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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트리플A
작가 : 피카대장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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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망각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성룡.
세상은 물론 가족에게조차 외면받으며 살다!

소심한 성격에 사나운 인상.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방황을 일삼던 성룡.
혹독하고도 파란만장한 사회 적응기가 시작되다!!

 
제 10 화
작성일 : 16-08-18 10:30     조회 : 565     추천 : 0     분량 : 3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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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질문은 받지 않는다. 실시!

 

 

 

 김밥천국에서 굴욕을 당한 다음 날 아영이 누나는 이슬비를 투바니 쇼핑몰에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전 반대입니다.”

 당연히 난 용납할 수 없었다.

 “성룡아, 그렇게 흥분만 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 너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부분이잖아.”

 아영이 누나는 내 기분은 전혀 생각해 주지 않았다.

 “누나가 끝까지 이슬비를 받아야 하겠다고 하시면 차라리 제가 나갈게요.”

 “성룡이 너한테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지.”

 하은이 누나가 또 깜빡이도 안 켜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항상 마음에 안 들지만 오늘따라 더 마음에 안 들었다.

 “학생이 학교에서 잘렸으면 공부를 해서 검정고시 볼 생각을 해야지, 취직이라니요. 게다가 우리 회사로 들어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예요?”

 “말이 왜 안 돼? 몸매 되지! 얼굴 되지! 부모 동의 있겠다. 뭐가 문제야. 공부도 자기가 알아서 검정고시 본다잖아.”

 “전 외모보다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그렇게 인성이 좋아서 학생들 담배 핀다고 사진 찍어서 교육청에 올렸어?”

 “솔직히 제가 그렇게 잘못된 행동을 한 건 아니잖아요. 누나들도 알다시피 요즘 고등학생들이 어른이 말을 한다고 듣기나 하나요? 괜히 덤비기라도 하면 저만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고요. 여자애들이라 때릴 수도 없고 말이에요.”

 “그래. 네 말대로 넌 잘못한 게 없으니 슬비가 들어와도 상관없잖아. 넌 당당하니까! 우리는 사람이 필요하고, 슬비는 직장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서로 좋은 거잖아.”

 “누나들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 진짜 그만두겠습니다. 클럽에서도 버려놓고 가고, 어제도 버려놓고 가고 진짜 우리가 한 식구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

 “…….”

 “…….”

 너무 흥분했나 보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 말았다.

 “성룡이 먼저 갔었던 게 아니고 아예 들어오지도 못한 거였어? 그래서 삐져서 다음 날 출근 안 한 거고?”

 “아이고. 배야! 언니 나 좀 잡아줘! 아, 웃겨 죽겠네. 너 힘들어서 안 나온 게 아니고 삐져서 안 나온 거였다고?”

 소영이 누나가 배를 잡고 쓰러지더니 웃기 시작했다.

 “대박! 그러고 보니 성룡이가 너무 안 가꾸기는 해!”

 하은이 누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불쾌했다.

 클럽 사건 이후로 번화가의 큰 헤어숍에서 머리도 하고, 친누나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사서 입고 있었다.

 

 ***

 

 나의 의사는 결국 누나들에 의해 묵살되었고, 이슬비는 다음 날부터 투바니 쇼핑몰에 출근을 했다.

 “슬비야, 언니들 피팅하러 다녀올게. 성룡이 오빠 말 잘 듣고 있어!”

 “네. 언니!”

 쇼핑몰 회사에 들어왔으니 바로 피팅을 할 거라 생각했겠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아무리 타고난 체형이 좋아도 기본적으로 필라테스와 몸매 교정을 몇 달은 받아야 필드를 뛸 수 있었다.

 더러 바로 피팅을 시켜주는 쇼핑몰도 있지만, 아영이 누나는 일에 대해서 철저한 사람이라 밑바닥부터 배우라고 이슬비를 내 부사수로 임명해 주었다.

 “잘 들어. 한 번만 설명한다.”

 “네. 오빠!”

 “놀러왔어? 어디서 오빠야. 선배님이라 불러.”

 “…네, 선배님.”

