 갔지?”

 “같이 들어오기는 했나?”

 “같이 들어는 왔을걸? 힘들어서 먼저 갔나 보네!”

 “나쁜 놈! 나이도 제일 어린 것이 힘들다고 제일 먼저 도망갔네. 혼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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