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없는 까만 하늘 위에
홀로 외롭게 빛나는 달은
곧 어둠에 삼켜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짙은 어둠만이 가득한 가운데
작은 벌레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한 밤이다.
조금 전까지 내렸던 비의 서늘한 한기가
대청마루 아래 숨어있는 어린 소녀에게로 달려들었다
차가운 밤공기에 작은 어깨를 떨며
몸을 움츠리는 어린 소녀는
이곳의 주인인 초림이었다.
흐트러진 머리에 먼지와 흙으로 잔뜩 얼룩진 옷.
엉망이 된 차림새만큼이나 초림의
하얀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순이는 왜 안 오는 거지? 금방 돌아온다고 했으면서….’
‘아버지는 어디 계신 거지?’
초림은 자신을 이곳에 홀로 두고 떠난 순이를 떠올렸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그녀를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커지기만 했다.
갑자기 일어난 이 모든 것이 거짓인 것만 같았다.
초림은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반지를 꼭 잡았다.
이율 도령이 그녀에게 남기고 떠난
부적과도 같은 소중한 반지였다.
'아버지가 오면 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주문을 외우듯 숨죽여 같은 말을 되새겨 보았다.
순간 비릿한 냄새가 났다.
처음 맡아본 냄새였지만 이 냄새가 어떤 의미인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초림은 심하게 떨려오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미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저벅. 저벅.
낯선 발들이 마당에 모였다.
초림은 지금의 상황을 부정하듯 눈을 꾸욱 감았다.
‘아냐…. 괜찮을 거야….’
‘순이가 아버지 모시러 갔으니깐….’
‘금방 끝날 거야…. 아침이면 다 없었던 일이야….’
그리고 살며시 눈을 떴다.
?!!!
눈앞에 하얀 눈동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