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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황녀가 원한 건 작은 식당이었을 뿐인데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24

베르딘 황실의 셋째 황녀 프시케. 뛰어난 요리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살벌한 입담?!
황실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자한 그녀에게 주어진 퀘스트.

정해진 기간 동안 마계에 가서 요리 선생님이 되어주고 돌아와라.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소원. 들어줄게.

퀘스트만 완료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마계에 입성한 프시케.
곳곳에 달콤살벌한 일들이 폭탄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요리도 좋습니다만. 제게도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마계의 유명한 차도남이라는 조슈아는 왜 나한테만 들이대고

"그대가 황족의 신분으로 왔다고 한들, 마계에 있을 때는 이곳의 법을 따라야만 한다.
이 말의 뜻은, 자유 시간이라고 하여 외간 남자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불법이란 소리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지만 사사건건 아빠처럼 간섭해대는 마왕, 루시펠은 또 왜 이럴까.

내 소원은 반려 너구리인 솔트와 작은 음식점 하나 차려 오순도순 둘이서만 사는 것인데...

과연 이 소원. 이룰 수 있을까?

 
13
작성일 : 20-09-28 03:04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6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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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우선 진정하자.’

 

 오히려 처음보다 상황은 좋아졌다. 납치한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았고, 어떻게 하면 빠져 나갈 수 있는 지도 알았고.

 

 ‘손도 자유로워졌으니까.’

 

 프시케는 아직도 얼얼한 두 손을 주물렀다. 정말 그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했다.

 

 ‘그러니까 두려워 할 필요 없어. 정신만 바짝 차리면 돼.’

 

 프시케는 스스로에게 열심히 말해보았다. 그러나 자꾸 정체 모를 불안한 감정이 가슴 속을 들쑤시고 있었다. 분명 낯선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익숙한 감정이었다.

 

 ‘너는 황녀이기 때문에 혼자 살 수 없다.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느냐.’

 

 갑자기 리벨로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블제리트에서는 모든 것이 위험합니다. 더구나 인간 황녀이신 프시케님의 안전은 더욱 위험…’

 

 조슈아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젠장.’

 

 프시케는 요란한 머릿속을 애써 진정시키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 차려. 이제 와서 자책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돼.’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만 했다.

 

 ‘아기 침실을 닮았어.’

 

 여기저기에 아기들이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들도 있었다.

 

 ‘여기 어딘가에 열쇠가 있는 건가?’

 

 움브라 변이 과정에 있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기억에 남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내면을 파악할 단서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저택에 갇히게 된 상황에서 그 단서를 알아내기도 힘들겠지만, 알아낸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곳에 주방이 있을 리 없을 텐데.

 

 “붉은 열쇠든 검은 열쇠든 일단 나타나기만 해라….”

 

 프시케는 열심히 잡동사니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잡동사니들은 위화감이 드는 것들뿐이었다.

 

 “분명히 처음은 아기 침실 같은 느낌이었는데…”

 

 대부분의 잡동사니들은 위화감을 풍기는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아기들이 좋아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을 위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프시케가 수북이 쌓인 책들 중 아이를 위한 교육용 책자를 집어 들었을 때였다.

 

 「로이. 방이 또 이 모양 이 꼴인 게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청인가?

 

 다시 방을 살피려 할 때, 또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심히 해. 열심히 해. 더 열심히, 더 열심히 하란 말이다. 고작 이까짓 노력으로 뭘 이루겠다는 게냐.」

 

 이번엔 모든 말을 똑똑히 들었다.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프시케는 그녀가 집어든 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블제리트의 언어를 가르치기 위한 책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한 책인 줄 알았던 교본인줄 알았건만 이번에도 본질은 달랐다.

 

 ‘원래대로라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을 함께 첨부할 거야. 그런데 이 책에는 그림은 전혀 없어. 니프렌의 철자와 발음 원리, 그 어원까지… 이건 아카데미 교과서로나 쓰일 법한 책이야.’

 

 「이건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니야. 그리고 어렵다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 되잖니? 너는 평생토록 공부를 해야 하는 학자 가문의 자손이야. 그 자손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니?」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여성의 음성은 더욱 째질 듯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로이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인 것 같아.’

 

 어린 시절에 그가 들었던 말이 왜 자신에게도 들려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프시케가 마지막 장을 넘길 때였다.

 

 “재미없어.”

 

 “?!”

 

 「재미없어. 재미없어. 재미없어.」

 

 별안간 낮디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높낮이 하나 없는 너무나도 단조로운 목소리였지만, 바로 근처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했다.

 

 프시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책을 떨어뜨렸다. 책이 떨어지면서 ‘짤랑’하는 소리가 퍼졌다. 붉은색 열쇠였다. 그녀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추스르며 열쇠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방 안에 있는 것은 프시케뿐이었다.

