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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7. 교감 04
작성일 : 17-07-22 23:22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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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크윽 이거 놔!”

 이리스는 얼음의 칼을 만들어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촉수를 잘라냈지만 촉수가 당기고 있던 방향으로 바닥을 굴렀다. 그 위로 역겨운 체액이 전신에 엉겨 붙으니 몸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우윽”

 탁한 공기와 독이 섞인 체액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체액을 얼려서 굳히고 털어내도 머리가 멍했다.

 “돌아가야겠어......”

 5층은 뭔가 불길했다. 마치 몸에 억지로 쑤셔 박아놓고 있던 원혼들이 이 공간에 가득 찬 것처럼 역겹고 바닥을 덮고 있는,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점막 덩어리가 그녀를 감싸려고 했다.

 이리스는 그것들을 걷어차며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했다. 하지만 빛이 없는 지하에서 위층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고 흔들거리는 시야는 혼자서는 알아차리지 못 할 만큼 균형을 비틀어서 그녀가 제자리를 맴돌게 만들었다.

 그사이 사이한 눈동자를 가진 촉수들이 뱀처럼 은밀하게 그녀를 감싸며 모여들었다.

 “또......왔군.”

 숨이 가빠온다. 이곳은 마치 물속처럼......숨 쉴 수 있는 공기가 너무 부족하다. 아 이런 장소는 혼자 오면 안됐는데 그깟 날개 좀 자라났다고 너무 자만했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다. 검에 마나를 집중시키자 별빛과도 같은 희미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아니 검은색이니 별빛은 아닌가?

 ‘그런데 이것들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음습한 기운 때문에 주변을 감싸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가만히 있으니 정확한 위치를 짐작할 수 없다.

 물론 촉수들이 간만에 이곳을 방문한 싱싱한 먹잇감을 놓칠 리는 없다. 다만 사냥감의 힘이 너무 강해서 안전한 사냥방법을 택한 것뿐이다.

 육신을 갉아먹는 독과 밀폐된 공간 때문에 발생한 산소결핍, 부드럽게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생명을 앗아간다. 물론 그 불길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그 마물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감쌌다.

 물론 지금 완벽하게 생명을 거두고 먹어치우는 방법도 있지만 중간계에 적응하지 않은 마계의 생명체들에게는 물리적인 식사는 큰 의미가 없다. 살아있는 상태로 정신을, 감정을 서서히 마모시키며 소화해야 대상의 마나를 효율적으로 흡수해서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리스는 환각증상을 일으키는 독과 칙칙한 어둠의 마나에 잠겨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어둠속을 홀로 헤매고 있다. 숨을 쉰다는 느낌도, 걷고 있다는 감각조차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결국 그녀는 어둠속에서 주저앉았다. 물웅덩이처럼 반투명한 바닥이 그녀의 모습을 비췄다. 지금의 그녀, 검은 용이 처음으로 반했던 여성의 모습을 닮은 그 아름다운 모습이다.

 비단처럼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빛나는 태양을 담은 것처럼 밝게 빛나는 두 눈동자, 오독하게 선 콧날과 피를 머금은 것처럼 새빨간 입......

 주르르륵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곧이어 눈과 귀, 코, 이어서 피부로부터 직접 피가 흘러나오면서 비치는 상의 모습이 붉게 물들었다.

 “위선자 이제 와서 전부 잊고 살겠다고”

 “용서받을 수 없다.”

 “아...아......”

 이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바닥에 닿은 양손에 쇠의 비린내가 느껴지는 붉은 핏물이 달라붙었다.

 그 사이 바닥의 상에서 서서히 또 다른 이리스 노스가드들이 일어섰다. 사방에서 그녀를 감싸듯이 수십 명의 이리스가 한 목소리로 그녀를 비난했다.

 “내 죄는 용서받을 수 없어”

 “비겁자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리오넬이 사랑해주니까 나머지는 네가 걸어왔던 길은 필요 없다는 건가”

 “이전에 널 사랑해주던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기억하니?”

 “아버지를 닮고 싶다던 꿈은 거짓말이었어? 도망자!”

 “꼭 전부 죽여야 했을까”

 수많은 비난 중에 그녀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것들은 징그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일부는 그녀가 죽인 사람들로 또 일부는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로 그리고 과거 끔찍했던 그녀의 모습으로

 “그만해!”

 “넌 죗값을 치러야 한다.”

 수십, 수백의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한 소리로 말했다.

 “왜......왜 여기까지 와서 또 날 괴롭히는 거야!”

