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우리 형들에게,
형들, 앞에 내가 쓴 글은 잘 읽어 봤어? 형들을 위한 나의 팬픽이야.
형들의 개성과 성격을 잘 살려서 썼는지 평가 좀 부탁해. 형들의 솔직한 평가는 막내의 글쓰기에 영양제와 밑반찬이 되어 줄 거야.
그리고, 이 글을 팬픽이라고 해야 하나 싶은 게, 삼 년 전 내가 2박 3일 동안 형들의 구박을 받으며 촬영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을 적은 글 이거든. 그러고 보니, 벌써 우리가 그 공중파 버라이어티 촬영을 한 게 삼 년이 지났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정말 한여름 밤의 꿈 같아. 내가 그때 틈틈이 찍은 동영상이 없었으면 나 자신조차도 카메라에 찍히지 않은 그 날의 기억들을 완전히 잊혀 버릴 뻔 했지 뭐야.
소나무 들에서 깨어난 네 명의 영혼과 그림 속에는 자리 잡고 있지만 그림 제목인 “일월오봉도”에는 나오지도 네 그루의 소나무들 이야기. 누가 그렸는지 알려지지 않은 작화가의 이름과 창덕궁의 기둥이 되어 있는 몇백 년 전의 몸. 내가 그때 댄형에게 어느 기둥인지 알아내지 못한걸 정말 후회하는 중이야! 옛날 이야기 속 환상 같겠지만 우리가 한 여름날 써 내려 갔었던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못 믿겠으면, 궁금하면 나에게 오세요. 내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 보여줄게.
내가 새삼스레 그날들의 일을 글로 적은 이유는 2박 3일 동안 우리가 찍었던 공중파 버라이어티 방송의 일들은 기억하면서, 방송 카메라를 비껴가며 우리가 엉켰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답답해서야.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형들은 내가 몰래카메라에 당했냐며, 혼자 무슨 방송 찍었었느냐며 놀려대기 일쑤고, 얼마나 서러웠는줄 알아. 그때마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영상들을 그때그때 보여주고 싶었으나, 형들에게 깜짝 선물로 주고 싶어서 간직하고 있다가 이렇게 팬픽으로 글을 쓰게 되었어. 내가 촬영해 놓은 영상들 보면서, 나의 글쓰기 연습용으로 적은 글이라 우리 외에는 아무도 읽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 적고 나니 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고 뿌듯하네.
이렇게 팬픽을 쓰는데 삼 년이나 걸린 이유는, 처음 일 년 정도는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었고, 그 이후로는 내가 살면서 A4용지 한 장 이상의 글을 적어 본적이 없는 데다, 우리 팀의 아주 바쁜 일정으로 내가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없어서였어. 하지만 지난 삼 년 동안 작곡을 위해서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완성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었지.
그렇게 내가 팬픽 쓰는걸 빨리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끌고 있는데, 케니형이 몇 달 전에 팬들 위한 동영상을 촬영한걸 올렸더라고. 한강 잠원지구에 스태프 분들이랑 같이 가서 그림 그리기 하는 내용인데, 나무 세 그루를 그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몇 번을 강조하는 거야! 그러면서 “나무가 저렇게 외롭게 있네요. 너무 외로워 보인다, 너! 외로워 보이지 않게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 나무는 뭐랄까…” 이런 말을 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계속하는데, 가슴이 저리더라고. 케니형이 그 비디오 끝에 자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신기하네. 진짜, 왜지? 왜 그런 거지? 뭔가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신기하네요.”, 그렇게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혼잣말을 해대더니 “저희 팀 많이 사랑해주세요. 5월에 또 봐요. 아, 지금 5월이구나!”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이 글을 읽고 알았으면 해서 정말 몇달 동안 팬픽 완성하기에만 집중했었어. 내가 빨리 글을 써서 케니형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케니형이 잊어버린 소중한 기억이 무엇인지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었어!
내가 정말 고생한 걸 알아줘야해! 박수 무당, 왕, 소나무 영혼에 대한 기이한 내용에 대한 기억만 사라진 형들과 나를 위해서 내가 동영상 다시 돌려가며 이야기로 엮었어. 동영상들 다 돌려 보는데 시간 엄청나게 많이 걸렸어. 그래도, 형들을 위해서 내가 잘 조합해서 적었어.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형들의 생각이라든지, 녹화되지 않은 상황은 내가 좀 만들어 넣었어. 이해해줘. 그리고 캐릭터들이 몇백 년 전의 옛날일 회상하는 장면들에서 모두 똑같은 어투를 사용했는데,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도 내가 글 쓰는 초보라 어쩔 수 없이 다 똑같이 표현되었어. 그러려니 해줘! 내가 글을 잘 썼다 못 썼다는 분쟁이나 우리가 실제로 이런 일을 겪었다 아니다 등의 말다툼도 말아줘. 난 그냥 내가 이 글을 완성한 것 자체가 대견스러워.
