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집 열쇠입니다. 집은 저기 3층이고요. 짐은 새로 채워 놨습니다.”
“같이 안 들어가?”
“당신이 저지른 저 참사를 보시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요?”
“아 미안.”
가끔 보면 저 둘은 무척 친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기분이 좋아졌다.
“아저씨들 무척 친해지셨네요?”
“친하다니요. 어찌 저런 오줌도 못 가리는 저런 천박한 것과!”
“야 나도 기분 나빠! 그리고 미안하다고!”
“보기 좋네요.”
“그만 하세요!”, “야 그만해!”
내 말 한마디에 보이는 둘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혼 아저씨가 가고 나와 순 아저씨 그리고 불편한지 어기적거리는 윤 아저씨는 혼 아저씨가 알려준 집으로 들어갔다.
“와”,“와”,“와”
우리 셋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허름해 보이는 건물 속집은 새집인 듯 깨끗하고 밝았다.
“천사 자식 일부러 이렇게 환하게 인테리어 했어 기분 나빠 죽겠네. 아주 같이 살 생각이 없네.”
윤 아저씨의 불평이 이어졌고 그 것을 끝으로 우리 셋은 약속이나 한들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셋 다 아무 말도 하지는 않고 혼 아저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왜? 뭐야?”
정적을 깬 내 말에 윤 아저씨는 날 뚫어지듯 보고 순 아저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봤다.
“아저씨 그 옷 지린 옷 아니에요?”
“아~ 응!”
“아씨 더러워요! 갈아입고 와요!”
차를 정리하고 온 혼 아저씨가 분명 또 한소리를 할 것이 분명했다. 소파에 남은 자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난 평생 저 자리에는 앉지 않겠다고 다짐 했다.
“지선아 아무리 그래도 지렸다가 뭐야 윤 아저씨한테”
“순 말이 맞아 너무 했어. 나도 상처받는다?”
“말은 제대로 해야지 저건 지린 게 아니라 싼 거지.”
“지렸든! 쌌든! 빨리 가서 씻어요!”
이 아저씨들에게 더러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윤 아저씨의 등을 팍 치며 그를 소파에서 밀어 냈다.
윤 아저씨가 가고 나와 순 아저씨 둘이 남았다.
“고마워요 아저씨.”
“감사는 혼과 윤에게 해야지.”
“물론 그 분들한테도 감사하죠. 내 말은...”
‘내 손잡아 줘서, 살 수 있게 해줘서, 내 눈물 받아줘서, 나를 안아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요 며칠간 정말 정신이 없었다. 나는 무너져 가고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빈소에 내 마음은 말라비틀어지고 있었고, 화장 모습을 지켜볼 때 내 온몸이 타들어져 가고 있었고, 엄마가 납골함에 담겨 납골당에 안치될 때 나는 완벽하게 꺾여 가고 있었다.
순 아저씨는 그런 내 옆에서 반창꼬가 되어 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그 모든 것이 고마웠다.
“손 줘봐.”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있는 내게 순 아저씨가 손을 달라며 그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가 손을 주자 아저씨는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네 손을 이렇게 잡을 수 있어.”
내 눈에 고였던 눈물이 차고 넘쳐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네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
아저씨는 내 볼을 닦아주며 말했다.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에 늘어진 내 머리카락이 다닥다닥 붙었다. 아저씨는 볼을 닦아주던 손으로 내 얼굴에 마구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곤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이제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어.”
그리곤 그는 나를 그의 몸으로 끌어 내 등을 토닥여 줬다.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너를 안아 줄 수 있어.”
어찌나 따뜻하던지 난 얼굴을 그의 옷에 파묻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제 너를 이렇게 위로해 줄 수 있어. 지금 인간이 된 나는 예전 천사였던 나와는 다르게 나를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너를 만질 수도 있고, 얘기를 들어 줄 수도 있고, 내 말을 전할 수 있게 됐어 이제 너에게 뭐든 해줄 수 있어. 너와 같은 인간이 된 것이 너무 감사하고 그게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그러니까 나한테는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저기 있잖아. 진지한 얘기 중에 미안한데. 씻고 다시 이 옷을 입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런 따뜻한 분위기를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아직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윤 아저씨는 아까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야! 그 옷을 다시 입으면 어떻게!”
