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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낙화(落花)
작가 : 손끝
작품등록일 : 2017.7.1
낙화(落花)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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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위해서는 그 무엇도 하는 남자. 그런 남자만을 바라보는 여자.
둘 다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의 뒤틀린 이상과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답답한 현실 그리고 뒤틀린 인격.

 
능소화
작성일 : 17-07-01 13:16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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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진한 화장이 되어있는 연고동색의 눈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막 들어와 어찌할 줄 모르는 그를 문에 밀착시킨다. 그녀는 어둡다 못해 빠질 것 같은 눈을 바라보며 손으로 검은 셔츠를 벗긴다. 검은 색의 단추들이 하나둘 씩 풀어지고 안에 입은 하얀 옷이 모습을 내보인다. 그의 손도 그녀의 손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인다. 바닥에 셔츠가 흘러내리고 그 위로 하얀 와이셔츠가 포개진다. 그리고 어느새 하얀 티셔츠가 그녀의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안착한다. 하얀 속살의 잔 근육이 매력적인 몸이 그녀의 앞에 보인다. 키가 작은 그녀는 까치발을 하며 그의 차가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밝게 빛나는 연고동색의 눈동자가 서서히 내려오는 눈꺼풀에 덮인다. 검은 눈만이 막 들어온 방의 풍경을 둘러볼 뿐이다.

 

 고요한 방 안이다. 누구도 없던 고요한 방인 만큼 공기가 데워지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을 듯하다.

 

 서로의 타액을 음미하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찬다. 소리가 방을 얼마나 오랫동안 채웠는지 침대 옆의 작은 전등만이 켜진 방이 점점 이지러져 보인다. 까치발을 든 그녀의 발이 서서히 떨린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던 그가 그걸 신경 쓰는지 혀로 그녀를 계속 감싼 채 그녀를 안아 올린다. 그러고는 문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을 지나 두 사람이 누워도 커 보이는 하얀 침대에 뒷목을 받혀 주며 살짝 눕힌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는 그윽한 눈으로 여전히 뜨고 있는 그의 눈을 바라본다. 목을 받쳐주던 손은 점점 내려가 그녀의 속옷을 익숙하게 풀어헤친다. 이내 둘의 손은 서로의 몸을 탐미한다. 둘의 격정에 침대의 이불은 걷어지고 그 위에 둘은 하나인 것 마냥 포개진다.

 

 얼마나 흘렀을까. 남자가 길게 늘어진 하얀 거미줄을 입술에 매단 채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그때 침대 주변에 널려있는 옷가지들 사이로 진동소리가 들려온다. 검은색 바지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소리일 것이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었지만 이성보다는 욕구를 택한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그녀는 그의 위로 올라간다. 둘의 가쁜 숨소리가 서로의 귀에 맴돈다. 얼마나 흔들렸을지 모를 침대지만, 그 울림이 얼마나 방에 울렸을지 모르지만 둘의 귀에는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었다. 허리에 손을 올린 그는 그녀의 부드럽지만 쾌락을 탐하는 움직임에 하얀 몸 위로 땀을 흘린다. 능숙한 움직임은 그를 옭아매었고 죄책감에 무거운 천장이 일렁인다. 서로의 몸을 탐하기 보다는 언뜻 보면 여자의 일방적인 쾌락을 해소하는 행동으로 보였다. 사나운 맹수에게 덮쳐진 토끼 같아보였다.

 

  그는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입 밖으로 연속으로 내뱉는 그녀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본다. 뒤로 묶은 머리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린다. 언제 지워졌는지 연해보이는 화장에도 들어나는 미모가 연한 빛에 비춰져 더 아름다워 보인다. 가느다란 소리가 새어나오는 살짝 열린 입 주변에는 번져서 번들거리는 립스틱 자국들이 보인다. 그 또한 그녀의 얼굴을 먹칠하기 보다는 쾌락에 한껏 몰입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전등 아래에 놓인 검은색 안경을 통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저 욕구에 몸을 내던진 한명의 가녀린 사람 같았다.

 

 “오늘은 언제 까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한다. 소리를 냄과 동시에 그녀가 혀를 집어넣는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가빠른 호흡이 느껴진다. 호흡은 점차 그의 머리를 타고 내려가 어느 지점에 머무른다. 침대가 전보다 격하게 흔들리고 빛에 의해 벽에 비춰진 사람형태가 흩어진다.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성은 오래 전 머리에서 자취를 감췄고 본능조차 머리에 머물지 아니하고 온몸으로 흩어진다. 대조되어 보였던 두 마리의 동물들은 어느새 서로의 본능을 이해하는 모습으로 보였고 듣는 사람조차 빠져들 소리만이 혀를 통해 나온다. 그는 그렇게 멈춰진 생각을 한 번 더 멈춘다. 계속 울리는 작은 진동소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다 이내 검은 화면만을 내비춘다. 그렇게 둘은 자신들이 울타리 친 세상에 몸을 던진다.

