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의 이야기 **
오늘 오전 우리의 정신 없는 소나무 이야기가 카메라에 잡혔었는데,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상황극으로 잘 편집해 주셨으면 하는 기도를 해 본다. 우리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조그만 실수, 모든 것이 부풀려지고 왜곡돼서 연예계에서 매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어서, 멤버 모두 프로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녹화가 다시 시작된다. 다음 장소는 나의 추천 장소인 대형 마트다. 내가 추천한 장소여서 지금부터 진행을 맡아야 하는데, 말주변 없는 내가 스스로 불안해서 케니를 끌고 와서 내 옆에 세운다. 케니에게 차에서 빈에게서 들은 일월오봉도 그림 이야기해주고, 나와의 공동 진행에 동의를 받아냈다.
다시 게임으로 새로운 팀을 짠다. 제작진이 준비한 3,6,9 게임 진행을 케니에게 맡긴다. 나비와 케니, 댄과 빈, 나와 효기가 각각 팀이 된다. 왜 마트인지 묻는 동생들에게 음식 재료를 직접 사서, 내가 팀원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추천했다 설명한다. 모두들 감동해야 하는 순간인데 어리둥절해 한다. 왜 팀을 나누느냐? 같이 쇼핑하러 까지 하러 가야 하느냐? 무슨 요리 할 거냐? 쏟아지는 질문에 제작진은 팀별 요리 대결을 할 것이라 말해준다. 나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잠시 당황한다. 같은 팀이 된 효기는 “형, 고마워요”라고 웃으면서 손으로 내 어깨를 꽉 잡고 앞뒤로 흔들어 댄다. 효기에게 잡힌 어깨가 진심으로 아파서 비명을 질러 보지만 모두 못 본 척, 안 들리는 척이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꺼내 검색에 몰두한다. 모두 무슨 요리를 하고, 무슨 재료를 살 건지 검색을 한다. 무엇을 검색하나, 나와 카메라 감독님이 같이 둘러보며 촬영하는데, 내가 슬쩍 보니 댄형은 소나무, 선비, 환생, 부활, 영혼, 뭐 이런 단어들을 검색 중이다. 카메라 감독님이 찍지 못하게 쓱 막아선다. 옆에서 보고 있던 케니가 출발 전 무엇을 살 건지 팀별로 뭉쳐서 작전 회의에 들어가 달라는 말을 한다.
팀별로 음식 결정과 준비가 끝나고 마트로 출발하는 멤버들. 축 처진 효기에게 왠지 미안해서, 오늘 저녁은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을 해본다.
커다란 승합차 하나에 우리 모두 차곡차곡 포개어져 들어간다. 차 안 여기저기 설치된 카메라가 우리를 찍고 있어 대형 마트로 향하는 길에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전히 하지 못한다. 하지만 방송 분량을 걱정하는 우리는 자신의 음식 솜씨에 대한 이야기들로 제작진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숙소에서 내가 가끔 끓여주는 라면은 어느새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요리가 된다.
촬영 장소에 도착하기 전, 대형 마트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팬들이 모일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주중 촬영이어서 인지 사람이 많지가 않다.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돌 팀을 알아보시는 어르신분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프로그램을 더 잘 찍어야 한다는 의욕이 생긴다.
마트에 도착한 우리는 팀별로 흩어져 음식 재료를 사서 모아야 하는데, 서로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우리는 같이 뭉쳐져서는 흩어질 생각을 않는다. 마트 촬영은 다행히도 카메라 감독님 한 분만 우리를 찍기 위해 오셨다. 다른 카메라 감독님 대신 효기와 케니의 핸드폰으로 우리를 촬영하기로 한다. 카메라 감독님이 케니와 나비 팀을 촬영하기 위해 잠시 우리와 떨어졌을 때 빈에게 조용히 내가 물었다.
“그림과 무슨 사연이 있는 거야?”
양파 한 망을 집어 들고 있던 빈이 그 자리에 얼어붙으며, 시선을 떨군다. 빈과 한팀인 댄이 그런 빈을 한쪽 팔로 가만히 안고, “너 양파로 무슨 요리 하려고?”하며 딴소리를 해 준다. “엉! 어, 내가 왜 이러지!” 받아치며 양파를 내려놓고 잠시 침묵. 빈은 몸을 나를 향하게 돌리며 ”미안해 형, 그렇게 기다리게 해서…”라고 말하는데, 얼굴을 들어 나를 보지 못한다. 그런 빈이 안쓰러워 나도 한 팔을 빈의 어깨에 올리며 “괜찮아.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라고 말해준다.
그런 우리의 위로가 힘이 되었는지 빈이 심호흡을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빈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케니와 나비가 슬쩍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