 끔찍한 악몽 속에서 그녀의 영혼은 점점 마모되고 있었다.

 

 “고귀한 수호자여 일어나라”

 리오넬의 목소리가 음습한 지하 속에 잔잔하게 퍼졌다. 통로의 절반을 채우는 거대한 보석골렘 둘이 촉수를 후려치며 길을 열었다.

 ‘침착하자 이리스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거야’

 “아...”

 리오넬은 잘려나간 촉수와 이리스의 것으로 보이는 검을 발견했다. 격렬한 저항의 흔적......분명 이곳에서 한 번 저항을 한 것 같지만 검이 떨어져 있다는 건...

 “이리스!”

 머리는 냉정하게 가라앉았지만 두 발은 쿵쾅거리는 심장의 영향을 받아 조금 빠른 걸음으로 어둠을 나아갔다. 화염목의 가지가 탁한 마나의 영향을 받아 거세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멀쩡하겠군.”

 붕괴위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주머니 속에 보관해둔 보석들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콰쾅

 파지지직

 쐐애애액

 쿠르르릉

 벼락과, 얼음과 폭발이 지하를 뒤흔든다. 보석골렘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통로를, 아니 무너져 내리는 암석덩어리와 촉수들을 치우면서 길을 열었다.

 “널 다시 마계로 되돌려주마”

 이번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루비를 꺼내서 집어던졌다. 점막덩어리가 그것을 감싸자 리오넬은 시동어를 외웠다.

 “롤링 블레이즈”

 쾅 쾅 쾅 쾅 콰쾅

 키에에엑

 루비가 폭발하면서 생명이 탄생했다. 붉게 빛나는 화염의 뱀은 수면을 튀어 오르는 돌고래처럼 점막에 감싸인 바닥에 부딪히며 폭발하고 다시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폭발이 번질 때마다 검붉은 점막에 감싸인 바닥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빛과 화염이 태어날 때마다 그것들은 점점 검게 타버리고 스러지며 무너져 내리고 벽돌이 깨져나갔다.

 흙과 모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통로를 점점 좁혀왔지만 그게 알 바인가? 어차피 이곳이 마지막 층이라 더 무너질 바닥도 없다.

 “이리스!”

 놓칠 수 없다. 신의 뜻이나 흑마법사, 신룡기사단 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다. 더 이상 그녀를 이런 장소로 끌어들이지는 않으리라

 이리스는 그 끔찍한 세상에서 자신을 받쳐주던 유일한 존재였다.

 ‘끔찍한 악몽은 내가 전부 먹어줄게 넌 내 주인님인걸’

 어떤 위협에서든 몇 번이나 생명을 지켜주었고

 ‘삶과 죽음이 꿈과 같다면 그건 모든 게 물거품처럼 무의미하다는 걸까?’

 함께 무가치한 현실에 대해 한탄했다. 그리고......그리고......그녀는 죽음을 통해서 한 번 자신에게서 벗어났었다.

 ‘나에게 기회가 있다면 다시는 이렇게 괴물처럼 살고 싶지 않아.’

 광룡의 최후는 비참했다. 어떤 강력한 마법이나 창칼로도 그녀의 재생력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그녀가 택했던 죽는 방법은 스스로 용핵과 심장, 머리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런 비참한 전생의 인연 따위는 너무나도 자유로운 그녀를 붙들기엔 너무 미약한 명분이다. 지금 그녀가 내 곁에 남아있는 건 내가 그녀를 구원해줬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작 그녀가 곁에 있음으로서 구원받는 건 나인데

 크워어어어

 굉음과 화염이 멈추는 순간 또 다시 공포심을 자극하는 끔찍한 비명소리와 대 여섯 개의 촉수가 다시 뻗어 나왔다. 하지만 이리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리오넬은 멈추지 않았다.

 자세히 보지도 않고 주머니에서 보석 세 개가 붙어있는 수상한 덩어리를 꺼냈다. 마나코어의 원리를 이용한 실험작이라 위력은 잘 모르지만 남아있는 것 중엔 제법 쓸 만한 거다.

 “레이지 오브 썬더!”

 파지지직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강렬한 빛의 격류가 어둠을 찢어발기고 포효했다. 뒤늦게 눈을 감았지만 시야가 하얀 빛으로 가득차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크으으......힐링”

 회복마법을 사용하고 가만히 눈을 몇 번 깜빡이자 다시 시야가 돌아왔다. 화염목의 가지는 슬슬 꽃봉오리가 개화하기 시작했다.

