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니의 이야기 **
제일 먼저 개인 인터뷰 녹화를 마치고 편한 마음으로 거실의 멤버들 사이에 끼어 앉는다. 혹시라도 우리의 음성이 섞여 들어갈까 모두 침묵이다. 서로 카톡도 않는다. 그렇다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마저 하고 싶다. 모두 어떻게 여기에 모이게 되었는지,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카톡에 장문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는다.
[카카오톡 메세지 시작]
불에 그을린 소나무 안에 있던 나의 영혼은 몇백 년 만에 처음 이동이란 걸 했어. 송홧가루에 실려서 날아간 내 영혼은 꽃으로 이동했는데, 그 이후로 계절마다 꽃가루에 실려서 바람에 여기저기 날려 다녔어.
그날도 봄날이었는데, 나는 벚꽃 잎에 묻어 있었어. 5월 봄바람에 흩날리는 수많은 벚꽃잎 중의 하나였었어. 하지만 나는 다름 벚꽃 잎보다 더 멀리 바람에 날려가서 어느 공원의 잔디밭 위를 굴러가고 있었어. 그런 나의 영혼이 묻어 있는 벚꽃 잎을 주우려고 꼬마 아이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잡기놀이하듯 벗꽃잎이 자꾸 도망가니까, 지나가던 남자가 벚꽃 잎을 잡아 꼬마에게 건네줬지. 그러자, 나의 영혼은 벚꽃 잎에서 아이에게 넘어갔어.
그 꼬마가 지금의 나, 케니야.
그때, 처음 사람의 몸, 케니의 몸에 들어와서 얼떨떨했었는데, 그래도 나는 꼬마 아이가 잘 하는 것을 찾았고, 원하는 것을 찾았어.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아. 그래서 여기에, 우리 팀의 한 멤버로 들어올 수 있었어.
[카카오톡 메세지 끝]
내가 장문의 카톡을 쓰고 있을 때 제작진의 오늘 촬영 마무리하겠다는 말이 들려온다. 글 쓰느라 다른 멤버들 개인 인터뷰가 끝나는 걸 모르고 있었다. 역시, 글로 쓰는 게 말로 하는 것 보다 더 어렵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얼른 SEND 버튼을 눌러 메시지를 모두에게 보내고, 마무리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 본다.
슬쩍 바라본 핸드폰 안의 시간이 벌써 밤 열한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