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니의 이야기 **
마트 안. 빈이의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 효기는 슬쩍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이 달린 셀카봉을 쥐여주고 카메라 감독님을 모시고 라면 진열대 쪽으로 향한다. 우리만의 이야기에 집중한 모습이 방송용은 아닌 것 같은가 보다는 생각을 한다.
박수 무당의 몸을 잃고, 주술의 힘을 잃어버려 죽음과 삶의 중간지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빈의 말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빈의 말.
형들이 이렇게 살아서 나를 몇백 년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그저 상상으로만 이번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다시 만나기를 희망했을 뿐이라는 말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는 빈. 녀석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지금 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저 멀리서 우리 쪽으로 걸어오며 “자, 우리 일하자”라는 효기의 말에 우리는 팀별로 흩어져 정신없이 카트에 물건을 주워 담는다. 나와 짝이 된 나비와는 요리는 포기이다. 계속 과자들만 주워 담고 있다.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들은 다 쓸어 담을 기세인 나에게 나비가 제동을 걸어준다. “하하하, 내가 꽃이었었잖아. 그래서 그런지 단 거를 너무 좋아해!”라며 마트 선반에서 슬쩍 초콜릿 과자 하나를 더 집어 카트에 담으며 나비에게 애교를 부려본다.
“뭐 하는지 찍으러 왔어”라며 다시 효기가 나타난다. 짝이 된 네오형을 끌고 다니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레오가 밀고 온 카트 안에는 붉은색의 육고기들이 가득하다. 무슨 요리를 우리에게 해 줄 건지 벌써 기대가 된다며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본다. 계산대에서 댄형과 빈을 만났다. 그들의 카트에 든 라면을 보고 당연하다는 듯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마트에서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멍한 가슴과 복잡한 생각으로 피곤함에 지친 멤버들이 다시 조용하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창밖만 보고 있는 빈이 눈에 자꾸 밟힌다. 그리고 아직 아무 이야기가 없는 네오형과 댄형의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