다 알고 있겠지만, 그때 2박 3일 동안 내가 핸드폰으로 촬영한 비디오 다 날아갔다고 말한 거. 사실 그날, 창덕궁 ‘한낮의 고궁 산책’에서 넘어지는 빈형을 잡으려고 핸드폰 떨어뜨려서 우리의 동영상 다 날아갔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내가 2박 3일 동안 열심히 우리 형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제정신의 사람들이 할 내용의 대화가 아닌 거야. 그래서 매니저 형이랑 대표님께 거짓말을 해서 숨겼어. 사실 그때 일들은 세 개의 대용량 메모리 카드에 동영상으로 담았는데, 모두 내가 잘 가지고 있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니까 매니저 형과 대표님에게는 절대 비밀이야.
그리고, 나만 그때 우리 형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 아닌가 봐. 버라이어티 쇼 촬영 분량에도 우리의 정신 나간 대화 내용이 많이 찍혔고 또 그걸 덮으려고 선유도에서 멤버 한 명 당 소나무 하나씩 붙잡고 빈형이 주문 외워서 잘 마무리하는 내용으로도 찍어 가셨는데도 방송에는 다 편집하셨더라고. 방송에서 잘 편집돼서 우리가 정신병자처럼 안 보이게 방송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도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린다고!
특히 나비형의 추천 장소였던 ‘한낮의 숲속 산책’과 소나기, 캬! 신의 한 수였어. 감독님이 편집을 잘해주셔서 우리가 마치 의견 분쟁이 있었다가 소나기 맞으며 진하게, 남자답게 화해하는 모습으로 방송에 나갔잖아! 그리고 수영장! 대박이었어! 그 덕분에 우리 팀 인지도 확 올라갔었지.
그리고 나는 내가 또 대견스러운 게 댄형이 시킨 왕 역할을 내가 정말 훌륭하게 해냈다는 거야. 동영상에 보면 댄형이 나에게 빈형을 완전히 속여야 하니 왕에 빙의 되어서 “불로불사의 영혼을 거두어 제자리로 돌아가라”라고 실감 나게 잘 해야 한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는지! 지금이야 빈형이 주술 외우던 선비 기억이 없으니 망정이지, 그 당시만 해도 얼마나 마을 졸였는지 몰라. 내가 가짜 왕이란 걸 빈 형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빈형 앞에서 완전 말 수 줄이고, 형이 이야기할 때 단답형으로만 답하고, 호텔 수영장에서는 계속 다른 형들하고만 놀고! 지금 촬영된 비디오랑 방송 다시 보기 하면 얼마나 웃긴지. 그래도 빈형이 잘 속아 주었으니, 모두 만족하면 된 것 같아. 그리고 지금 형들이 그때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내가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거니까 모두가 만족하는 거로 알고 있을게.
그리고 내가 글에 적지는 않았지만, 빈형이 소나무 형들 동의 없이 먼저 제자리로 돌려보냈다고 얼마나 죄의식을 가지던지 글로 다 표현을 못 했네. 지금 우리 모두 다 빈형을 정말 격하게 아끼고 사랑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넣어두세요.
사실은, 형들 안에 있는 몇백 년을 살아온 영혼이 정말 사라졌을까 하고 가끔 의문이 들 때도 있었어.
나비형 DamnRa 노래 속 가사 속에 “듬직한 자태, 나무와 같네. 항상 이 자리에서 한 평생 뿌리 깊게. 나,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 난 달라져 가기에 완벽하다고. 사람을 못 믿게 된 사람마저도 상처를 내가 다 씻어내고 미소짓게 만들고 따뜻하게 다 품고 날아갈게.”라고 랩 하는데, 가슴이 또 철렁했었거든. 소나무랑 새들에 대한 기억을 가진 영혼이 아직도 형 안에 남아 있나? 이러면서.
그렇지만, 정말 소나무 영혼 같은 영생을 사는 영혼이 형들에게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하는 게 된 건, 그런 나비형의 다음 앨범의 다른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였어. “피 땀을 팔아 실력으로 환산해서 재능을 사재껴”라고 말하고, 또 다른 노래에서는 “타인과 경쟁 안 한다는 나도 아직 덜 익었나 봐, 다른 랩퍼가 나랑 같은 나이란 사실에 무너졌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난 오늘의 나와 싸운다고 이런 고민의 반복, 멍청함과 현명함이 오가고 오가며 성장하기를”이라고 말하는데, 아! 형이 나와 같은 이십 대의 청춘을 가진 영혼이구나 하고 알았어. 수백 년 된 영혼일 때에는 사라질 때와 방법만 고민하더니, 지금은 평범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잖아. 나비형은 정말, 진짜, 제발! 나를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들지 말아줘.
다른 형들은 지금 잘 하고 있으니까, 내가 걱정을 안 하네.
내가 글 쓴다고 고생했으니까, 밥 사줘. 한사람이 저녁 한 끼씩 푸짐하게 사야 해. 이렇게 나는 일주일 저녁을 형들과 해결할 걸 생각하니 벌써 행복하네. 하하. 내가 뭐 좋아하는지 알지, 형들!
형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막내 효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