 “다 왔군.”

 감옥의 끝에는 수백 개의 촉수를 가진 거대한 살덩어리가 보였다. 감옥 한 칸으로는 부족해서 두 칸 어치의 공간을 더 차지하고 있는 그 마물은 방금 충격으로 무너져 내린 바윗덩어리에 절반쯤 파묻혀있었지만 상처가 난 살덩어리에서 새어나온 체액이 그 바윗덩어리를 녹이고 촉수들이 허겁지겁 움직이며 바윗덩어리를 치우고 있어서 금방 빠져나올 것 같았다.

 그것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리오넬이 다가오자 바윗덩어리를 방패처럼 앞쪽으로 쌓아두고 재빨리 가는 촉수들을 내뻗었다.

 “바람의 칼날”

 주머니에서 손톱만한 크기의 에메랄드들을 모래 뿌리듯이 흩뿌렸다. 마구잡이로 뻗어나가는 바람의 칼날은 다가오는 촉수와 몸체를 감싸는 바윗덩어리를 전부 조각냈다.

 하지만 정작 몸체는 손을 대기 꺼려졌다. 저 안에 이리스가 있다. 아직 살아있겠지?

 “크하아아”

 마물과 마법사의 기묘한 대치, 리오넬의 침묵에서 불안감을 읽어낸 마물은 몇 개 남지 않은 촉수를 움직이기 보다는 몸체 곳곳에 있는 입들을 벌리고 독무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리오넬은 다시금 주머니에서 주머니를 뒤적였지만 그곳에는 물방울 크기 정도의 자잘한 보석들과 엄지손가락 크기의 블랙다이아몬드 하나밖에 없었다.

 “이런! 다 써버렸나!”

 이리스를 생각하다보니 손대중을 하지 않고 보석을 너무 낭비했다. 특히 이런 마나의 흐름이 제약되는 장소에서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내심 당황하긴 했지만 몸은 멋대로 남아있던 블랙다이아를 들고 집어던졌다.

 “루인 오브 어비스”

 마법을 발동하고 나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법의 방향을 몸체에서 최대한 빗나가게 틀었다. 이 정도 위력이면 이리스도 위험했다.

 하지만 이미 검은 보석에서 태어난 심연의 힘은 이미 형체를 가추고 마물의 몸통을 물어뜯었고 불결한 내장과 체액들을 사방으로 흩뿌리게 했다.

 그 더러운 내장과 살덩어리 사이로 내부에 삼켜져있던 이리스의 몸이 살짝 드러났다.

 화염목의 가지로 정화된 공기가 육신을 일깨우고 블랙다이아에 내제되어 있던 어둠의 마나는 그녀의 정신을 일깨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바로서고 그녀를 에워싸고 있던 형상들이 재처럼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그녀는 마물의 위장 비스무레 한 것 안에 있었고 일부의 상은 아직도 남아서 그녀를 괴롭히려 했다.

 “죄 값을 치러야해”

 “으으으......”

 “저걸 죽여라”

 마물은 남아있는 촉수들을 움직여서 이리스를 내장에서 끄집어내고 귓가로 촉수를 집어넣어 뇌에 직접 명령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리스는 리오넬을 공격하기 보다는 머리를 감싸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리스 정신 차려!”

 리오넬은 이리스를 발견하긴 했지만 마법을 더 사용하거나 아직 독구름이 남아있는 마물의 근처로는 접근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남아있던 보석골렘을 조작해서 마물의 잔재를 정리하려 했다.

 “캬아아악”

 순간 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칼날처럼 날카로운 촉수가 이리스를 감쌌다. 제대로 된 지성을 얻지 못한 저급한 마물일 텐데 인질극을 벌일 만큼의 지능은 있었다.

 “제길”

 보석골렘이 다가가는 순간 칼날이 목덜미로 접근하며 작은 상처를 남겼다. 결국 리오넬도 그것을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다.

 

 이리스는 눈을 깜빡였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리오넬과 징그러운 고깃덩어리로 변한 자신의 환상이 있었다.

 “어서 저자를 죽여라”

 “......어째서?”

 “그래야만 넌 용서받을 수 있다.”

 “누구한테?”

 “네가 치른 죄 값을 치러라...”

 마물이 리오넬의 마법에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인지 환상이 하는 말은 논리적이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정신은 완전히 깨어났다.

 “상관없어.”

 “넌 용서받지 못한다."

 

 ‘네가 걸어온 길을 외면하는 거야?’

