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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출궁
작성일 : 17-07-07 13:06     조회 : 56     추천 : 1     분량 : 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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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뒤주 속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밤이다. 미세한 틈새로 빛도 들거니와 밤이 되면 아직은 차가워지는 공기로 느낄 수 있다.

 

 「선아......」

 

 세자인 자신을 호칭 대신 이름으로 부르는 이는 많지 않다.

 

 ‘또 왔는가......’

 

 「선아......」

 

 ‘대체 날 왜 부르는게요, 이 지경을 만들고도 할 말이 남아 있소?’

 

 영조 11년에 둘째이자 마지막 아들로 태어난 이선은 왕의 말년에 얻은 만큼 총애가 컸고 조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세자에 책봉 되었다.

 

 세자는 어려서부터 영특함을 보여 왕이 기특해 하였고 무예에도 뛰어난 자질과 성품을 보였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왕의 자질이었으나 균열은 대리청정을 하면서 시작 되었다.

 

 「선아......」

 

 흐느끼듯 자신을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 끊임없이 속삭이며 자신을 밖으로 불러내었다.

 

 장수와도 맞먹을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세자는 대리청정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일 뿐이라며 애써 호기로워지려했다.

 

 차기 왕에게 정무를 미리 맡기고 이를 현 국왕이 감시, 조언하는 대리청정은 시간이 더할수록 세자에게 스트레스를 더했다.

 

 무려 13년을 이어온 대리청정. 하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괴롭혔던 것은 정체불명의 목소리였다.

 

 13년간 여인의 목소리는 그저 부르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 궁중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괴롭힘에 가까웠던 그의 아버지 영조에 대한 예견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했다.

 

 「네 아비가 또 거짓으로 네게 왕위를 물려주려 할 것이다 속지 마라」

 

 다음날 어김없이 영조는 뜬금없이 양위를 하겠다는 거짓 전교를 내렸고 세자는 석고대죄로 전교를 거두기를 바랐다. 그리고 석고대죄를 올리는 중에도 끊임없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가 무엇을 잘못 했기에 무릎을 조아리고 있느냐」

 

 ‘그만!’

 

 「네 아비는 망조가 들은 지 오래다」

 

 ‘그만!’

 

 「칼을 빼어 요망한 늙은이의 혀를 잘라라」

 

 ‘으아아악!’

 

 세자는 머리를 바닥에 세차게 박으며 목소리를 이기려 했고 석고대죄는 새벽이 되서야 왕이 교지를 거두며 끝이 났다.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대항하기 위해 세자는 무당과 승려들을 가까이 지냈으나 오히려 목소리는 더욱 심해져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정신은 파탄 직전에 이르렀다.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사이로 이른 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장인은 낮에 미숫가루를 몰래 전해 주며 밤에 탈출 시키겠노라고 말했다.

 

 뒤주에 갇힐때만 해도 정녕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장인이 은밀히 전한 교지에는 이 모든것이 계획이라고 한다.

 

 뒤주의 틈새로 간신히 읽은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그리고 탈출.

 그 밤이 지금인지... 다음 밤인지... 아니...지금이 밤은 맞는지...

 

 

 "사위는 무탈한가? 날세."

 

 공허로 두둥실 떠나려는 세자의 정신을 홍봉한의 목소리가 깨웠다.

 

 "흐읍..."

 

 세자 이선은 얼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아 신음소리로 먼저 대답 했다.

 

 "기다리게. 천판(뒤주의 천장 나무)을 뜯어내겠네."

 

 작업은 약간의 소음을 냈지만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마침내 천판을 고정했던 못들을 제거하고 널을 젖히자 3일만에 하늘이 세자의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웅크린 채로 올려다 본 하늘은 비록 밤이라도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없네. 어서 일어나시게."

 

 일어나려 해도 하도 오래 구부리고 있어서 뼈마디가 쑤시고 힘이 빠진다. 장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뒤주 밖으로 쏟아지듯 빠져나왔으나 아직 혼자 힘으로 곧추 서 있지도 못했다.

 

 "장인어른, 이제 저는 어디로 가면 된단 말입니까?"

 

 "주상의 하문이 기억나지 않는단 말인가? 이대로 서쪽으로 달려 궁을 빠져 나가게."

 

 다리에 짐짓 힘을 넣어보던 이선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런데...장인어른. 제가 아무리 서인으로 강등 당했기로서니 갑자기 이리 하대를 하시니......"

 

 바짝 마른 굼벵이 꼴을 하고서도 세자 시절 버릇은 남아 장인의 반말이 거슬렸나보다.

 

 때 모르는 철없는 말에 홍봉한은 헛웃음마저 나왔다.