 

 ‘방금 그 목소리는 뭐였지?’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 일단 열쇠.’

 

 열쇠를 살펴보았다. 문을 여는 부분이 꽤나 복잡하게 세공된 열쇠였다. 붉은색인 것을 보니 붉은색 문을 여는 데 쓰는 열쇠일 것 같다.

 

 ‘검은색 문을 열기 위해서는 검은색 열쇠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뿐이다. 잘못 열면 독가스가 뿜어져 나와 3초 만에 죽음에 이른다고 했으니.

 

 이 방을 살피느라 시간도 꽤 많이 지났다. 앞으로 두 개의 선택지가 남아있는데 초반부터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잠시 동안 망설이던 프시케는 이윽고 붉은 문 앞에 섰다.

 

 ‘로이가 도박을 즐기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면, 초반부터 죽게 놔두지는 않겠지.’

 

 프시케는 작게 중얼거리며 붉은 문에 열쇠를 끼워 넣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솔트는 늦은 새벽 마실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온지 이틀밖에 안 됐지만 이미 이곳의 모든 동선은 솔트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오늘은 오솔길에서에 보았던 먹음직스러운 산딸기 한 움큼을 따왔다. 솔트는 본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갸륵한 모래색 머리카락 여자에게 선물해 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호숫가의 깨끗한 물에 뽀득뽀득 씻어 가져왔건만.

 

 “큐우?”

 

 정작 모래 머리는 보이질 않았다.

 

 “큐우, 큐우!”

 

 애타게 프시케를 불러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솔트는 모래 머리카락이 누워있던 침대로 향했다. 침대보를 들춰 보려던 때였다.

 

 “큐웅?”

 

 솔트의 손바닥에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달라붙었다. 그것은 하얀색의 거미줄 같은 물체였다. 더러운 것이 이 침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을 리 없었다. 그러고 보니 침대도 형편없이 어질러져 있었다. 솔트는 불안한 느낌에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큐우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게 확실한 것 같아. 어떻게 하지?!

 

 솔트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문득 잠결에 들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모래 머리카락 여자와 지금 들고 있는 산딸기만큼이나 붉은 눈의 남자가 나눴던 대화.

 

 ‘솔트는 굉장히 민첩하고 똑똑해요. 아마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한달음에 달려가 사람들을 부를 거예요.’

 

 “큐웅!”

 

 이제 본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솔트는 재빨리 창문을 열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 킁킁. 흰머리 가득한 녀석의 차가운 냄새를 찾아야만 했다. 한참을 킁킁대던 솔트의 코. 그 냄새는 옆의 커다란 나무와 나무로 이어졌다.

 

 나무! 다소 멀기는 했지만 본인의 어마어마한 점프 실력으로는 어렵지 않았다.

 

 “큐우우우-!!”

 

 솔트는 크게 도약하여 나무로 뛰었다.

 

 쿵!!!

 

 그러나 상상과 실전은 달랐다. 솔트는 밑으로 쿵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꼭 움켜쥐고 있던 산딸기도 터져 버렸다. 솔트의 손이 붉게 물들었다. 모든 용감한 일에는 위험이 뒤따르는 법이라지만 떨어지니 꽤나 아팠다.

 

 솔트는 나무를 과감히 포기하고 땅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산딸기색 눈 남자를 부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길 바라면서.

 

 *

 

 “여긴 서재인가?”

 

 프시케는 새로운 방을 두리번거렸다. 프시케 키의 몇 배는 될 법한 책장이 서너 개 있었다. 그 커다란 책장엔 책들이 한 군데도 빠짐없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어마어마하네. 황립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규모의 책장인데.’

 

 일전에 요리에 관한 책들을 찾기 위해 황립 도서관에 눌러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보았던 분위기와 언뜻 유사했다.

 

 그러나 황립 도서관이 유서 깊은 지식의 보고 같은 위엄을 내뿜는다면, 이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묘한 기시감이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방은 지나치게 깨끗하고 정돈이 잘 돼있어.”

 

 갈색 벽지를 제외하고는 온통 하얀색이었다. 책장은 물론이요 그 앞의 책상, 의자들 심지어는 책들에도 하얀색 커버를 씌웠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작은 먼지도 두드러지게 나타날 하얀색 가구들이 조금의 더러움도 없이 깨끗했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모든 것들은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방이라면 아무리 청소를 잘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약간의 생활 흔적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방에서는 어떠한 흐트러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치 그가 만들었던 라따뚜이 같아.”

 

 모든 채소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던 라따뚜이. 이 방이 묘하게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라면 그런 음식을 만든 것도 이해는 갔다.

