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규모의 학살이 일어나기 약 십 분 전이었다. 달빛이 창문 밖에서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달빛 주위로는 단 하나의 별이 빛났다.
젠시는 잠시 뒤 있을 재앙은 꿈에도 모른 채 침대에 누운 채 그 별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왔다. 그의 아버지는 오 분 내로 잠들지 않으면 혼내겠다고 했지만 삼 십 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이란 다 그렇지 않은가. 순수, 호기심, 활기가 섞여있다. 잠이란 그런 것들을 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젠시는 엎드려서 휴대폰을 켠 후 게임을 틀었다. 대뜸, 팔꿈치가 저려왔다.
시계가 째깍거린다. 별은 더욱 찬란하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때, 게임이 중지되었다. 꾹꾹 눌러도 반응이 없고, 흔들어도 먹통이었다.
“응? 뭐야”
젠시는 게임에서 나왔다. 인터넷이 끊겨 있었다. 갑자기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에서 멧돼지들이 달려오는 것 같은 굉음. 모든 것이 진동하고, 문은 덜컹거렸다. 젠시는 놀란 눈을 하며 침상에서 빠져나와 재빨리 책상 밑에 숨어들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공포로 휩싸였다. 죽음으로부터의 위협이 뇌리에 입력된 순간이었다.
한참을 지나 진동이 멈추었다. 젠시는 고개를 내밀었다. 벽시계와 전등은 바닥에 엎어져 깨져있었고, 책꽂이의 책들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계단을 쿵쿵거리며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의 아버지였다.
“젠시, 괜찮아?”
아버지는 달려들어 젠시를 안고 죽은 사람이 환생이라도 한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창문 밖 도시는 불길이 당겨졌다. 기반이 약한 건물은 큼지막한 가루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사이렌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인터넷과 전파가 끊긴데다, 소방서 또한 무너져 내린 탓이다. 모든 것이 초토화 상태이다.
아버지는 중얼거렸다.
“드디어 온 거야.”
젠시는 벌떡 일어나 연신 짧은 호흡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엔 소년의 티를 벗어나 어느덧 면도질한 흔적이 턱에 남아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숨을 골랐다. 꿈을 꾼 것이다. 악몽 같았던 그 날의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