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집에 일찍 아닌 일찍 들어와 침대에 쓰러지듯이 잠을 잤던 윤은 잠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 들어와 거울 앞에 서는데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어제 입고 있던 옷 그대로였다.
하아~ 어지간히도 피곤했었나 보군….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잔 것을 보니….
윤은 눈앞 꼬리를 엄지와 검지로 5분 정도 잡고 있다가 세수를 한다. 반면에 도균은 여전히 꿈나라에 가 있다. 무엇을 꾸고 있길래 헤헤거리면서 웃으며 베개를 끌어안고 있다. 입꼬리가 귀에 걸려 아주 많이 내려 오지도 않고 있다. 자는 모습도 생긴 것만큼 귀엽게 잔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긴 것이 보인다..
“헤헤”
윤은 도균의 모습에 그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리고 저 모습은 완벽하게 규칙 위반이라는 것을…. 또한, 왜 도균이 곁에는 감시자가 없는 것인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도윤은 도균을 보고는 혼잣말을 한다.
“하~ 감시자는 또 어디에 두고 오신 것인지…. 뭐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 다만은….”
도윤은 작은 탁자 위에 물을 올려 두고 도균의 방에서 나온다. 윤의 방으로 가서 윤을 깨우기 위해 침실로 향했지만 역시나…. 윤은 벌써 일어나 씻고 있었다. 도윤은 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속이 상할 지경이었다. 내가 감독 겸 감시자이기는 하지만 모시는 처지로서는 그래도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볼 수 있겠거니 했지만, 오늘도 허탕…. 윤은 자신이 자는 모습을 절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다. 자신은 그저 일에 대한 것만 감독 겸 감시하는 것뿐인데 자는 것만은 꼭 마음 편히 주무셨으면 했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일어나 씻고 잇기에 자신이 하는 일은 오늘도 오늘 외출할 옷을 꺼내 두는 일과로부터 시작과 식사 준비를 하는 것뿐이었다.
도윤은 빈 침실을 바라보며 조금은 서운하다는 어조로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셨네요…….”
윤은 씻고 머리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오면 침대 위에는 언제나 옷이 꺼내져 있었다. 아무래도 도윤이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와 옷을 꺼내 놓고 나간 모양이다. 윤은 옷을 그저 바라보고는 이내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윤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래도 꺼내 놓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땡땡이가 있는 와이셔츠에 아이보리 니트, 남색 바지였다. 그리고 보면 도윤도 의외로 옷을 잘 입는 편이었다. 그가 입은 옷차림을 보면 매우 깔끔하면서도 단정했다. 반면에 도균이 같은 경우에는 아이와 어른 사이의 옷차림이 잘 어울렸다. 생긴 것부터가 아이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래 있던 악마계에서도 그런 얼굴에 애교까지 있었기 때문에 인기가 꽤 있었던 거로 알고 있었다.
뭐…. 그 녀석 주변으로 남자 여자를 비율로 한다면 80%가 가장 많이 있었던 것은 여자라는 점이었다. 윤은 그런 거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윤은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온다. 부엌에서는 요리하는 중인 것 같다. 군침을 돌게 하는 냄새가 집안 가득 나기 때문이었다. 부엌에 들어오자 도윤은 윤의 아침을 정성스레 그릇에 담고 있다. 윤은 도윤을 슬쩍 보고는 자리에 앉는다. 도윤은 의자 끄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는 말한다.
“윤님, 잘 주무셨나요?”
“응.”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머리는 어떠세요?”
“아무렇지 않아.”
“네, 다행이네요.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했어요.”
윤은 고개를 끄덕인다. 도윤은 아침을 쟁반에 올려놓고 윤 앞에 내려놓는다. 윤은 도윤이 내려놓은 아침상을 보니 조그마한 그릇에는 야채 샐러드와 파인애플 소스가 있었고 그 옆에는 야채수프가 있다. 윤은 밥상을 보고는 숟가락을 들어 수프를 한 입 먹는다. 도윤은 윤이 괜찮다며 맛있다고 말하자 활짝 웃으며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좋아하라 했다. 윤이 한참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그제야 잠에서 깼는지 잠옷을 입은 채로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도균이는 손을 뻗어 윤이 먹고 있는 방울토마토를 한 개씩 주워 먹으며 말한다.