“그렇지만 난 지금 이 옷 말고는 없는 걸?”
“그렇다고 그 옷을 다시 입어? 다시 가서 씻고 와! 더러워 죽겠네. 진짜!”
“더럽다고 죽진 않아 특히 우리는... 지선이가 죽기 전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 악마자식아!”
“푸흡!”
둘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저씨 빨리 가서 다시 씻어요. 옷은 밖에 내놓고요 빨게요.”
내가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윤 아저씨는 미소를 보였다.
“알았어. 지선아!”
“너 왜 내가 말할 때랑 반응이 달라?”
“지선이잖아.”
“의도는 같잖아!”
“그만 싸워요. 저 화내요?”
“알았어.”, “알았어.”
둘이 동시에 대답하고 윤 아저씨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어 밖에 내놓고 순 아저씨는 내 옆으로 돌아왔다.
“지선양! 다녀왔습니다.”
혼 아저씨가 나에게 밝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순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파에 벌어진 참극을 말했고, 소파를 본 혼 아저씨는 윤 아저씨가 목욕을 하고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둘이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혼 아저씨가 나와 안타까운 눈으로 소파를 봤다. 절망스러워 보였다.
“천사는 예의도 없고 개인 프라이버시도 없는 거야? 아니 이건 그 문제를 떠나서 아주 수치스러웠다고!”
윤 아저씨가 투덜대며 나왔다. 혼 아저씨가 어딘가에서 꺼내온 옷을 입고는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었다.
“물 떨어집니다. 그런 건 제발 화장실에서 해줄 수는 없나요?”
“아 진짜 까탈스럽네.”
“일단 여기 앉아 보세요.”
소파를 연신 닦던 혼 아저씨가 윤 아저씨가 나오자 소파가 아닌 바닥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말했다.
“일단 지금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게 많으실 테지만 일단 질문은 제 얘기를 모두 듣고 해주세요.”
“네”
진지해진 혼 아저씨의 말에 다른 아저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눈치를 보던 나만 대답을 했다.
“우선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지선양.”
“네...뭐...”
“집과 차는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지원금으로 산 것입니다.”
“지원금?”
“질문은 나중에!”
순 아저씨가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이는 듯했지만 혼 아저씨가 말을 잘랐다.
“우리가 보이는 지선양에 대해서 우리 하늘 과 지옥연합은 지선양을 보호해야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땅에서의 생활을 조금 더 지켜보자고 판단을 지켜보자고 한 것이죠. 그래서 우선적으로 집을 잃은 지선양에게 집을 구해 드렸습니다. 물론 나와 악마 저 어중간한 천사도 같이 지낼 넓은 집을 말이죠.”
‘그래서 집이 이렇게 넓고 좋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지선양은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저와 악마는 지선양의 보호와 어중간한 천사의 감시를 위해 둘로 나뉘어 행동하게 됩니다. 여기서 어중간한 천사 당신을 감시하는 이유는 아시겠죠? 인간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지선양이 학교에 갈 때 당신이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
“뭐? 왜?”
“그야 당신이 고등학생처럼 보이진 않으니까요!”
혼 아저씨는 질문은 얘기가 끝나고 하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지만 순을 노려보며 대답해줬다.
“아... 알았어.”
“네 계속하죠. 그리고 아까 말씀을 못 드린 것이 있는데, 우리가 입고 있는 간단히 말해 ‘인간화 옷’은 한 번 벗으면 하루는 사용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입고 있을 순 없고요. 이러한 이유도 저와 악마가 갈라지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또한 순 당신의 인간으로서 신분이 정해지고 이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내일부터 당신의 이름은 김 순 이고 직업은 만화가입니다. 아! 돈은 지속적으로 지급이 됩니다. 그러니 지선양은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지선양을 위해서 살아가세요. 그리고 이 집의 방은 총 네 개입니다. 각자의 방이 있다는 거겠죠.”
“진짜?”
각장의 방이 있다는 말이 들리자 윤 아저씨는 방문을 모두 열어봤다. 엄청 들떠 보였다.
“야! 천사!”
그리고 윤 아저씨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