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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월오봉도 (日月五峯圖)
작가 : 별넷은꿈
작품등록일 : 2017.10.6

왕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살아있는 소나무의 영혼을 넣어 호위무사로 삼고 싶어 한다. 이 어명을 받은 박수 무당은 하늘의 기운을 건드려 소나무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 벌로 오백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죽지 못하고 살아, 현재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어 있다. 형제애로 뭉친 여섯 명의 멤버들은 2박 3일 촬영 중 그들 서로간의 비밀을 알게 되고, 박수 무당은 영생을 끝낼 단서를 찾아 나선다.

 
2화. 촬영 첫날, 10:00AM (2-2. 나비)
작성일 : 17-10-06 11:52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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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의 이야기 **

 

 

 “우리가 처음 가야 하는 장소를 추천 한 사람은… “

 

 “둥둥둥둥”, “두둔두둔”, “둥등둥등”, “두두두둥”, “두두두두”

 

 “나비!”

 

 댄형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동자만 좌우로 굴리고 있었던 것 같다.

 

 잠시 촬영이 쉬는 순간을 틈타 연습실 구석의 에어컨 앞으로가 찬 바람을 쐬어 본다. 정신 차려야 한다. 속으로 되뇐다. ‘나비야, 할 수 있다.’ 를 되뇌며 제작진에게로 가서 다음 내가 해야 할 진행과 멘트를 숙지 받는다. 그리고 촬영이 다시 시작된다.

 

 “전생에 소나무였었는지 저는 솔잎 향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리고 바람에 솔잎이 내는 소리와, 새소리. 아무튼 소나무 숲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장소가 이곳이고요, 그리고 멤버들과 함께 야외로 다 같이 산책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곳, 북한산 둘레길 일 번 구간인 소나무 숲길을 제작진에게 추천했습니다. 사실은 저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관광 가이드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

 

 나의 진행에 따라 출발을 위해 세팀으로 나누어 본다. 제작진이 준비해 준 시끌벅적한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나와 네오형이 한팀이 된다. 맏이 댄형과 막내 효기가 한팀이 되고 빈과 케니형이 나머지 한팀이 된다. 이렇게 세팀으로 팀을 나누고, 팀별로 목적지가 담긴 카드를 나누어 받았다.

 

 카드 안 사진 속, 초록색 바탕의 표지판에는 왼쪽에 커다랗게 “1구간-소나무 숲길. PHOTO POINT”라는 말이 적혀있고 오른쪽 위에는 소나무들의 사진이, 그리고 하단에는 지명과 코스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여야 하는 장소는 간략 코스 속 한가운데 노랑색으로 크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PHOTO POINT인 “소나무 쉼터”이다.

 

 나와 한 편이 된 네오 형과 같이 나누어 받은 카드를 바라보며, 우리는 거의 동시에 “소나무…”라며 한숨이 섞인 탄식을 토해냈다. 그러고는 서로 눈이 마주쳐서 멋쩍게 씩 웃는다.

 

 우리는 또 다른 카드에서 이번 장소로, 나누어진 팀별로 스스로 알아낸 정보와 차등 지급된 용돈을 이용해 모여주길 바란다는 제작진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모두들 목적지와 제작진의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받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 삼매경이다. 교통편을 알아보고, 장소 정보도 알아보고 있다. 나도 그들과 같이 핸드폰으로 열심히 검색하고 있는 척하지만 마음과 머리는 다른 생각 중이다.

 

 정말 제작진은 아무것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추천한 단 한 곳. 이곳이 우리 팀과 같이 가게 될 첫 장소가 될 줄 몰랐다. 이렇게 갑자기 정해진 것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아무도 내가 당황한 것을 모르게 해야 한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야 한다. 조용하게 찬바람을 불어내고 있는, 연습실 안 구석에 세워져 있는 에어컨을 다시 바라보며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내가 멤버들과 가려고 적어 낸 이곳은 그 선비가 소나무인 나의 의식을 깨운 곳이다. 그러나, 나는 오백 년 넘게 살아 움직이면서도 단 한 번도 다시 찾지 않았던 장소이다. 혼자 돌아가 보기 두려웠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두려워 한 번도 다시 찾지 못하는 것일까를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었다. 답은 언제나 똑같다.

 

 그 선비가 나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아니,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돌아갔는데, 그 선비가 그곳에 없을 것이 더 두려웠다.

 

 아니, 아니다.

 

 나는 그곳에 선비가 없어 이 영생을 끝내지 못할 것이 더욱더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 멤버들과 함께라면 다시 그곳을 찾을 용기가 난다.

 

 이런 생각에 빠진 나에게 인터넷 검색을 마친 막내 효기의 무서운 힘자랑 공격이 들어온다.

 빈의 언어 공격이 들어온다.

 “산책이랑 산행이랑 단어 구별 못 하는 거지?”

 “아니, 한여름 대낮에 소나무 숲길을 한 시간이나 걷는 게 산책이야?”

 “우리 의상 어떻게 할 거야! 모두 다 같이 흰색 바지 맞춰 입었잖아!”

 

 다른 멤버들의 항의가 빗발치듯이 들려오는 듯하지만, 효기에게 등뒤 허리를 붙잡혀 이리저리 마른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있는 나는, 내 몸 챙기기에 바쁘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는 장난을 쳐주는 멤버들이 고맙다.

 

 같은 팀이 된 네오형이 효기의 장난으로 너덜너덜해진 나의 의상 정리를 도와주며 나지막하게 말을 건다.

 

 “우리 칠년을 같이 지냈는데, 나는 네가 소나무 좋아하는지도 몰랐었네. 나도 소나무 좋아해. 그리고 추억도 많고 슬픔도 많고…”

 

 네오형의 추억과 슬픔이 많다는 뜻밖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가 곧 헛웃음과 함께 형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 궁금해진다.

 

 

 

 == 2화. 촬영 첫날, 10:00AM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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