 

 

 낮게 깔린 안개가 서서히 밝아오는 해를 가리운다. 인적이 드믄 주택가 한가운데의 공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사로 넓지도 않았던 공원이 더 외소하게 느껴진다.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운동을 하는 아주머니들과 공원에서 노닥거리는 노인, 집에서 쫓겨나온 담배 피는 아버지들 뿐 이었다. 이들도 이런 이른 아침에는 공원에 발을 내밀지 않는다. 해가 공원을 비추기도 전이다.

 

 공원 내의 나무라고는 거의 벗겨져 외관이 흉한 고목들 뿐 이었지만 공원과 주택과의 경계를 확실히 짓고 있다. 나무들은 공원 안을 볼 수 없게 촘촘히 세워져 있으며 서로와 서로를 다독여 주고 있다.

 

 원래 이쯤이면 멀리서 이미 공원을 여러 번 돌면서 청소를 하고 온 청소부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는 언제나 벤치 아래에 있는 담배 각을 능숙하게 빗자루로 끄집어냈었다. 공원의 나이만큼 오랫동안 이 공원을 도맡아 청소를 해온 것처럼 그는 어디에 쓰레기가 많은지 잘 알고 있었다. 한손에 든 빗자루를 벤치에 걸쳐 두고 담배를 한두 번 물면서 안개가 깔린 공원을 안경 너머로 편하게 둘러본다. 그러고는 담배를 가져온 휴대용 재떨이에 넣어두고는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도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입에서 안개인지 담배연기인지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담배가 없이는 이제 이 바닥에서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지다는 몸으로 배운지 오래였다.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담배연기를 뻐끔 내뱉는 그는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다. 지금쯤이면 자신이 앉은 벤치 옆에 앉아 같이 애기를 나누고 하루를 시작했을 터인데. 그러곤 일주일에 한두 번 같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을 터인데 그런 사람이 더 이상은 곁에 없다. 지다는 축 져진 어깨를 주무르면서 담배를 깊게 들이쉰다. 청소부의 옷을 입은 사람이 저 멀리서 빗자루 질을 하며 돌아다닌다.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지다는 단번에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아침을 혼자 공원에 나와 벤치에 앉아 허무하게 담배를 손에 쥐는 것이 이토록 허무하게 느껴질 줄은 그를 기다리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지난달에는 같은 회사 동기였던 지우도 자동차 사고 때문에 병원에 누워 어떤 말도 못한 채 생명을 연명하고 있다. 식물인간과 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가 막상 자신의 친구가 식물인간이 되니 그 누구보다도 걱정을 해주었다. 하루에 한번 꼴로 병문안을 가는 지다는 오늘은 몇 시에 갈 것인가 고민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인지 요즘 들어 더 힘들어 지는 것 같고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떠나는 것처럼 느낀다.

 

 주머니에서 깊은 진동이 울린다. 한번 짧게 울린 진동은 가만히 안개 사이를 응시하고 있는 지다의 죽어버린 감각을 되살리기기에 충분하였다. 오기로 했던 누군가의 연락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멀리 보이는 청소부의 모습이 안개 사이로 멀어져 간다. 문자 하나가 화면에 떠있다.

 

 '이따가 사무실로 와'

 

 그의 커진 눈이 다시 시큰둥하게 돌아간다. 익숙하게 몸에 배인 기억으로는 이미 실장이 보낸 문자라는 건 알고 있던 그였다. 하루에 2번 정도 주기적으로 연락이 온다. 주기적으로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아침에 연락을 하는 일은 드물지만 그러려니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이중적인 생활도 벌써 8개월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 익숙해질 정도로 익숙해진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한다. 그녀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단 세 명. 자신과 실장 그리고 지금 누워있는 지우였다. 이 셋이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중 하나이다.

 

 지다는 이런 관계를 단순히 연예계에서 조금이라도 유명해지기 위해 관계자에게 몸을 파는 창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관계 다 정당하지 못하고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지우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지다를 멀리하고 서로 다투었다.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라는 것쯤은 애초에 알고 있었고 이제는 몸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흔히 스크린에 나오는 창부와 자신이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나락으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조그맣게 남아있는 양심을 붙잡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 양심을 잡고만 있던 지금까지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미 동기들을 앞지른 지는 오래고 그의 야망을 향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계획이었고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다. 그의 계획에 있어 단 세 가지의 변수만 제외하고는.

 

 겉으로는 평온하게 문자의 내용에 답장을 하고 있는 그이지만 속은 이미 여러 가지의 생각으로 뒤엉켜 있다. 깊은 한숨을 담배 연기와 함께 뱉으면서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집어넣는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앞으로 이곳을 긴 시간동안은 찾는 일이 없을 것이다. 오고 싶어 질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기 전까지는 잊을 것이다. 그는 담배 각을 벤치 뒤로 집어 던진다. 삼 개월이면 충분히 기다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는 공원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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