“윤, 아니 아얀, 일하러 가는 거야?”
“그래,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 셈이야?”
“치이~ 아 나도 아얀이가 먹고 있는 거로 주라~”
도균은 윤의 말을 모른 체하며 다른 말로 얼버무린다. 당연하다는 듯이 도윤이에게 말하자 윤은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아무거나 주라고 말한 후 다시 식사를 이어간다. 윤은 여기서나 저기서나 똑같다며 투덜거리는 도균이었고 그런 두 사람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는 도윤이었다.
현재 시각, 8시 30분, 윤이 나갈 채비를 하자 언제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지 도균도 따라나선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윤이 속으로 생각한다.
마치…. 강아지 같네요. 루브씨는….
도윤은 늘 평소에 하던 것처럼 차를 준비해 출발한다. 도착하기 전에 도윤은 윤에게 오늘의 할 일을 알려준다. 그러면 도균은 또 뭐가 그리 이야깃거리가 많은지 차 안에서 오늘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세 사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회사 안의 분위기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밝아졌다. 직원들의 얼굴과 행동에는 우중충했었던 것은 사라지고 생기를 찾아 웃고 있는 직원들이 많았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들이 있었다. 윤은 자리에 앉자마자 펜을 들어 서류들을 일일이 읽어보고 결재를 한다. 서류 중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살릴 수 있게 하고 폐기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폐기를 해버린다.
도균은 그런 두 사람을 빤히 보고 있자니 지루하고 따분하고 심심해한다. 윤의 곁에서 도와주던 도윤은 도균을 보니 표정에서 지루해 죽으려는 표정을 보고는 도윤이 궁금증이었던 것을 물어본다.
“도균 님, 감시자는 어디에 두고 오셨나요? 보통은 데리고 다니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아~ 그게 말이지~ 너무 시끄럽고 밉게 생겨서 꽁꽁 묶어서 어딘가에 버려두고 왔어.”
도윤과 윤은 그 말을 듣고 도윤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당황해하고 윤은 그저 한숨을 쉬며 다시 일에 집중한다. 도윤은 잠시 멍했다가 다시 물어본다.
“아…. 그러셨군요…. 그럼 도균 님의 감시자는 누구이신가요?”
“음…. 그 녀석 이름이 뭐였더라……? 알리로니모 덴쵸? 알르니모 덴쇼? 뭐 그랬던 것 같은데?”
도윤은 도균이가 감시자의 이름도 안 외웠다는 거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균이의 태도는 정말 관심이 없는 얼굴에는 잔뜩 불만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면서 도윤은 이름을 차근차근 생각하고는 떠올랐다는 듯이 말한다.
“아…. 그럴 만도 하겠어요. 알츠르니 모덴쵸, 그분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온종일 듣기 싫은 소리만 해….”
“의외로 모습과는 다르게 엄마라는 별명도 붙여진 게 아니죠….;;;”
도윤은 심심해하는 도균이에게 어제와 같은 차를 내오자 도균은 조심스레 찻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며 오, 맛있어! 라며 홀짝홀짝 마신다. 도균은 그러면서 긴 소파에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다가 휴대전화기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윤은 아무 말 없이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해가며 사인을 한다. 윤이 일하고 있다면 도균이는 이곳에서 놀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도균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도윤은 도균의 앞에 앉으면서 말한다.
“도균 님, 여기서 이렇게 놀고만 계셔도 되는 거예요? 일은 어찌하시려고요”
도균은 도윤이의 말에 헤실헤실 웃고 잇던 얼굴에서 인상을 팍- 구기며 말한다.
“내가 왜?? 왜 그 일을 해야 하는데???”
“그야……. 악마의 왕께서 지시한 일이니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연한 거라니…. 나는 말이야. 옷을 좋아해. 근데!! 나보고 가수를 하라고?? 그것도 아이돌로?? 그딴 일 전혀 하고 싶지 않다고!!!”
도균이 거의 울분을 토해내며 말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 쪽에서 들려오는 매우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언제까지 여기에 계실 작정입니까?”