 

 프시케는 좀 더 면밀히 벽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들어온 붉은 문이 있는 벽면에는 입구를 제외한 어떤 것도 없었다. 지나치게 빈공간이 많아서인지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책장 쪽을 살펴보자.”

 

 프시케는 방향을 틀어 책장 쪽으로 향했다. 이곳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열쇠가 있다면 여기에 숨겨져 있을 확률이 컸다. 그녀는 아까 했던 것처럼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책장 사이에 꽂혀 있을지 몰라.”

 

 프시케가 책장을 넘기는 사이 또 다시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멍청한 녀석.」

 

 이번엔 남자의 목소리였다. 귀는 말을 듣는 데 집중하고 손은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으로 어지러운 광경이 스치기 시작했다.

 

 “윽…”

 

 프시케는 휘청거리는 감각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앞에는 희미하게 일렁이는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세 명이 함께 있었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

 

 「그따위 머리를 가지고 뭐가 되겠다는 거지? 우리 가문에 먹칠할 생각으로 태어난 게냐?! 우린 대대로 천재들만 태어난 집안이다. 그런데 넌!!」

 

 「도대체 너란 자식은!!」

 

 “도대체.”

 

 “?!”

 

 「무슨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개자식들아.」

 

 또 다시 또렷한 음성을 끝으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책장에 꽂혀있던 두꺼운 책 한 권이 프시케의 앞에 쿵 떨어졌다. ‘치유학개론’이었다.

 

 프시케는 조용히 책을 집어 들었다. 그냥 들기에도 벅찬 무게였다. 책을 펼치니 곧바로 열쇠가 있는 페이지가 펼쳐졌다. 이번에도 붉은 열쇠였다. 그녀는 열쇠를 집어 들고 책장을 다시 한 번 주욱 올려다보았다.

 

 이 많은 책들이 설마 다 선물로 받은 것은 아니겠지.

 

 ‘그건 그렇고 이번에도 붉은 열쇠네.’

 

 두 번째 열쇠는 생각보다 쉽게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바로 문을 열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그녀가 발견하지 못한 것. 그것이 분명 이 안에 있었다.

 

 ‘아직 시간은 있어. 검은 열쇠를 찾자.’

 

 프시케는 책장에서 시선을 떼고 앞에 놓인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 밑에도 마찬가지였다.

 

 ‘서랍 안도 마찬가지일까?’

 

 첫 번째 서랍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깔끔하게 정리 된 만년필만 있을 뿐 그 외에는 먼지 한 톨 없었다. 두 번째 서랍, 마지막 서랍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열쇠만 있는 건가?”

 

 하지만 말이 안 된다. 로이는 분명 50대 50의 확률이라고 했다. 도박을 즐기는 인물이니 두 개의 열쇠를 두고 프시케가 고민하는 상황을 더욱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열쇠가 한 개 밖에 없다고?

 

 “그럴 리 없어.”

 

 분명 열쇠 하나가 더 있다.

 

 강한 확신을 가지고 다시 책상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서랍의 끄트머리에 작게 만들어진 숨겨진 서랍 하나를 발견했다.

 

 “그럼 그렇지.”

 

 세게 서랍을 잡아 당겼다. 그러나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세게 힘을 주었다. 그러자 우당탕 소리를 내며 비밀의 문이 열리며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생일 축하해요, 로이 도련님.」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돌려보세요.」

 

 그렇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르게 안에서 튀어나온 물건은 기괴했다.

 

 “이, 이거 오르골 맞지…?”

 

 분명히 태엽을 감아 돌리는 오르골인 것 같았다. 그러나 회전목마나 관람차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온통 검은색의 인형들이 검은색의 제단 같은 것을 둘러싼 형태였다. 검은색 인형들이 들고 있는 물체 역시 검은색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마치 칼이며 곤봉 따위의 흉기 같았다.

 

 ‘으윽… 이게 뭐야?’

 

 프시케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는 건 별로다 싶지만, 이런 걸 선물하는 건 너무하다 싶었다.

 

 「돌려보세요, 도련님.」

 

 그러나 부드러운 소리는 계속해서 이 오르골을 돌려보라 재촉하고 있었다.

 

 ‘시, 싫어. 무서워.’

 

 어린 로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는 끊임없이 재촉했다.

 

 「돌려보세요.」

 

 「돌려보세요.」

 

 「돌려보세요.」

 

 프시케는 오르골에서 손을 거두었다. 태엽을 돌리면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태엽이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이게 왜 이러는 거야?!”

 

 멈춰보려고 했으나 멈춰지지 않았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태엽이 곧 멈추었다. 이윽고 감아진 태엽이 풀어지며 검은색 인형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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