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의 이야기 **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은 1412년인 태종 12에 건립되었다. 돈화문은 왕의 행차와 같은 의례가 있을 때 출입문으로 사용했고, 신하들은 서쪽의 금호문으로 드나들었다” 출발전에는 창덕궁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이 없더니, 지금은 제작진이 건넨 창덕궁을 소개하는 글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다.
효기와 있어 우리 둘이서 반반 나누어 외우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 될뻔한 촬영이다.
돈화문을 지나 금천교라는 돌다리를 건너 진선문을 지나 인정전에 도착했다. 이제 겨우 두번째 그림판을 보며 설명을 했는데, 기진맥진이다. “자, 인정전으로 들어가 보지요”라는 나의 말과 함께 촬영팀이 움직이고, 나와 효기가 카메라에서 벗어난다.
우리 둘도 천천히 모두의 뒤를 따라 진선문을 지나 인정전 안으로 들어선다.
인정전을 발라보며 멈춰선 효기와 나.
모든 사람이 우리를 앞질러 정면으로 걸어간다. 조금 걸어가던 켄형이 씩 웃으며 돌아본다. 손에 든 핸드폰으로 우리를 촬영하고 있다.
인정전 근처에는 가보지도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우리, 효기가 갑자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둘의 셀카를 찍는다.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겨 얼굴을 옆으로 가져다 댄다. “웃어, 형!” 그렇게 사진을 찍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던 효기가 나에게로 몸을 돌리더니 그동안의 내 잘못으로 형이 너무 많은 고통을 받은 것 같다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는 정자세로 똑바로 서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아라.” 효기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려지며 나를 부른다. 나는 효기쪽으로 얼굴을 돌려 막내를 본다.
“너는 어명을 이행하여 네 그루의 소나무 영혼을 찾아 한 자리에 모았으니, 불로불사의 영혼을 거두어 제자리로 돌아가라”
의심하던 마음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던 머리가 멈춘다.
그때의 그 날처럼 다시 심장이 뛴다. 우리가 촬영을 시작한 첫날에 이어,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다시 두려움으로 내 심장이 날뛰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걱정말거라. 네가 네 개의 소나무 영혼을 찾을 때까지 나는 살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네 그루의 소나무 영혼을 찾아 한자리에 모으기 전까지는 죽지 못할 것이다.”
왕의 어명을 마지막으로 머리에 떠올리며 혁에게 대답한다.
“예,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