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의 이야기 **
빈이 보다 먼저 메이크업을 끝낸 나는, 자리를 뜨지 않고 빈 옆에서 계속 서성거린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사람을 이제 만났는데, 옆을 떠나기 싫다. 그리고 빈이 그 선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항상 서로 옆에 이렇게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오던 사이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여기로 오는 차 안에서 일월오봉도 때문에 모두에게 영혼을 넣어 깨웠다는 이야기까지 했어”
“응? 뭐?”
“일월오봉도. 그림 이름이야”
우리의 대화는 여기까지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더 많은 걸 물어 볼 수가 없다.
일정이 늦어져 서두르는 제작진에 맞춰 오후 일정 촬영이 우리의 숙소에서 시작된다. 오늘 오전 장소 추천인이었던 내가 오후 일정 오프닝 인사를 하고 나자 제작진이 나의 손에 오후 장소와 추천인의 이름이 적혀있는 카드를 건넨다. 방송 프로들답게 멤버 모두가 손발 척척 맞추어 오전 내가 제안한 일정의 장단점들을 술술 쏟아내 준다. 모두 다 같이 맞춰 입은 하얀 바지를 산책하며 흙물로 더럽혀 버려서 어쩔꺼냐, 산책길 추천해서 의상팀 고생은 나비가 다 시킨다, 아무도 안 시켰는데 우리는 비 맞으면서 서로 얼싸안는 촬영도 했다는 등. 말 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의 진행을 도와주는 이런 믿음직스러운 동료를 만났다는 것은 내 인생의 축복인 것을 나는 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제작진이 건네준 봉투를 열어본다.
“오후 휴가 장소를 추천한 분은…”
“네오!”
“장소 추천해주신 네오형에게 진행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네오형, 이 이 장소를 추천한 사연을 다섯 문장 이상으로 이야기해야 해요. 알았죠!”
나는 진행을 네오형에게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