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의 이야기 **
창덕궁에서의 촬영이어서 오늘은 모두 다 같이 한복을 입었다. 한복이 제법 잘 어울리는 우리 모습에 기품이 흐른다.
어제 오후, 빈이 주술을 외우고 난 후에 효기와 빈, 둘 사이가 약간 어색해 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촬영이 시작되니 둘이 아주 죽이 잘 맞아 마음의 짐을 던다. 심지어 짝이 되려고 서로 사인을 주고받고 한다. 알면서도 모른 척, 둘이 짝이 되게 내버려 둔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대놓고 둘이 짝이 되게 해달라고 해서, 우리는 모두 시크하게 그러라는 대답을 던져준다.
그런 모습을 케니가 핸드폰 동영상에 담고 있다. 진행을 맡아야 하는 효기를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혼자 떠들며 찍고 있다. “영상에 형 목소리 다 들어가요!, 좀 조용히 하면서 찍어!” 효기의 일침이 날아온다.
이제야 제대로 된 우리의 일상 모습이 보인다.
택시를 팀별로 나누어 타고 출발한 우리는, 택시 안에서 작가님에게 창덕궁에서 어떤 게임을 하고 하는지 끝없이 묻고 물어 알아낸다. 창덕궁 안에서의 이동 경로인 돈화문,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 성정각 그리고 후원 이름을 외워서 촬영 마지막에 적어내는 게임이라고 한 번만 말씀해 주시더니, 기억나는 장소 이름 몇 개 말할 수 있냐고 되물으신다.
나와 같은 팀이 된 네오.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하지만 나는 내 몸이었던 소나무 기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창덕궁에 대한 어마어마한 조사를 했었었다. 술술술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신 장소를 순서대로 다시 읊는다. 우리 둘, 레오와 나는 오늘 오후 여장해서 증거 사진을 남겨야 하는 따위의 일은 없을 것이다.
“창덕궁은 1405년 태종 때 건립된 조선왕조의 왕궁입니다.” 먼저 도착한 빈과 효기가 진행을 위해 창덕궁에 대한 역사 기록을 외우고 있다. 효기가 나를 보자마자 감탄사부터 연발한다. “댄형이 리더여서 이런 거 다 막 형 시키면 잘해서 쉬울 줄 알았는데, 아… 너무 힘드네!” 이렇게 불평인지 나를 향한 칭찬인지를 들으며 모두가 모여 촬영이 시작된다. 방금까지 단어들이 입에 붙지 않아 힘들어하던 빈과 효기가 술술술 멘트를 이어간다.
그렇게 모든 게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 돈화문앞 주차장에서 시작된 촬영은 인정문을 지나 인정전으로 들어 섰을 때 살짝 촬영 대열을 벗어나는 홍빈과 혁이 보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나의 짝인 레오와 정면을 보며 앞으로 걸어나간다.
인정전 가운데 가만히 서 있어 본다. 오롯이 혼자가 된 듯 눈을 감고 이곳의 기운을 느끼며 서 있다.
눈을 떠 하늘을 본다. 여름의 햇살이 눈부시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인다.
햇빛 때문인지 눈앞에 현기증이 인다. 카메라에 그런 내 모습이 찍히지 않으려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러다 효기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 18화. 촬영 셋째 날, 10.00AM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