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생일의 아침이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하나로 땋은 후 방 밖으로 나섰다.
“좋은 아침이구나. 생일 축하한단다.”
어머니의 얼굴에 가깝게 고개를 숙이자 볼에 가벼운 입맞춤이 이루어졌다. 주름 가득한 그녀의 손을 잡고 밥상 옆에 앉았다.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때마침 세수를 마친 아버지도 상 앞으로 다가오셨다.
“일어났구나. 진주야 생일 축하한다. 바라는 선물은 없니?”
어머니와 다른 방향의 볼에 입을 맞추시며 물어보신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이렇게 지내는 것이 선물이자 행복이에요.”
두 분은 기뻐하면서도 다른 무언가를 해주고 싶으신가 보다. 미소를 지었지만, 표정에 시무룩함이 보인다.
“그러면... 깨끗한 흰색의 손수건을 가지고 싶어요.”
“그래! 할멈과 같이 장에 가서 찾아보마!”
“응응. 그래요. 요즘 바깥 물건을 많이 들여놓는 모양이니 신문에서 나온 아가씨들이 많이 쓴다는 하늘하늘한 손수건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지만 뭘 고를까 고민하며 행복한 모습에 그저 미소 지었습니다.
문밖을 나서자 같은 반 학우인 겨울이가 보입니다. 날카로운 눈매에 새초롬한 표정을 보면 여우가 생각나는 아이입니다.
“뭘 봐! 눈 돌려!”
조용히 바라보던 나를 발견했는지 주황빛이 감도는 눈을 부릅뜨고 버럭 소리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걸어갑니다.
그 모습을 보며 한걸음 뒤에서 따라갑니다.
“왜 따라와!”
“같은 학교니까. 같은 방향이야.”
“늘 생각하는 거지만 너 같은 괴물이 학교에 간다니 소름 끼쳐.”
“내 이름은 괴물이 아니라 진주야”
“괴물에게 불러줄 이름은 없어.”
그녀는 흥하고 혀를 차며 먼저 교실 안으로 들어가 착석합니다. 나도 따라서 내 자리에 앉아 책을 꺼냅니다. 겨울이와 내가 들어오자 반 분위기가 술렁입니다. 같이 온 것이 신기했을까요. 속닥거림과 시선을 무시한 채 수업준비를 마칩니다.
“자자 조용. 곧 수업시간인데 너무 시끄럽다. 전학생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지.”
드르륵 소리와 함께 미닫이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완벽한 원형의 안경이 인상적이십니다. 그 뒤를 따라 키가 큰 단정한 외모의 남학생이 들어옵니다.
“이름은 지함이라고 하니 싸우지 말고 전학생이라고 너무 귀찮게 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모두 잘 부탁해!”
선생님이 귀찮게라고 말을 꺼낼 때 우우하는 야유의 소리를 내며 아이들은 환영의 박수를 칩니다.
“자리는 진주의 옆이 비었으니 거기에 앉으렴.”
내 자리는 맨 뒤의 창가 자리.
“네, 선생님.”
검푸른 머리카락. 조개껍데기 색 눈과 마주칩니다.
“안녕. 잘 부탁해. 이름이 뭐야?”
“진주라고 해. 나도... 잘 부탁해.”
작게 속삭이며 첫 번째 수업을 듣습니다.
기다 긴 인연이 될 약속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