 ‘하늘을 나는 새라도 발자국은 남긴다. 과거는 없어지지 않아’

 “어차피 용서받을 수 없어. 용서해줄 사람은 이미 다 죽었으니까”

 과거는 싫다. 아프고 괴롭고 기분 나쁜 일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다시 과거를 돌아보라니 신이라고 해도 나에게 기분 나쁜 일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건 필요한 일이야’

 ‘자신을 마주하고...’

 “시끄러워”

 상단전에 남아있는 영혼의 힘을 전부 방출했다. 신성력과 단련해오던 영혼의 마나, 정신의 힘을 관장하는 상단전이 텅 비자 더 이상 지긋지긋한 신의 속삭임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차피 신이라는 것들도 그녀에게 쓸모없는 감언이설을 할 뿐이다. 렉스를 살려주지도 복수를 도와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 이상은 신의 말도 듣지 않으리라

 그녀는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선행을 할 수는 있지만 과거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그것을 모두 외면하기로 했다.

 서리늑대의 냉기와 검은 용의 마나가 주변을 감쌌다. 냉기가 기분 나쁜 촉수를 얼려버리자 검은 날개가 칼날처럼 휘둘러져서 그것들을 부셔버렸다. 짐승 같은 털과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왼팔이 나머지를 잘라내서 길을 열었다.

 “......정말 기분 나빠”

 기분 나쁘다. 그동안 쌓아온 죗값은 이 기괴한 살덩어리보다 더 끔찍했다. 그때보다 더 나아진 것은 겉모습뿐 과거를 외면하고 도망치고 있는 자신은 결코 성장하지 못했다. 그런 걸 이런 마물이 일깨워주다니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

 그녀는 조금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남아있던 살덩어리를 마구잡이로 베어버렸다.얼음의 칼날과 짐승의 손톱에 의해서 너무나도 손쉽게 잘려나가는 몸뚱이는 그녀가 겪었던 고통과 위협을 생각할 때 너무 나약하고 초라했다.

 “크에에엑”

 “으아아아!”

 다시금 수십 개의 입이 벌어지고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리오넬의 마법 때문에 입들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별로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래서 이리스는 똑같이 함성을 내지르며 고깃덩어리를 도륙했다.

 촉수에 달린 누런 눈들과 살점덩어리에 무분별하게 돋아난 입들이 마치 그녀의 내면세계와 다를 바 없어보여서 기분 나쁘다. 아니 기분 나쁜 건 나 자신이겠지 나도 저것만큼 더럽고 추악한 생명체다.

 마물은 급급하게 독무를 뿜어내고 촉수를 휘둘러오지만 독무는 전신을 감싸는 냉기에 얼어붙어서 내려앉고 촉수는 손톱과 얼음칼날에 의해서 도살장의 고깃덩어리처럼 차근차근 잘려나갔다.

 

 리오넬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안 돼......”

 겉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지금 이리스가 싸우는 모습은 마치 광룡이 되었을 때의 그녀와 같았다. 자신보다 거대한 살덩어리를 웨어울프의 팔로 마구잡이로 찢어대고 오른팔은 얼음의 칼날로 모든 것을 얼려서 깨부순다.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것 같은 검은 괴물......다시는 저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아악”

 “빙월참”

 최후의 발악인지 쓸모없이 공간만 차지하고 있던 살점덩어리들이 분리되면서 인간의 형상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리스는 그것들이 제대로 된 형체를 갖추기도 전에 자신의 두 배는 될법하게 커진 얼음의 칼로 거대한 반월형의 검기를 방출해서 그것들을 쓸어버렸다.

 “바이스 이럽션”

 얼음으로 된 칼을 집어던지고 어둠의 마나를 담은 왼팔을 처음보다 절반 정도로 줄어들은 마물의 몸통 중앙에 밖아 넣자 어둠의 마나는 창날이 되어 순식간에 질긴 겉가죽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거대한 고슴도치를 보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아!”

 그녀는 그 거대한 살덩어리를 헤집으며 사냥을 마친 야만인처럼 포효했다. 하지만 이내 몸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는 두려움을 모르는 광전사처럼 날뛰었지만 아직 체내에 독 기운이 돌고 있었고 너무 많은 기운을 소진했기에 그녀는 금세 기절했다.

 “......이리스”

 리오넬과 이리스를 비추는 불빛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화염목의 꽃은 이미 만개해서 꽃잎을 한 장 한 장 떨어뜨리며 시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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