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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낙화(落花)
작가 : 손끝
작품등록일 : 2017.7.1
낙화(落花)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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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위해서는 그 무엇도 하는 남자. 그런 남자만을 바라보는 여자.
둘 다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의 뒤틀린 이상과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답답한 현실 그리고 뒤틀린 인격.

 
능소화
작성일 : 17-07-05 04:16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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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동이 터오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안은 무척 밝았다. 밝은 분위기는 마치 병원이 아닌 다른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록 몇 시간 뒤면 불어날 사람들은 아직 없지만 간간이 들리는 소리들이 비로소 병원에 있다는 것을 방문객에게 자각시켜 준다.

 

 지다는 자신의 앞에 놓인 하얀 복도 앞에서 멈칫한다. 병원을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에게 있어서 거북한 장소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는 메고 있던 검은색의 가방끈을 꽉 부여잡으며 성큼성큼 나아간다. 별 볼일 없는 행동에 당찬 움직임을 하는 그는 누가 보면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지나가면서 열려있는 병실의 문에서는 진한 특유의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그 냄새는 비 냄새와 어우러져 퀴퀴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준다. 그가 지나가는 어떤 병실 앞에서는 약품들의 고약한 냄새 때문인지 코를 찌르는 냄새들도 섞여있다. 문이 열려져 있는 병실의 안쪽을 슬그머니 바라보며 지나간다. 불은 꺼져있고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어 어두웠다. 너무나 대조되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과 그 방안을 바라보며 그는 입술을 깨문다.

 

 포부 있는 걸음걸이로 얼마나 걸었을까. 복도의 끝에 위치한 병실 앞에서 그는 우뚝 섰다. 복도의 끝이라 그런지 여태껏 걸어온 길에 비해 유독 어두워 보인다. 새것처럼 하얀 병실 문 앞에는 작은 종이에 검은색 글자로 석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최지우’

 

 그는 병실 앞에서 자신이 걸어온 기나긴 복도를 바라본다. 지나온 길에는 십여 개의 병실이 띄엄띄엄 있었고 그 끝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그 화장실에서는 하얀 두건을 머리에 쓴 나이 들어 보이는 여성이 막 청소를 끝냈는지 대걸레를 들고 나온다. 그녀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데 그 고무장갑은 푸른색의 의료용 장갑보다 더 듬직해 보였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복도 끝에 서있는 지다와 눈을 마주친다. 허리가 살짝 굽어있어 충분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녀는 지다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휙 돌리며 사라진다. 그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가방끈을 매만진다.

 

 그는 고개를 숙여 발아래를 바라본다. 검은 색의 구두와 검은 색의 정장이 말끔하게 보인다. 비가 오는 길을 걸어서인지 구두의 옆 부분에 물방울들이 맺혀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의 손에 들고 있는 검은 우산에도 자잘한 방울들이 맺혀 있지만 비가 그리 심하게 오지는 않는지 아래로 흘러내려오지는 않는다.

 

 그는 미닫이 형식으로 된 하얀색의 병실 문을 열려고 손을 올렸다. 올린 순간 하얀 문이 덜컥하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젖혀졌고 그에 놀랐는지 지다는 한걸음 물러서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잠시나마 공포심을 심어주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앳되어 보이는 간호사였다.