도균은 그 목소리에 놀라 순간 흠칫거린다. 키는 한 180 정도 짧은 숏컷의 머리를 하고 얼굴은 작고 약간 어두운 피부에 마치 인도의 왕자를 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한 남자가 인상을 구기며 도균을 무섭게 째려보고 있다.
도균은 위험을 감지했는지 어느새 윤이 있는 곳에 왔는지 도균은 윤에게 칭얼거린다. 윤은 도균의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도윤은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도균 님, 이리 오세요. 이것은 엄연히 민폐입니다.”
남자는 서서히 걸어와 도윤이에게 먼저 반듯하게 인사를 한다.
“미안합니다. 저의 분께서 민폐를 끼쳤네요. 저는 알츠르니 모덴쵸입니다. 인간계의 이름으로는 현지운이라고 합니다. 도균 님의 감시자이자 매니저로서 이를 하고 있습니다. 자꾸 도망을 다니시는 바람에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도청기를 달아 놓았는데…. 여기에 계셨군요.”
도균은 지운이의 말에 경악하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말까지 더듬었다.
“도…. 도청…?”
“역시 그랬군요. 여전하시네요. 하지만…. 도균 님께서는 안 가시려는 듯해 보이는데요?”
“이 이상은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 지금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지운은 도균이에게 다가가 도균을 한 번에 번쩍 들어 어떻게 해서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어깨에 들쳐 메고 사무실을 나간다. 나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등바등하는 도균이었다. 도균은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는다. 그런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윤이었다. 그리고는 “시끄럽군.”이라는 그 말 한마디만 툭 내뱉을 뿐이었다. 도윤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도윤은 절규해 하는 도균의 목소리가 멀어지자 일정에 추가된 것이 생각이나 윤에게 말한다.
“아…. 윤님, 내일 오후 3시에 최 작가님께서 마지막으로 광고에 쓸 사진 작업 약속이 잡혔어요. 내일은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면 거기에 간 후 바로 퇴근해야겠군.”
“알겠습니다.”
도윤은 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그리고 하염없이 체크리스트를 보며 생각한다. 아얀님이 회사에 오셔서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단 것이다. 그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면 거의 아얀님이 표정 없는 얼굴로 서류를 보고 겉과는 다르시게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챙겨주시고 생각해주시면서 최대한 바르게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본 결과로서는 실수하시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윤이 사무실을 나와 디자인팀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매우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 날까지 지금처럼 좋은 결과만 나오기만 하면 된다.
과연…. 생각하신 예상 결과만큼 나올 수 있을까…….
다음날, 도윤이 어제 말했던 것처럼 현재 최 작가를 만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 마무리 작업을 확인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늦어질 줄은 몰랐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는 피곤으로 가득 있어 짜증까지 몰려 왔다.
윤은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자신과는 다른 방향에서 누구에게 쫓기고 있는 듯이 뛰어오고 있는 젊은 여성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가와 울면서 도와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웬 검은 양복을 입은 험악한 얼굴을 한 남자들이 열대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이 도와달라는 말에도 무심하게 가버리는 사람들이었다.
윤은 자신과는 상관없기에 스쳐 지나가려던 그때였다. 여성은 어떻게 해서든 도망을 쳐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지나가던 윤의 팔을 붙잡으며 말한다.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그 도와달라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애절했다. 간절히 원하는 목소리에는 떨림도 섞여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거절을 했기에 여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여성이 윤의 팔을 잡고 도와달라고 하고 있을 때 10M 정도 되는 거리쯤에 한 남자가 소리를 친다.
“제기랄, 도망을 왜 가!! 당장 나랑 결혼하자고 네 아비하고 네 동생 놈이 빌린 돈 안 갚아도 된다고.!!”
여성은 그 목소리에 놀라 흠칫거린다. 여성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벌벌 떨고 있을 때 그 옆에 있던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여성을 발견하고는 말한다.
“형님, 저기 저쪽에 있습니다.”
남자는 부하의 말을 듣고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한다.
“하?! 생긴 건 기생오라비같이 생겼네, 옷도 죄다 브랜드 옷, 부잣집 도련님이랑 연애해? 당장 잡아 와!!”
“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