 

 "잘 들으시게."

 

 자기 딸 졸지에 생과부 만든 사위놈이 미울 법도 하건만 장인은 조용히 타일렀다.

 

 "사위는 더 이상 이 나라 조선의 세자 이선이 아닐세. 앞으로 궁을 나가면서 모든 기억과 이름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로 살아가야만 하네."

 

 이선은 여전히 답을 안 하고 머뭇거렸다.

 

 "왜, 새 이름이라도 내가 지어드릴까?"

 

 "아...아닙니다. 그저- 너무 막막해서."

 

 홍봉한은 품에서 큰 꾸러미를 이선에게 내었다.

 

 "그 안에 옷가지와 얼마간의 노자 그리고 영빈마마께서 내어주신 글도 있다네."

 

 "어머니께서요?"

 

 "그래. 그것을 보고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정하게."

 

 어머니 생각에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며 동시에 생이별할 처와 아들 이산이 생각났다. 자신은 이제 기약 없는 길을 떠나야 하는 아들이요, 남편이요, 아버지였다.

 

 "세자빈 마마님과 원자 마마님은 걱정하시 마시게. 내 딸이자 외손자이기도 하니 잘 돌보고 있겠네."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깊은 한숨을 내쉰 홍봉한은 더 이상 답을 하지 않고 사위의 등을 밀었다. 그도 답을 모르거니와 시간을 너무 끌었다.

 그저 세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마지막 예를 갖추며 갈 길을 재촉했다.

 

 "때가 되면 만날 것이옵니다. 그때까지 강녕하시옵소서 세자 마마."

 

 잠시 장인을 바라보던 이선도 알아들었다는 듯 몸을 돌려 움직였다. 절룩이며 멀어지는 사위를 끝까지 바라보던 홍봉한은 나지막이 중얼 거렸다.

 

 "때가 되면......"

 

 

 절룩이던 다리가 불편했지만 걸음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며 조금씩 빨라졌다. 높지 않은 담이라 해도 현재 그의 체력으로는 버거웠기에 간신히 넘었다.

 

 달리는 내내 또다시 목소리가 자신을 홀려 엉뚱한 곳으로 이끌까 두려웠지만 다행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목소리만 아니라 이상할 만큼 인기척도 없음을 의아해 했지만 이는 그의 아버지 영조가 사전에 미리 손 써둔것임을 곧 눈치 챘다.

 

 궁을 벗어나 뒤로 이어지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얕은 산이라 해도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려 어서 주저앉고 싶었다.

 

 마침내 언덕 수준의 산 정상에 이르러 돌아보니 창경궁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방금까지 자신이 갇혀있던 뒤주는 보이지만 장인은 그새 되박음질을 끝냈는지 사라졌다.

 

 그토록 힘겨워했던 아버지가 있는곳, 알수없는 저주의 목소리로 자신을 피폐하게 한곳이건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어찌 감개가 무량하지 않을쏘냐.

 세자는 목 놓아 울지도 못하고 그저 읍으로 자신의 비참함을 달랠뿐이다.

 

 장인이 건네준 보따리를 풀어헤치니 썩 훌륭하지는 않아도 저고리와 바지, 도포가 나왔다. 그래도 아주 상놈같아 보이지는 않겠다.

 

 옷을 갈아 입은 뒤 어머니의 글을 보려 해도 캄캄하여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으니 일단 품에 넣어두었다.

 다시 보따리를 뒤지니 찰떡과 물 한병이 나오고 그것을 보니 긴장하여 잊었던 허기가 찾아왔다. 그래, 정말 눈이 뒤집힐 만큼 배가 고프다.

 

 텁텁하니 목에 걸리거나 말거나 떡을 연신 목구멍에 집어넣고 물로 삼켜 넘기기를 거듭, 허겁지겁 어느 정도 허기가 가셨다.

 

 

 나는 이제 어떤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이씨 성을 버려야 하는가?

 

 ‘떡이 참 맛 좋구나. 새 이름으로 이떡은 어떠한가?’

 

 배가 차고 마음이 놓이니 실없는 생각도 떠오른다.

 아니, 어차피 왕가를 등지는 몸이거늘 이름이야 아무렴 어떠랴. 오히려 허울을 벗으니 한편으로 날아갈 듯 시원하기도 하구나.

 

 몇날며칠을 씻지 못한 몸에 뒤주 생활에서 배설물이 잔뜩 묻고, 뛰느라 땀까지 뒤범벅이 된 자신을 바라봤다.

 

 ‘어둠속에서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이 지금의 나로구나. 그래, 어두울 몽(冡), 땀 한(汗)을 써서 이몽한이라 하자. 나는 앞으로 이몽한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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