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의 이야기 **
우리는 과자를 먹으며, 라면을 끓이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늘 저녁 배를 채운다. 이제 오늘 촬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멤버들은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해 주고 있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점점 목이 죄여오는 느낌이다. 나는 왜 그들의 영혼을 깨웠는지는 답할 수 있지만, 이유도 모른 채 몇백 년을 영혼의 형태로 살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할 수 있지만, 다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모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멤버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아는데, 질문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는 어떻게든지 모두와 같이 있는 자리를 피해 본다. 개인 인터뷰가 시작되어 조금의 개인 시간이 생겨 모두가 둘러앉게 되었을 때, 나는 얼른 제일 먼저 샤워하러 가겠다 하고 자리를 뜬다.
엉기적거리면서 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왔더니,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네오형이 따라 들어와 “오늘 고생했어”라고 말하며 샤워 끝내고 젖어 있는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는 형의 뒷모습이 내가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길 원하는 걸 아는 눈치이다.
그렇게 형이 나가고, 혼자 멍해져서 형이 닫고 나간 방문만 바라보고 서있는데, 핸드폰의 카톡이 울린다. 케니형이 단체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제작진의 오늘 촬영 마무리하겠다는 말이 들려오고, 방을 나서며 케니형의 카톡에 안도의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형은 내가 겪은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한다.
== 10화. 촬영 첫날, 19:00PM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