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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세계(완결)
작가 : 레일
작품등록일 : 2017.3.1

자전이 멈춘 미래. 생존의 사투와 종말에 엮인 거대한 비밀의 이야기

 
5화
작성일 : 17-03-01 17:45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6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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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열대가 엉망이었다. 형형색색의 얼룩들이 잔뜩 묻어있고 균열은 기본이요, 가루가 될 정도로 파쇄 되어 있는 것도 파다했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마치 온갖 오물이 섞인 것 같았다. 한 구석에 죽은 개가 쓰러져 있었다. 젠시는 얼굴을 찡그리며 최대한 멀리 돌아갔다.

 

 “가자, 그만 들다보고”

 

 사람은 없었다. 시체도 없었다. 분명 피는 여기저기 낭자한데 말이다.

 

 안쪽 생필품 코너에서 성냥을 획득했다. 단 한 갑만 남아있었다. 표지가 지저분하게 반쯤 벗겨져 있었다. 케이스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정확히 열두 개비. 거기서 쓸 수 있는 것만 걸러내니 일곱 개비였다.

 

 뚜껑을 닫고 주섬주섬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식료품 코너에는 거의 남김없이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나마 보드카 몇 병과 유통기한이 무의미한 감자칩을 한 봉지를 얻을 수 있었다. 젠시는 그것들을 카트에 담았다.

 

 “젠장.”

 

 손전등의 불이 차츰 약해지더니 완전히 꺼졌다. 흔들어도, 손으로 쳐도 돌아오지 않았다.

 

 “왜 이래”

 

 가로등은 켜질 리 없었고 달은 아직 뜨지 않았다. 때문에 어두운 터널에 갇힌 것처럼 사방이 완전히 암흑으로 덮였다. 눈동자는 마구 움직이는데 시야엔 변화가 없었다. 장님이 된 기분이다. 바닥에 도끼를 내려놓고 손전등을 내리쳤다. 그 후 잠시 기다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먹통이다.

 

 서너 번은 더 내리쳤다.

 “제발....... 왜 지금 건전지가 죽는 거야......”

 

 그러나 빛은 없었다. 젠시의 머릿속에 또다시 공포가 불어왔다.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과 싸웠다. 없던 어둠공포증이 도질 것 같았다.

 

 심호흡 몇 번으로 간신히 이성을 붙들고 어딘가 건전지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보기로 했다. 호메르스가 구형으로 공급해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눈 뜬 장님으로, 희망을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렸을 것이다.

 

 성냥갑을 꺼냈다. 케이스를 열 때 한참을 더듬거렸다. 도저히 열리지 않았다. 뒤집고 나서야 케이스를 잘못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성냥 하나를 꺼내려 할 때 두 개비 정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을 찾아 바닥을 더듬거리다가 도끼뿔이 잡히자 잘못하면 날에 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뗐다. 대신 새로운 성냥을 꺼내 종이포장을 뜯고 불을 지폈다.

 

 불은 손아귀에서 그야말로 미친 듯이 떨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일렁거렸다. 그러면서도 근처 일 미터도 밝히지 못했다. 최대한 손을 뻗었을 때 얼굴까지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

 

 진열대 가까이 불을 대며 시력이 몹시 나쁜 사람처럼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 불이 손가락 바로 위로 내려올수록 마음도 급해졌다. 그렇지만 빨리 걸을 수 없었다. 재촉할수록 바람 때문에 불이 작아지려 했다.

 

 다른 자재에 불을 옮기려는 생각도 했지만 약한 불을 그대로 보존해서 태울 수 있는 마땅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두 개비 째 태우고 있을 때였다 바닥에 물컹한 것이 밟혔다. 등골이 서늘했다. 이어 소리를 질렀다. 그 밑에는 좀 전에 입구에서 봤던 시체가 있었다. 배는 이미 갈려져 있었고 그 위로 운 나쁘게 창자 쪽을 밟았던 모양이었다.

