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8일 금요일
깨어나고 몇 달 동안은 계속해서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 때마다 나는 걷지도 못하는 발을 이끌며 병실을 나섰다. 그러다 결국에는 주위의 간호사나 의사에게 잡혀 다시 침대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지쳐버린 나는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항상 천장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병실문이 열리면서 오늘도 팀장님이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설아… 이번달도 그 사건이 일어났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 했어…”
“너 21년도 1월 1일 사건 기억나? 너가 그 아이 찾겠다고 엄청 난리를 쳤잖아. 그런데 그 아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그 고아원에 있었더라고… 아, 이건 저번에 말한 거였나…”
“너 안 일어나면 네 자리에 있는 커피 내가 다 마실거야…”
“그리고… 네가 사다 둔 담배, 그거 네 관물대에 있더라… 그것도 내가 다 가져 훔칠거야…”
“설아…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
“커피…”
그가 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뭐라고? 그래, 커피?”
“커피…”
기억이 났다. 커피… 내가 고아원에 있을 당시, 원장님은 나를 자상히 돌봐 주었다. 그는 가끔가다 원장실안의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를 꺼내 내게 주었다. 그러면 나는 의자에 앉아 홀짝거리며 마셨고 그는 커피를 내린 뒤 설탕도 넣지 않고 내 옆에 다가와 같이 마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취향이 바뀌었는지 그는 검은색의 커피가 아닌 흙탕물색의 커피만을 마셨다.
“커피…”
그 뿐만이 아니었다. 현이가 온 날, 나는 그를 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가 그로 존재하지 않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