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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트리플A
작가 : 피카대장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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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망각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성룡.
세상은 물론 가족에게조차 외면받으며 살다!

소심한 성격에 사나운 인상.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방황을 일삼던 성룡.
혹독하고도 파란만장한 사회 적응기가 시작되다!!

 
제 2 화
작성일 : 16-08-18 10:21     조회 : 581     추천 : 0     분량 : 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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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취미: 스타크래프트

 

 

 

 선임들은 나를 6차원이라고 불렀었다.

 

 ‘성룡아, 네가 살던 곳에서 그만 나와서 우리들의 세상으로 와라. 그렇지 않으면 넌 매일 구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다.’

 

 며칠에 한 번꼴로 선임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말년 병장이었던 조성민 병장이 내게 해준 말이었다.

 애초에 인내심이란 걸 모르고 살았던 나는 싫으면 싫은 티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선임들의 구타가 날아들어 왔었다.

 게임 세상에서 2년 가까이 살다 온 나의 도덕적, 사회적 관념이 남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순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결국 난 군대에 있던 시간 동안 6차원의 세계에 있던 정신세계를 4차원까지 이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성룡아, 제대하면 건설 현장에 가서 며칠만이라도 일해봐라!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거다.’

 

 그나마 나를 사람 취급해 주고 안타깝게 대해주었던 조성민 병장이 제대하는 날 내게 해준 말이었다.

 

 ***

 

 조성민 병장의 말이 생각난 나는 누나에게 개 무시를 당한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나 일용직 근로자들을 소집하는 곳으로 갔다.

 대부분 40대 이상의 아저씨들이 모여 계셨고, 모두 건설 현장은 기피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난 적극적으로 가고 싶다는 행동을 보여 쉽게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뽑힐 수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말로만 듣던 벽돌 나르기였다.

 1층에 있는 벽돌을 30개씩 등에 진 지게에 쌓아 3층으로 나르는 것이었다.

 SCV가 미네랄을 캐는 것만큼 단순한 일이었다.

 “젊은 사람이 대단하네그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첫 번째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같이 벽돌을 나르던 아저씨가 나를 칭찬해 주셨다.

 ‘살면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같이 벽돌을 나르던 아저씨는 나를 대견하다는 듯 쳐다보고 계셨지만, 사실 난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군대라는 곳은 나의 인내심을 끝없이 강하게 만들어주었지만, 몇 시간의 벽돌 나르기는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도록 만들었다. 극한의 인내심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칭찬을 듣고 나자 아저씨들의 얼굴에 묻어나는 고단함이 보였다. 나만 힘든 건 아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난 도망갈 궁리를 했던 것도 잠시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저씨들과 함께 일을 끝마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리고 난 강철 같은 의지로 저녁 6시까지 도망가지 않고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어이 젊은이! 내일도 나올 거면 이리로 바로 오게! 괜히 수수료 내지 말고 말이야!”

 단 하루 만에 소장님은 나의 능력을 알아보았는지 따듯한 말을 건네주었다.

 사람을 볼 줄 아는 분이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힘든 일을 해서인지 삼겹살에 소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나마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은 아직 제대를 하지 않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구워 먹을 요량으로 스물세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을 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소주까지 마저 사서 들어갔다.

 집에 오니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식사 중이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선 순간 무거운 침묵이 시작되었다.

 정적.

 모두 내가 들고 있는 소주병에 시선이 가 있었다. 기분 좋은 눈빛은 아니었다.

 “구워주세요.”

 어머니는 식사를 하다 말고 아무런 말없이 삼겹살을 받아 굽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군대 가기 전에 매일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아침에서야 잠들었던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은 기억이 없었다.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가 감돌아 저절로 소주에 눈이 갔다.

 군대 가기 전이었다면 컵을 가져와 혼자 마셨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경우에 맞지 않는 행동인 것 같았다.

 “같이 마시겠느냐?”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데 다행히 아버지가 먼저 말을 건네주셨다.

 “…네.”

 아버지의 말을 들으셨는지 어머니가 삼겹살과 함께 소주잔을 갖다 주셨다.

 “뭘 하다가 왔느냐?”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아버지셨는데, 벽돌을 나르고 와 땀 냄새가 심하게 났는지 2년 만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셨다.

 “벽돌 나르고 왔습니다.”

 “…….”

 “…….”

 “…….”

 사실을 말했는데도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땀과 먼지가 뒤범벅이 된 채 들어온 나를 보고 어디 가서 싸움이라도 하고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짧은 대화를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 하루뿐이었지만 난 남모를 성취감을 얻었고 계속 건설 현장에 나가려 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움직이지 말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3일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3일째 저녁, 내 방에 들어와 살며시 내 손을 잡고 우는 어머니를 보았다.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3일을 집에서 누워 있었던 나는 건설 현장 일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하루 일하고 3일을 집에 누워 있으면 득보다 실이 많았다. 그래도 일당을 받아서 차비와 점심값이 해결되었기에 직장을 알아보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뭘 해야 하지?’

 할 줄 아는 거라곤 싸움, 스타, 노블레스밖에 없으니 갈 데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게임으로 인해 컴퓨터에 익숙했고, 구인 사이트를 뒤지다 제법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투바니 쇼핑몰.

 홈페이지에 주문된 옷을 창고에서 찾아 택배로 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여기가 좋겠군.’

 홈페이지에 있던 연락처로 전화를 하고 동대문에 있는 투바니 쇼핑몰 사무실로 찾아갔다.

 제법 인지도가 있는 사이트라 나이가 있으신 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우리 누나 또래의 여자가 나와 면접을 봤다.

 

 ‘성룡아, 넌 말을 길게 하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으니 최대한 말을 줄여라. 말이란 게 말이다… 목에서 시작해서 뇌를 거쳐 입으로 나와야 하는데 너는 목에서 입으로 바로 나오는 경향이 있으니, 최대한 닥치고 사는 게 차라리 네 인생에 도움이 될 거다.’

 

 조성민 병장이 내게 해준 또 다른 말이 생각나서 최대한 되새기며 면접에 임했다.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강성룡 씨.”

 조성민 병장의 말을 들어서인지 난 어렵지 않게 취직에 성공을 할 수 있었다.

 첫날에는 긴장을 해서 몰랐는데, 투바니 쇼핑몰 사무실에는 온통 여자들뿐이었다.

 사무실에는 쇼핑몰 사장이자 피팅 모델인 이아영 대표님과 두 명의 피팅 모델이 더 있었다.

 내 업무는 구인 광고에 나왔던 것처럼 주문한 옷을 찾아 택배로 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고객들의 질문이나 컴플레인 글에 답글을 달아주는 일이 전부였다.

 

 ***

 

 투바니 쇼핑몰 이아영 대표는 성룡이의 이력서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동생들이자 쇼핑몰의 메인 모델인 윤소영과 정하은만으로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아영 대표는 인터넷에 구인 광고를 내면서도 그저 사지만 멀쩡하면 바로 일을 시킬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성룡의 면접을 보면서도 이력서는 제대로 보지 않았다.

 전역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구릿 빛 피부에 튼튼해 보이는 몸을 갖고 있었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룡이의 이력서를 본 이아영 대표는 어쩌면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한 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취미: 스타크래프트

 특기: 무대포 질럿

 희망연봉: 1,04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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