 그녀는 하얀색의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의료용 장갑을 끼고 있었다. 분홍색의 간호사 옷을 입었지만 아직은 미니스커트가 더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녀가 나온 병실은 다른 병실에 비해 밝아보였다. 아마 블라인드를 걷어 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다도 어느 정도의 놀람을 느꼈지만 그녀도 그 감정을 피해갈수는 없었나 보다.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와 물통을 떨어트릴 뻔하며 허둥댔다. 그녀는 문 앞에 서있는 낯선 이방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병실의 문을 열어 둔 채 서둘러서 걸어가는 그녀의 뒤로는 시큼한 냄새가 뒤따랐다. 지다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병실 안은 이틀째 내리는 비에 아랑곳 않고 매우 쾌적하였다. 블라인드를 내린다면 바깥의 날씨를 확인 할 수 없을 정도의 쾌적함이 막 들어선 남성을 반긴다. 병실에 들어선 지다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블라인드가 걷힌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것 이였다. 창틀에는 물이 반 정도 차있는 투명한 유리병에 꽃이 꽂혀 있었다. 하얀 색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은 꽂아 둔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지 그 생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꽃병 옆에는 하얀 꽃잎이 하나 떨어져 있었는데 지다는 그 꽃잎을 집어 냄새를 맡아본다. 아무런 채취도 찾을 수 없자 그는 하얀 꽃잎을 던지듯이 제자리에 둔다. 그러고는 창문의 밖을 바라본다.

 

 아침이 밝아오는지 아니면 해가 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풍경에 그는 창틀에 손을 올리고 감상한다. 얇은 빗줄기는 그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고 싶었지만 투명한 유리가 그것을 막아선다. 그의 시선은 지나다니는 차를 따라가거나 우산을 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벌써부터 차들로 붐비는 도로를 보고는 질렸는지 이내 고개를 돌린다. 그 후 누리끼리한 블라인드를 내린다.

 

 방 안에 들어오는 파란색의 빛이 블라인드 틈새로 밀고 들어온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어두워진 방에 만족하는 지다는 그제야 들고 있던 우산을 내려놓고 가방을 내려놓는다. 그는 병실을 둘러보며 가방의 문을 열어 손으로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병실 내부는 1인실이라 그런지 잡다한 것이 많았다. 옷장이며 두 개나 되는 책상, 두 개나 되는 푹신푹신한 의자. 오히려 쉬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쾌적한 환경이었다.

 

 그는 가방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지 못했는지 고개를 들이대 내용물을 뒤적거린다. 그리고 이내 작은 유리병을 하나 꺼낸다. 그는 그 유리병의 내용물을 확인하듯이 얼굴에 가까이 가져간다. 그는 평소에 우유를 하루도 빠짐없이 먹던 지우의 습관을 기억했다. 그렇기에 그가 사고가 나서 누워있던 이후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우유를 가져왔다. 비교적 타 음료들에 비해 빨리 상하는 우유이기에 유리병으로 골랐고 그는 늘 유통기한의 날짜를 확인한 후 보관해둔다. 그는 창문 옆에 배치된 커다란 냉장고로 다가간다.

 

 하얀 냉장고의 앞에는 작은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그가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 많은 사진들은 이곳에 왔다간 사람들이 추억을 되새기며 붙여놓고 간 일종의 발자취이다. 어느 사진에서나 지금은 누워있는 지우의 얼굴이 보였으며 언제나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사진들은 자그마한 자석들에 의해 지탱되어 냉장고 그 자체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여준다.

 

 그는 전에 자신이 붙여두었던 제일 큼지막한 사진을 바라본다. 하나의 자석으로는 부족해 두 개의 자석을 썼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사진 안에는 세 명의 사람이 계곡에서 웃고 있었다. 가운데에서 웃고 있는 지우는 물에 흠뻑 젖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즐거워 보인다.

 

 지다는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워지는 감촉에 냉장고의 문을 연다. 냉장고의 두 칸은 작은 우유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새로 들어온 하얀 친구를 다른 친구의 머리 위에 조심스레 올린다. 남은 한 칸은 에너지드링크나 과일주스들로 차있다. 지다는 허리를 숙여 노란색의 작은 병 하나를 꺼내고 문을 닫는다. 그는 가방을 올려둔 의자를 뒤로한 채 다른 의자를 침대 옆으로 옮긴다. 그러고는 쓰러지듯 그 의자에 앉아 누군가가 넣어 뒀을지 모르는 작은 병의 뚜껑을 연다. 안의 시원한 내용물이 바싹 메말라버린 그의 속을 타고 들어갈 때 그제야 일정한 호흡소리가 들린다.

