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의 이야기 **
소나무 숲길의 가운데 위치한 PHOTO POINT, 소나무 쉼터에서 둥글게 서서 서로 당황하고 놀라워 말을 잇지 못하는 우리들의 머리 위로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한여름의 소나기가 내릴 것 같다. 일기예보에 없던 소나기라 우리는 준비된 것이 없다. 서두르는 제작진을 따라 우리도 같이 서둘러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솔밭 근린공원 주차장으로 향한다.
아무도 말이 없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와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제작진의 말이 들린다. 그리고, 케니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차장으로 향해 뛰다시피 걸으면서 케니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녀석 가까이 다가선다. 모두가 모여들어 뛰면서 듣고 있다.
녀석의 이야기는 짧다.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 마음이 울컥해지는데 후두두 하고 소나기의 굵은 빗방울이 내린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우리들 사이에서 케니의 이야기가 끊어진다.
차라리 잘 되었다. 지금 우리는 모두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로에게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으니, 각자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서로를 생각할 시간을 소나기가 만들어 주고 있어 고맙다.
막상 상상이 현실이 되니 몇백 년 동안 내가 준비한 질문과 말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그냥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