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의 이야기 **
내가 오늘 처음 빈의 존재를 알았을 때, 무엇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 무슨 질문을 하고 싶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많은 놀라운 일의 연속에 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오늘 오후 내내 댄형이 얼빠진 얼굴로 있었던 이유도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 당장 궁금한 것은 우리가 떠나면 이 아이들의 몸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죽어 버리나? 이 아이의 몸이 죽어야 우리가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새의 몸 안에 있을 때 항상 그랬었다. 나의 영혼이 담긴 새의 몸이 죽은 후 나의 영혼은 다른 새로 옮겨 갔다. 그 순간에 나의 선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아이의 몸이 죽어야 내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내가 강제로 떠나면, 이 아이 몸은 죽어 버리는 것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몸을 빌려주고 있는 이 아이들, 아니 청년들을 사랑한다. 우리가 비록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몸 원래의 영혼을 죽이고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몸 주인의 본능과 의지가 이끄는 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정을 불태우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우리가 떠나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를 해줘! 나는 여기서 이 아이의 몸을 죽이고, 인생을 죽이고, 재능까지 죽이고 싶지 않아. 이 아이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할 일도 많고, 사랑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받고 있는 사랑도 너무 커. 우리 영혼이 돌아가면 우리 팀도 사라지게 되는 거잖아. 난 아직 우리가 헤어질 준비가 안 돼 있어”
그리고 나와 우리 모두는 이제 우리 모두의 영혼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수백 년 동안 생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옮겨 다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어떻게 나의 영혼이 죽어가던 새에서 '나비'라고 불리는 몸으로 들어왔는지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식이 흐릿해지며 죽어가는 작은 새의 몸 안에서, 다음 생은 어느 것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나무 밑에서 그렇게 죽어가는 새를 양손으로 곱게 받아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사람이 나를 땅에서 집어 든 이유는 모른다.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죽었으면 묻어 주기 위해서인지, 살았으면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인지.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꼬마 아이와 엄마가 다가와 묻는다. “그 새 아픈가요?” 엄마의 질문에 그 사람이 양손에 받쳐 든, 마지막 숨을 남긴 나를 꼬마가 볼 수 있게 내밀어 본다. 꼬마는 손을 뻗어 죽어가는 새를 만지며 “아프지 마!”라고 말한다. 꼬마가 나를 만지자 나의 영혼이 꼬마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나의 영혼이 옮겨지는 순간 나의 영혼이 담겨 있던 철새는 마지막 심장박동이 멈추었다는 것을.
아프지 마, 라고 말해주던 꼬마의 껍질 안에 내 영혼이 들어왔다. 그 꼬마가 자라서 지금의 나비가 되었다. 나비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고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했다. 그렇게 꼬마의 껍질과 내 영혼이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꼬마, 나비의 껍질을 떠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