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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월오봉도 (日月五峯圖)
작가 : 별넷은꿈
작품등록일 : 2017.10.6

왕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살아있는 소나무의 영혼을 넣어 호위무사로 삼고 싶어 한다. 이 어명을 받은 박수 무당은 하늘의 기운을 건드려 소나무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 벌로 오백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죽지 못하고 살아, 현재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어 있다. 형제애로 뭉친 여섯 명의 멤버들은 2박 3일 촬영 중 그들 서로간의 비밀을 알게 되고, 박수 무당은 영생을 끝낼 단서를 찾아 나선다.

 
11화. 촬영 첫날, 23:00PM (11-1. 댄)
작성일 : 17-10-06 16:02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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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의 이야기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제작진이 오늘 하루 촬영을 마무리한다. 매니저 형에게 내일 아침 기상 시간과 촬영 시간에 대한 설명을 다시 듣고, 스케줄 체크를 다 하고 나니 벌써 밤 11가 넘어서고 있다. 내일 아침 어느 장소로 촬영을 가게 될지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제작진과 매니저 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우리 멤버들끼리 있게 되었다는 걸 몸이 먼저 안다. 몸에 힘이 빠지고, 피로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제작진이 돌아가고 우리만이 남겨지자 마자 하루종인 참았던 궁금증들이 폭발해 버린 나는 빈을 향해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앞으로 우리 어떻게 되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니?”

 “우리가 우연히 모인 건가?”

 "네가 우리를 한자리에 모은 거야?

 

 막상 입이 트이니 질문의 순서도 없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말들이 마구 튀어나와 버렸다. 현관 앞에 서서 빈을 향해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카메라 있지!”

 “우리 이러지 말고, 일단 소파에 앉자!”

 내 옆의 멤버들이 끼어들 틈도 주지 않고, 혼자 떠들고, 혼자 상황 정리 중이다. 나의 말에 우리 모두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카메라를 향해 팬들에게 인사!”

 “잘 자요”

 

 다정한 포즈로 카메라를 향해 저녁 인사를 건네고,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빈과 네오가 쓰고 있는 방으로 하나둘씩 들어간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카메라 앞에서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한다. 이런 건 말하지 않아도 정말 알아서들 잘 한다.

 

 케니를 선두로 방에 한 사람씩 들어가 모두 모였다.

 

 침대 위에 자리 잡고 앉은 효기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 우리를 촬영한다. “뭐 이런 것도 촬영해?”라며 네오가 입을 댄다. “내가 하라고 했어. 우리 이렇게 모인 것도 기념이라면 기념이잖아!”, “그렇긴 하네!”라고 말하며 네오는 효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효기 옆에, 침대 위에 자리 잡는다.

 

 소나무에서 영혼이 깨어난 우리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는 알았다.

 

 지금까지 빈의 이야기로는 우리가 왕이 그리던 그림 속으로 들어가야 되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태어난 영혼들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몇백 년을 살아온 내가 소나무였었던 때의 인생보다, 이 아이, 댄의 몸에 들어와 살아오며 지낸 몇 년이 더 치열하고 행복하다. 지금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연습과 노력으로 연습생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이렇게 데뷔를 했고, 그 후 수많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열정과 젊음을 쏟아붓고 있는 이 행복을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

 

 나는 빈에게 “내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던, 우리 팀을 깨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여기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는지, 너도 같이 고생해서 알잖아.”

 

 “형은 다시 영혼이 깨어나기 전의 소나무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야, 몇백 년 동안 심심하게 혼자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소나무로 살았었어!” 웃으며 빈의 질문을 농담으로 넘기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듯 끼어들 눈치만 보고 있는 켄을 바라본다.

 

 “형은 언제 댄형이 되었어. 아니 내 말은, 소나무 영혼이 언제 형 몸에 들어왔어?, 아니, 어떻게 들어왔어?”

 

 나와 눈이 마주친 케니가 두서없이 질문을 한다. 무슨 말인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알겠는데, 나처럼 논리 따위 하나도 없이 질문하나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이 방금전 빈에게 질문하던 내 모습 하고 똑같아서 그만 웃음보가 터져 버렸다.

 

 내 뒤의 네오가 내 목덜미를 잡고 그만 웃으라고 뒤흔든다. 내 웃음을 내가 스스로 진정시키고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직도 내 목덜미를 잡고 있는 네오의 손이 뜨겁다.

 

 

 

 

 내가 다시 소나무 숲의 소나무로 자라고, 다시 몇백 년이 흘렀다. 몇백 년이 흘러도 내 영혼은 같은 순환을 다시 한다. 내 영혼이 다시 솔방울 안에 담기고 땅으로 떨어진다. 다시 또 하나의 소나무로 자라려나 보다 하는데, 등산온 누군가가 나를 집어 든다. 그는 나를 집어 들고 산길을 내려오고, 산 아래에서 꼬마 소년을 만난다.

 

 “그게 뭐예요?”

 

 “솔방울이란다.”

 

 솔방울을 들고 있던 남자가 꼬마 소년에게 솔방울을 건넨다. 그리고, 꼬마 소년이 남자에게서 솔방울을 받아들자, 나는 소년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그 소년이 나, 댄 이다.

 

 

 

 

 나도 케니처럼 처음 인간의 몸 안으로 영혼이 들어왔을 때,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었지만, 이 꼬마 소년에게 잘 적응하고, 이 꼬마 소년이 원하는 삶을 살아서 여기에 올 수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했는지 여기 있는 멤버들은 안다.

 

 그들도 나처럼 연습 벌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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