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의 이야기 **
인터넷 검색으로 아직 알아낸 것이 없다. 마트에서 라면을 카트에 쓸어 담고 시간을 만들어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건진 것이 없다.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은 조용하다. 차 안에 달린 카메라들이 우리를 촬영하고 있다. 침묵을 깨고 효기의 카톡 메시지가 도착한다. 메시지 안의 사진을 보니 쓴웃음이 난다. 이렇게 얽히는 것이었구나.
우리는 다시 숙소에 도착해 촬영 준비를 한다. 다음 촬영 준비를 위해 우리는 사 온 물건을 숙소 안으로 옮기고, 정리하고, 요리 준비를 하고, 다시 메이크업을 정리하고, 의상을 갈아입고 해본다. 분주하게 다음 촬영 준비를 하는 사이에 네오가 도와달라는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동생들은 푸짐한 저녁을 먹기 위해 네오를 요리사로, 나를 진행자로 교체하는 데 적극 동의했다. 오늘 네오 방송분 중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자기의 의견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이럴 때는 모두가 정말 똘똘 뭉치는구나 싶다.
촬영을 위해 숙소 부엌에 쭉 일렬로 서 보는 멤버들.
한 덩치 하는 장정 여섯이 모이니 부엌이 좁다. 정말 소나무 여섯 그루가 서 있는 듯, 숲을 이룬다. 촬영 감독님이 조명을 더 넣자는 말씀에 다시 촬영준비로 시간이 비었다. 거실에 우두커니 선 우리들. 잠시의 시간에 나는 나의 이야기를 나지막하게 한다. 효기의 카톡 메시지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얼른 다 마저 하고 싶어졌다.
그 흰옷의 선비를 죽인 검은 옷의 사람이 선비를 내 뿌리 밑에 묻은 후 나를 떠나가 버리고, 백 년이 넘는 세월이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흐르던 어느 날, 사람들이 찾아왔었다. 굿을 했었다. 그 산 어디인가에 있을지 모르는 산신, 그리고 나에게 제사를 지냈었다. 나에게 나라의 어르신 이신 임금이 사시는 집의 기둥이 되어 달라 하였었다. 정중히 굵어 앉아 나의 그루텅이를 궁의 기둥으로 삼아도 되겠느냐며 허를 구하고 벌목을 시작했었다. 흰옷 선비의 피와 몸을 먹고 자라 나의 소나무는 이 숲, 어느 소나무보다 굵고 곧고 붉으며 푸르렀었다.
벌목 군의 “넘어 간다!” 라는 함성과 함께 나의 몸은 옆으로 힘없이, 퉁. 쓰러졌다.
그리고 벌목군의 그 함성과 함께 나는 솔방울 안으로 영혼의 기운이 옮겨 담겨져 땅으로, 툭. 떨어졌다.
모두가 돌아가고 다시 조용해진 숲속에 다람쥐 녀석이 톡톡 나를 건드려 낙엽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며칠 뒤 쏟아지는 빗물에 휩쓸려 흘러 내려 와졌었고, 바람에 불어온 나뭇잎에 파묻혔었다.
하지만 곧 따뜻한 햇볕이 느껴지고 보드라운 흙이 나를 감쌌었다. 이렇게 조용한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흘러 나는 다시 소나무 숲의 소나무로 자랐었다.
빈은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고, 눈시울이 불거진 것이 또 울음을 참고 있는 듯 하다. 나의 이야기에 또 감동받았구나. “내 이야기가 좀 감동적이긴 하지!”라며 빈을 톡톡 건드려 본다.
이런 우리 모습을 효기가 어느새 핸드폰으로 촬영중이다.
그러고 있는 사이 조명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명 준비되었습니다.” 다시 촬영이 시작된다. 촬영 감독님의 말에 우리 모두 촬영을 위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는다.
모두 함께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을 정리하는 장면을 찍고, 우리들의 방송용 이야기를 떠들고, 들으며 요리준비를 시작한다. 사실 준비라고 하기는 좀 민망한 상황이다. 나의 물 흐르듯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녹화는 시작되었지만, 우리 모두 뭔가를 해보려고 입으로 떠들고만 있을 뿐이다.
== 9화. 촬영 첫날, 18:00PM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