 

 이름 모를 회색늑대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입은 바짝 마르고 털은 거칠었다. 눈은 백내장 걸린 환자마냥 탁한 회색. 턱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송곳니는 반쯤 부러져 있었다. 아직 벌레가 꼬이기 시작한 걸 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신발바닥에 빛을 비추니 피가 묻어 있었다. 시체 근처에 굴러다니는 건전지 하나를 발견했다. 얼른 몸을 숙여 그것을 집었다. 성냥은 진열대 위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걸쳐놓고 손전등의 건전지 두 개 중 하나를 갈았다.

 

 기대에 찬 채 버튼을 눌렀다. 전혀 반응이 없었다. 내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하나를 더 찾아야 하나 봐. 아니면 이것도 다 달아서 두 개를 찾아야 하거나.”

 

 혹시 더 떨어진 건 없는 지 확인한 후 천천히 거기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몇 분 째 허탕, 다섯 번 째 성냥 절반쯤을 태우고 있을 때 갑작스레 귀기가 돌았다.

 

 곧이어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에 반응하여 샤비가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뭔데”

 

 샤비가 짖는 쪽으로 불을 내밀었다. 어둠에 가려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최대한 크게 떴지만 불이 너무 약해 무엇을 향해 짖고 있는 건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샤비가 갑자기 어둠 속으로 달렸다.

 

 “잠깐만,, 악......!”

 

 불이 거의 손가락 부근에 내려왔을 때 뜨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렸다. 손가락을 입에 대고 침을 발랐다.

 

 “너 아무래도 목줄 좀 걸어야겠다. 자꾸 이상한 데 쏘다니지 말라고 말했는데.”

 

 젠시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차가운 바닥에 맞닿은 불은 얼마 안 가 힘없이 꺼졌다. 재빨리 다시 성냥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때,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손을 멈추고 시선은 어둠 속에서 방황했다.

 

 “샤비!?”

 

 그것은 분명 두 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였다. 샤비가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아까의 죽은 개가 부활하기라도 한 것일까. 듣다보니 한 마리가 아니었다. 아니, 얼마나 될지 정확히 분간할 수 없었다.

 

 빛. 빛이 필요했다. 완전하고 차분한 불빛.

 

 손이 전기충격이라도 맞은 듯이 경련했다. 아무리 진정하려고 해도 바로 코앞에서 일어나는 그 ‘무엇‘ 때문에 두려움이 가시질 않았다. 눈가리개를 한 채 총살을 기다리는 죄인 같았다. 성냥 하나를 종이에 긁다가 떨어뜨리고 말았다. 바닥을 더듬거리며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입은 내뱉을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모조리 했다.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 빌어먹을. 어디서 무엇이 덮쳐올지 몰랐다. 이제 남은 성냥은 손에 든 것, 단 하나 뿐이었다.

 

 왼편에서 발 구르는 소리가 났다.

 

 젠시는 엉거주춤 선 채 성냥을 붙들고 있었다. 처음 두 번은 불똥이 튀다가 세 번째에서야 불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갑작스레 생명체가 이빨을 드러낸 채 덮쳐왔다. 젠시의 눈높이 까지 뛰어오르며 순식간에 불빛 안에서 지나갔다. 좀 전의 시체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젠시는 눈을 감고 비명을 지르며 오른팔로 얼굴을 가렸다. 팔에 이빨이 닿는 느낌이 났다. 밀려났다. 다리를 다친 탓에 너무 쉽게 뒤로 밀려 넘어졌고, 늑대는 젠시 뒤로 넘어갔다.

 

 넘어지면서 또 성냥을 놓치고, 바닥에서 외롭게 꺼져갔다. 자그마한 빛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어둠에 녹았다.

 

 자켓 소매가 찢어져 있었다. 사라진 자리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뒤에서 늑대가 진열대에 부딪혀 물품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가득 채웠다.