 

 일정한 호흡 소리는 막 목을 축인 한 남성에게 평온함이라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져다준다. 그는 최대한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그 호흡 소리를 듣는다. 평온함을 느끼는 그의 앞에 있는 침대에는 눈을 감고 호흡기를 끼고 있는 빈약해 보이는 남성이 누워있다. 키는 지다보다 커 보이지만 오랫동안 누워있던 탓일까 많이 왜소해보였으며 푹 들어간 두 눈 덩어리가 유독 슬퍼 보인다. 까무잡잡한 그의 피부는 늘 닦아 주는지 뽀송뽀송해 그나마 보기에는 덜 불쌍해보일지도 모른다.

 

 “지우야, 기억나? 우리 전에 놀러갔던 계곡. 거기 성수기만 되면 사람들로 붐벼서 못갈 뻔 했잖아.”

 

 그는 냉장고에 붙은 큼지막한 사진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호흡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없어야 할 방안에 작고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날짜 잘 잡아서 사람들 거의 없을 때 가서 엄청 좋아했던 거 기억난다. 다희도 좋아했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때만큼은 웃으면서 놀았지. 돌아오고 나서 너 이틀 동안 열나서 고생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는 실없이 혼자 웃으면서 어깨를 미약하게 들썩거린다. 대화를 듣고 있어야 할 이는 오히려 미동도 하지 않고 듣는 건지 아니면 들리지 아니한지도 모르는 채 말하는 이 혼자 실실거린다. 추억을 꺼내어 듣는 이도 없이 말하는 게 뭐가 그리도 웃긴 것이라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는다.

 

 “그때 회사 안가도 되냐고 버팅기다가 간 회사에서 혼쭐나가지고 밤새도록 술 먹었는데. 그 다음날에는 물론 술병 나고 진짜 회사를 못나갔지만. 다희가 그때 얼마나 한심하게 바라봤는지. 멸시하는 눈초리였던 것 같아. 그만 너 괴롭히라고 얼마나 닦달을 하던지. 정작 언제나 술 마시자고 하던 건 너였는데 말이야.”

 

 그는 일어나서 침대 옆에 놓여져 있는 작은 휴지통에다가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넣는다. 작은 유리병은 비어있는 휴지통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이따금씩 들려오는 빗소리와 일정한 소리에 맞춰 숨을 내쉰다.

 

 “그랬던 것도 벌써 몇 년 전이야. 그동안 일에만 치여 살았지, 우리가 언제 쉬어보기를 했냐. 뭐 여러 가지 일들도 있었지만.”

 

 그는 오래된 일을 끄집어 말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가만히 평화로움을 느낀다.

 

 지다와 지우. 이 둘이 처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둘은 한 뱃속에서 태어난 것처럼 누구보다도 죽이 잘 맞았고 잘 어울렸다. 그 이유는 그 둘의 사이에 껴있다시피 한 다희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첫날부터 둘은 붙어 다녔다. 회사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인연은 회사가 끝난 후에도 이어졌으며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주말도 예외는 없었다. 무엇이 이 둘을 이끌었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마냥 잘 어울리는 둘을 보면 그런 물음도 이내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다희는 평일 내내 만나고도 주말에도 서로 어울리는 걸 보면 진저리를 치곤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지다가 웃으면서 노는 모습을 보자 마냥 싫어하지는 않았다. 단 둘이 있어야할 주말에도 셋이 어울리며 그렇게 앞으로는 없어서 안 될 존재들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우가 제안을 해왔다. 연휴에 맞춰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다희와 지다에게 있어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불과 입사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들은 다가온 연휴에 계곡으로 여행을 떠났다.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데 굉장히 보수적으로 시작하는 회사라는 사회 내에서 어느새 그들은 남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의 관계가 되어있었다.