 “출근을 함과 동시에 네가 담배 피우고 침을 뱉고 꽁초를 버렸던 계단을 청소한다.”

 “…네.”

 “대답할 때 선배님 붙이고, 누나들이 출근을 하면 커피를 탄다.”

 “네. 선배님.”

 “홈페이지에 접속해 고객들 불만 사항이나 택배 진행 사항을 체크한다.”

 “네. 선배님.”

 “창고에 들어가서 상품별로, 사이즈별로 정리를 하고 포장을 시작한다.”

 “네. 선배님.”

 “포장을 할 때는 불량은 없는지, 주소와 연락처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두 번 이상 확인을 한다.”

 “네. 선배님.”

 “앞으로 컴플레인 전화도 네 핸드폰으로 연결되게 해놓을 테니 모르는 번호라도 반드시 전화를 받는다.”

 “네. 선배님.”

 “퇴근 후에도 마찬가지이며, 소란스러운 곳에 있다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는 건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클럽 같은 곳에 갈 때는 특히 주의한다.”

 “네. 선배님.”

 “선배가 말할 때 짝다리 짚지 말고, 입수 보행 금지, 사무실에서 껌을 씹는 것과 같은 불손한 행동 금지. 사적인 통화 금지.”

 “그런데…….”

 “질문은 받지 않는다. 실시!”

 편안하게 공부를 하면 되는데, 굳이 벌주를 원하는 이슬비를 위해 사회의 쓴맛을 알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야! 강성룡! 슬비 네가 또 울렸지?”

 슬비가 출근하고 3일째 되던 아침에 하은이 누나가 성난 멧돼지마냥 내게 달려들었다.

 “저 아닌데요?”

 “네가 아니면 왜 슬비가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건데? “

 슬비를 괴롭히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했다. 그저 내가 하던 일의 일부를 슬비에게 넘겨주기만 하면 됐다.

 하루하루 일거리가 늘어서 혼자 세 명의 몫을 하고 있던 찰나에, 일부러 힘들고, 짜증나고, 복잡한 일들만 슬비에게 넘겨 버렸다.

 “힘든가 보죠 뭐!”

 하은이 누나를 간단히 무시하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군대에서 배운 아주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슬비를 괴롭혔기에 누나들도 나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슬비 덕분에 난 아침에 옥상에 올라와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벌써 겨울이 오려는지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그래도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법 운치가 있었다.

 게다가 근무시간에 나와서 누나들한테 방해받지 않고 여유 있게 마시는 모닝커피는 정말 꿀맛이었다.

 “선배님, 저도 담배 하나만 피울게요.”

 슬비가 눈이 퉁퉁 부어서 옥상으로 올라왔다.

 “저기 구석 가서 피워라.”

 “네. 선배님.”

 이미 담배를 배운 애한테 피우지 말라곤 할 수 없어서 구석으로 보냈다.

 등을 돌려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슬비의 어깨가 떨리는 게 보였다.

 “야, 또 우냐? 힘들어?”

 “아니에요.”

 “그래? 그래 그럼. 난 또 힘든 줄 알았지.”

 아직 교육이 덜 됐는지 슬비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

 

 언젠가부터 아영은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룡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룡을 보고 있자면 뭔가 힐링이 되는 것처럼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성룡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한 사람이었다.

 오늘만 봐도 그렇다.

 자신과 소영, 하은이는 직장 상사이자 고용주나 마찬가지라 어려운 사람이라 그렇다 치지만, 성룡이는 본인을 위해 자신이 일부러 슬비를 데리고 왔다는 것도 모른 채 그저 눈엣 가시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춘기가 지난 여자는 남자의 외모만을 보고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지만, 남자는 다르다고 알고 있었다.

 남자는 사춘기가 지나도 여자의 아름다운 외모만을 보고도 사랑에 빠진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투바니 쇼핑몰에 있는 네 명의 여자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룡은 아영을 비롯해 누나들 세 명에게는 항상 경계 어린 시선으로 최대한 멀리 하려 노력하는 게 보였고, 새로 들어온 슬비는 못 잡아먹어서 난리였다.

 하지만 왠지 그런 성룡의 모습이 아영에게 미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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