 

 젠시는 괜히 도끼를 두고 온 것을 후회했다. 또다시 뒤에서 짖는 소리. 발 구르는 소리가 났다. 젠시는 몸을 돌리고 등을 바닥에 댄 채 뒤로 기었다.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정신머리를 꾸역꾸역 부여잡고 총집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공이치기를 당기고 정면에 한 발을 쐈다. 섬광이 카메라 플래시처럼 튀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비췄다가 어둠이 내려왔다. 젠시의 눈에 잔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총알은 천장에 맞고 도탄이 되어 선반 위의 그릇 하나를 깨뜨렸다. 놈은 빛에 잠시 움찔하다가 다시 돌진해 왔다. 이어서 두 번 째로 쐈다.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젠시는 소리를 질렀다,

 

 세 번 째 쐈을 땐 늑대의 살점이 총구에 닿은 채였다. 탄알이 허리 부근을 스쳐지나갔다. 깜부기불 같은 자그마한 불꽃이 튀면서 털에 옮겼다. 총은 젠시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져 미끄러졌다. 젠시는 고개를 돌려 뒤로 넘어간 늑대로 향했다. 붉은 점박이 무당벌레 같은 것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붉은 점들이 달려왔다. 젠시는 자기 허리춤을 더듬거리다 이번엔 손전등을 꺼냈다. 얼떨결에 날아 들어오는 적을 향해 가격했다. 매끄럽게 정통으로 라이트스트레이트. 총상을 찢어내고 안으로 손전등이 반쯤 들어갔다. 맹장이 엄지에 닿았다. 순간, 번쩍. 손전등 불이 길게 뻗었다. 말썽이던 TV가 고쳐지듯.

 

 늑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손전등과 오른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웨이터 복은 새로운 피로 얼룩졌다.

 

 놈은 터진 주머니마냥, 총상이 심각하게 벌어져 있었다.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조금 거칠게 쉬고 있었다.

 입에 침이 없었다. 입구 근처서 봤던 시체와 마찬가지로 바짝 마른 상태였다.

 

 빛을 비추니 움찔거리며 미세한 경련을 일으켰다. 급기야는 눈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늑대가 목에 가래가 걸린 듯한 소리를 내며 젠시의 다리를 물으려 버둥거렸다. 젠시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몰러섰다. 늑대는 한 움큼 피를 토한 후 숨을 거뒀다. 젠시는 멍하니 그 죽음을 지켜보았다.

 

 짖는 소리는 아직 멎지 않았다. 젠시는 되찾은 빛을 돌려 샤비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도중에 탈출용 도끼와 떨어뜨렸던 성냥 두 개를 수거했다. 오른손에 도끼를 들었다. 절뚝거리면서 피를 토할 것 같을 정도로 최대한 빨리 달렸다.

 

 셍활용품 코너 두 번째 진열대 바닥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 피를 따라갔다. 샤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늑대와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털에 묻은 피를 보아하니 샤비가 열세였다. 늑대 쪽에 빛을 비추자 늑대는 놀란 듯 주춤했다.

 

 젠시는 도끼를 높이 쳐 들었다.

 

 .

 

 “생명을 죽였어”

 

 젠시는 넋두리하듯 조용히 내뱉었다. 숟가락으로 접시에 담긴 통조림 파인애플 하나를 떠먹었다.

 모닥불 안에는 성경 두 권과 각목이 불타고 있었다. 마트 입구는 밀가루 포대로 막아둔 상태고 젠시는 물품 창고에서 문을 잠그고 팔짱 낀 채 쭈그려있었다.

 

 샤비는 허겁지겁 그릇에 담긴 통조림을 먹고 있었다. 상처마다 소독약 범벅이었다.

 

 “내가 생명을 죽였어.”

 

 창고에서 메아리가 울러 퍼졌다. 젠시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자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가 더욱 몸을 움츠렸다. 피 묻은 손이 코에 닿자 비린내가 났다.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이 이상해.”

 

 시선이 불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시이불견이었다. 불 속에 다 떨어져가는 낡은 성경 하나 더 던져주고 골프채로 안쪽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곤 통조림을 들어 파인애플을 입 안에 쑤셔 넣었다. 맛은 그럭저럭 달짝지근했다.

 

 “안 그래?”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누구에게 묻는지 알 수 없었다. 젠시는 아무래도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길고 참혹한 꿈. 몽롱하다. 육신과 별개로 의식의 저 편에서 살고 있는 건만 같다.

 

 카트에서 바람 빠진 풍선 같은 감자칩 봉지를 뜯었다. 부스러기도 아니고 재 같은 가루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해먹는 건지 몰라 불에 익혔다. 갈색으로 변했다. 샤비에게 조금 나눠주고 남은 부스러기들을 입에 넣었다. 눅눅하고 탄 맛 외에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오다가 주운 회색 이파리도 먼지를 털고 불에 익혔다. 무색무취의 연기가 그을렸다. 노란색으로 변색되었을 때 잎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턱을 움직여 씹을 때마다 찐득한 무언가 스며나왔다.