 

 여행이란 경험은 그들에게 있어서 더욱 끈끈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많은 해프닝이 있었고 문제도 있었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안겨다 주었다. 오히려 지다와 지우의 사이에 낀 다희는 얼떨결에 그 분위기를 타 한동안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와 남자들에게 있어 뜻깊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서로가 적응을 못하였다. 체계적인 생활 아래서 살아온 다희조차 길들이기 어려운 자유라는 감정을 한동안 억제하기 힘들어했다.

 

 지우는 다희와 지다, 이 둘 사이에 낀 불편함을 언제까지고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희와도 두터운 친분을 쌓아갔고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을 정도까지 갔다. 그런 모습을 지다는 오히려 흐뭇하게 바라만 보았고 친해지라고 응원까지 하였다. 다희는 그런 지다의 모습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이렇게 셋은 누가 누구의 애인인지 모를 정도로 가까워 졌다고 해도 믿어 의심치 않는 서로가 되었다.

 

 이들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로에게 먼저 말하였고 격려를 해주거나 같이 욕을 해주기도 하였다. 매주 수요일은 정기적으로 술자리를 가졌으며 밤늦게까지 마시는 것이 빈번하여 다음 날인 목요일에 지각하기 일쑤였다. 이런 모습을 회사 사람들이 곱게 봐줄 리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들을 꼬투리로 잡아 헐뜯고 구박하였다. 그럴 때 마다 오히려 돈독해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손을 땐지도 오래전이다.

 

 얼핏 보면 이 셋은 어떠한 공통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줄로만 알았던 이들도 사고사 일어나기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지다와 다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연을 맺어온 사이라 둘은 알고 있었지만 지우도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것에 다 같이 놀랐던 적이 있다. 같은 학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그들은 고교시절 내내 서로를 몰랐지만 그때 일어난 해프닝은 또 서로가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놀랐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으나 같은 이슈로 웃고 떠들었던 이들이 서로 만난 곳이 사회에 첫발을 딛는 회사라니 웃기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수요일의 밤은 이 주제로 뜨거웠고 어김없이 다음날에는 지각을 해 상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했다. 그러나 서로의 배경에 공통점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그들은 만족하며 웃고 지나갔었다.

 

 멍하니 어둠 속에 묻혀있는 천장을 바라보며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던 지다였다. 아마 늘 새기고 새겨 하얀 바탕의 천장은 어느새 지저분한 글씨로 가득했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도 있으나 늘 새로운 추억거리가 나올 만큼 많은 추억을 새긴 이들은 모두가 만족했었고 즐거웠다고 서로가 믿는다.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힌다.

 

 지우가 누워있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을 지다도 잘 안다. 그러나 그의 이상은 그토록 친했던 사람마저 사지에 버릴 정도로 뒤틀려 있나보다. 그는 이대로 살아가도 평온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한다. 이상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소비되는 것이라고는 늘 우유를 사는 비용과 이른 아침의 시간. 이는 얻는 이득에 비해서는 가벼운 것 이라고 판단한 지다는 평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위태로운 관계에 대한 변수 중 하나가 잠들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르며 잔혹하지만 그대로 묻히길 바랄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다는 갑자기 병실 문 앞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그럼에도 의자에서 고개를 젖히고 누가 들어오려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부동이었다. 오로지 모든 감각을 듣는데 집중한다. 멀리서부터 들리는 구두가 내는 특유의 소리가 점점 병실 쪽으로 다가온다. 방안이 조용해서 인지 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리었다.

 

 지다는 뚫어져라 문을 응시한다. 그 자세는 마치 뒤집어진 머리만이 보이는 엽기적인 자세였다. 놀래줄려는 마음인지 아니면 그저 귀찮은 건지, 누가 오는지 알고 있는 건지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멀리서부터 또각또각 들리는 소리는 멈추는 기색 하나 없이 문 앞까지 고스란히 들려왔고 또 다른 방문자는 거침없이 밝은 빛이 쏟아지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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