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의 이야기 **
“너희들도 소나무였었어? 나도 몇백 년 전에 소나무였었어. 그런데 그때 선비인 빈이 나에게 와서 영혼을 불어넣어 줬었어. 그리고 여기 올라오면서 겨우 서로를 알아봤어”
케니형의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여름날 더위에 환청을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케니형이 말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네오형과 내가 이야기한 시간대와 거의 일치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우연일까? 빈형의 장난인가? 빈형의 장난일 것이 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몇백 년을 기다렸다. 왜 깨어났는지도 몰랐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죽지 않는, 죽지 못하는 영혼이 되어 떠돌았다.
분노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빈형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소나기가 내리려는 하늘 아래 서두르는 제작진의 재촉이 들려온다. 우리는 다시 프로의 모습이 되어 어깨동무를 하고 여름날 흘리는 서로의 땀 냄새를 느낀다. 빈형의 땀 냄새가, 내 영혼의 의식을 깨우는 주술을 외우던 그 선비의 싱싱한 땀 냄새가 난다. 그 기억에 다시 눈시울이 불어진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여름이다.
처음 출발한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케니형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모두 몇백 년을 살아왔구나, 아픔이 있었었구나, 그래도 이렇게 모였구나, 결국은 나를 찾아와 주었구나.
분노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내가 태어난 이곳에 다시 돌아 왔을때 그 선비가 나를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웠었다. 아니다. 돌아갔는데, 그 선비가 이곳에 없을 것이 더 두려웠었다. 아니, 아니다. 나는 이곳에 선비가 없어 이 영생을 끝내지 못 할 것이 더 두려웠었다.
하지만, 지금, 멤버들과 함께이고, 그 선비가 빈형이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