 

 젠시는 거의 울상이 되다시피 찌푸렸다. 입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엑. 우엑. 우에엑. 잽싸게 입을 가리고 뱉었다. 눈물이 나왔다. 입이 따가웠다. 손에 든 토사물을 보았다. 분명 집어넣을 땐 노란색이었지만 어째선지 나올 땐 파란색이었다.

 

 불과 하루, 아니 언젠지 모르겠지만 전에 메주콩 말고 고기 달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자 이제......”

 젠시는 식사를 마치고 바닥에 떨어진 시멘트 조각을 들었다. 주먹에 꼭 들어맞는 크기였다. 모서리 부분에 바닥에 긁으면 회색가루들이 떨어져 나와 선이 그어졌다. 크레파스와 유사한 질감이었다.

 

 “계획을 짜자고”

 

 젠시는 비딱한 구를 그리고 가운데에 벨트 모양의 대륙을 그렸다. 그리고 그 대륙을 따라 일직선 선을 그어 철로를 가시적으로 그었다. 예전에는 이 철로 일부를 시베리아 횡단열차 철로라고 불렀었던 것을 기억했다.

 

 젠시는 간부들이 전쟁 작전 회의를 하듯, 머리를 굴렀다. 말판이나 기사(記事)는 없지만 실전이라는 사실은 동일했다.

 

 “좋아, 잘 들어. 우리를 구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없을 거야. 내가 이미 죽은 줄로 알 테지. 그러니 구조는 일찍이 포기해야 해. 그렇다면 우리가 열차에 타는 수밖에 없어.”

 

 젠시는 어느 한 점에서 철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화살표를 그렸다. 유토피아호의 행로 방향이었다.

 마찬가지, 같은 점에서 이번에는 시계 방향으로 화살표를 그렸다. 그리고 두 화살표가 점의 반대편에서 만나게 했다.

 

 “동쪽으로 철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든 열차에 올라탈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여기에 있어도 되고. 하지만 일 년을 여기서 머무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 먹을 걸 구할 수 있다고 해봐야 한곳에 가만히 있으면 금방 동날 테고. 지금 당장에도 부실한 걸 어떻게 일년 치를 구하겠어? 안 그래?”

 

 젠시는 샤비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위에 있는 벙커로 돌아갈 순 없냐고? 안 돼. 방폭 구조로 잠겨 있는데다 설사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모조리 수확된 다음이라 먹을 것이라곤 새로 심어진 새싹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니 애초에 들어가질 못한 다니까? 샤비, 듣고 있어?”

 

 

 하지만 샤비는 거기에 관심 없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딴 짓을 일관했다.

 “샤비, 여기 봐줘. 중요한 거야. 목숨이 달렸다고”

 

 머리를 살짝 밀며 시멘트 가루 도상안을 보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샤비는 결국 터덜거리며 자리를 옮긴 후 주저앉았다.

 

 “그래, 가라, 가”

 

 젠시는 시멘트 조각을 내팽기듯 바닥에 내려놓았다. 작전 회의니 뭐니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모닥불이 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열기가 온 몸을 감쌌지만 틈새로 타고드는 한기 때문인지 으슬으슬 떨렸다. 여기 있어봐야 괴물이 급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보장도, 아니, 단 일 분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난 먹을 것 좀 찾아볼게”

 

 젠시는 땅을 짚고 일어나 창고 안쪽, 상자가 있던 쪽으로 갔다. 뒤를 곁눈질했다. 샤비는 따라오지 않았다. 발은 중력에 완전히 맡기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격렬한 난투 끝에 지칠대로 지친 모양이었다.

 

 소생고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두꺼운 문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다. 혹시 작동할까, 싶은 마음에 문에 난 유리에 눈을 갔다댔다.

 

 사람 시체가 있었다. 수십으로 보이는 먼지 쌓인 백골들이 줄에 맞춰 가지런히 바닥에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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