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의 이야기 **
늦어진 오후 일정 촬영 준비로 모두가 정신이 없는데, 내 머릿속은 그 선비가 나를 떠나며 했던 말뿐이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 한 손을 들어 쓰다듬으며, 이제 다 끝났으니 모두 한 자리에 모으기만 하면 된다, 하였었다.
우리 이외에 또 다른 소나무가 있나? 소나무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가 있는건가? 한자리에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그 옛날 우리를 한자리에 모아 무엇을 하려 하였을까?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미칠 것만 같다.
“빈, 소나무였던 나에게 영혼을 불어넣은 이유가 뭐야? “
매니저 형에게 나의 핸드폰을 다시 달라고 해서, 우리만의 단체 카톡방에 제일 먼저 물어보아야 할 질문부터 적어본다. 그러나, 나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빈은 핸드폰을 꺼내어 바라볼 여유도 없이 이리저리 다니며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대로 혹은 팬들이 원하는 대로 꽃단장 중이다.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동생이다. 아련한 눈빛과 살아 있는 얼굴 표정, 잘 조화된 이목구비며 탄탄한 근육의 몸매가 여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보다 수려한 외모를 자랑한다. 그날, 살아있을 때의 선비 같다.
다시 핸드폰 안 우리만의 단체 카톡방에 침묵이 흐른다.
미친 듯이 검색창에 우리들의 이야기들과 관련된 단어들로 검색을 해본다. 무엇이든 나와라, 제발!
효기도 핸드폰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검색 중이다. 효기의 얼굴이 핼쑥해 보이는 게 녀석도 이제는 피곤이라는 걸 느끼는 모양이다.
케니는 초롱초롱 눈웃음을 머금고 네오와 붙어 있다. 네오의 차갑던 얼굴이 조금 풀린듯해서 다행이다. 나비의 흥분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빈 옆에서 계속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나직하게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