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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황녀가 원한 건 작은 식당이었을 뿐인데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24

베르딘 황실의 셋째 황녀 프시케. 뛰어난 요리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살벌한 입담?!
황실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자한 그녀에게 주어진 퀘스트.

정해진 기간 동안 마계에 가서 요리 선생님이 되어주고 돌아와라.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소원. 들어줄게.

퀘스트만 완료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마계에 입성한 프시케.
곳곳에 달콤살벌한 일들이 폭탄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요리도 좋습니다만. 제게도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마계의 유명한 차도남이라는 조슈아는 왜 나한테만 들이대고

"그대가 황족의 신분으로 왔다고 한들, 마계에 있을 때는 이곳의 법을 따라야만 한다.
이 말의 뜻은, 자유 시간이라고 하여 외간 남자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불법이란 소리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지만 사사건건 아빠처럼 간섭해대는 마왕, 루시펠은 또 왜 이럴까.

내 소원은 반려 너구리인 솔트와 작은 음식점 하나 차려 오순도순 둘이서만 사는 것인데...

과연 이 소원. 이룰 수 있을까?

 
04
작성일 : 20-09-25 00:04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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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

 

 조용하던 베르딘 황궁이 들썩였다. 언제나 그렇듯 소동의 주범은 프시케였다. 엄청난 고음에 리벨로건은 조용히 귀를 막았다.

 

 “이건 말도 안돼요. 제가 파혼을 당했다고 이렇게 팔아넘기는 건가요?”

 

 프시케의 아름다운 녹색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모르는 이가 보았더라면 울지 말라며 간이고 쓸개고 빼줄 정도로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리벨로건은 자신의 동생이 본인이 원할 때면 어느 때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국가 간의 교류다. 그쪽은 너의 요리 솜씨를 배우길 바라고 우리는 그쪽의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게 팔아넘기는 게 아니면 뭐죠? 제가 평화 협정을 위한 인질이나 다를 바 없는 거잖아요.”

 

 프시케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부드러운 백금발이 함께 찰랑였다. 이쯤에서 모르는 이였다면 미안하다 그러지 않겠다며 프시케에게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리벨로건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평화 협정을 위한 인질은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니지. 블제리트에서는 너를 귀빈 자격으로 대접하겠다고 했다. 더구나 그쪽에서는 지금 요리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없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들었다. 프시케, 지금 네가 하는 말들은 블제리트의 호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하, 하지만… 블제리트는 마족령이잖아요. 마족령에 인간이 가면 마기에 지배되어 죽게 되는 것. 아시잖아요?”

 

 “그건 마기가 강한 곳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네가 갈 곳은 베르딘 제국의 경계에 가깝다. 마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셈이지.”

 

 그 말에 프시케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사실 프시케는 뜬금없이 블제리트로 자신을 보내겠다는 말에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다. 계속 파혼을 당한 그녀를 처리하기 위해 보내려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 말이다!

 

 물론 제가 아는 리벨로건이 그럴 성격은 아니지만 높은 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변하지 않겠는가? 리벨로건도 황제가 됐으니 황족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동생 따위 마기에 찌들어 죽든 말든 상관 않는 사람으로 변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말예요. 제가 얻는 건 뭔가요? 베르딘과 블제리트 간의 아름다운 교류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제 스스로는 선택할 권리조차 없는 건가요?”

 

 표정은 조금 풀렸으나 아직도 떨떠름해 보였다. 물론 리벨로건이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치 ‘단호한 프시케의 고집을 꺾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인 것처럼 미리 생각해 둔 말을 꺼냈다.

 

 “…언젠가 네가 말했었지. 너를 아는 이들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음식점을 차려 혼자 살고 싶다고.”

 

 “…….”

 

 프시케는 의심쩍은 눈초리로 리벨로건을 살폈다.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성인이 되기 전으로, 그 말을 꺼내고는 리벨로건에게 호되게 혼났다. 아직도 왜 그렇게 혼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황족 혼자 나가 살기엔 너무나 위험한 세상.’

 

 리벨로건은 말했다. 그러나 납득 할 수 없었다.

 

 평민 중에는 혼자 사는 이들도 상당수다. 그런데 왜 나에게만 안 된다고 하는 건지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 날 리벨로건의 태도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에 반박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빠가 말려봤자, 그 꿈은 절대 안 꺾어.’

 

 아늑한 주방에서 음식들을 만들면서 사랑하는 너구리, 솔트와 함께 있는 것. 그저 음식을 만드는 프시케 요리사라는 것 외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황궁에서는 트러블 메이커에 불과하다지만, 사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이런 소박한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시는 거죠?”

 

 프시케가 묻자 리벨로건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일 년 동안 요리를 가르치고 무사히 돌아오면, 그 때는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마.”

 

 “……진짜로?”

 

 무의식적으로 프시케는 황제에게 반말을 했다. 곁에 있던 세르시의 안색이 파리해졌지만 프시케는 본인이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진짜? 방금 했던 말 진짜야?”

 

 프시케는 마치 리벨로건의 멱살까지 붙잡을 기세였다. 세르시가 황녀를 뜯어 말리려 했으나 리벨로건은 손짓으로 제지했다.

 

 “그래. 어디를 택하든 얼마가 들든 모두 들어주마.”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지?”

 

 “그래.”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다?”

 

 “너나 딴 말 하지 말아라.”

 

 “전 그럴 리 없습니다, 폐하. 어서 짐을 챙겨 오겠사옵니다.”

 

 프시케는 리벨로건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아, 맞다. 솔트와 세르시도 함께 갈 것입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사라졌다.

 

 저 철옹성 같은 리벨로건이 먼저 그런 말을 꺼내다니! 이건 세상에 둘도 없을 기회였다.

 

 하지만 프시케가 예상치 못한 제의에 너무 들뜨지만 않았다면, 또한 방금 전 아르한과의 파혼을 깨고 와 들떠 있지만 않았다면. 모든 걸 다 들어줘도 절대 그것만은 안 된다던 리벨로건이 왜 갑자기 고집을 꺾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고작 블제리트에 가서 요리 교육을 하고 오면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에 들떠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곁에 있던 세르시는 프시케를 따라 나서기 위해 황제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때, 리벨로건이 그녀를 은밀히 붙잡았다.

 

 “무슨 일이신지…?”

 

 세르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의 방에는 둘 밖에 없었으나 그는 혹여나 누가 들을 새라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네가 블제리트에 따라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예? 제가 말입니까?”

 

 황녀님을 보살필 것은 당연히 세르시가 해오던 일이니 구태여 그것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따로 해야 할 일이 또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엇일까?

 

 “집안 좋고 인물 괜찮고 프시케에게 절대 해를 입히지 못할 것 같이 선량하지만 어딘가 나사 한 군데 빠진 것 같은 놈.”

 

 “??”

 

 “그런 남자를 물색해서 프시케와 연결해라.”

 

 “?!”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지령을 던지고는 리벨로건이 낮게 중얼거렸다.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황족의 몸으로, 그것도 여자가. 절대 안 될 일이지.”

 

 그제야 세르시는 황제의 의도를 파악했다. 블제리트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곳에 눌러 붙거나 아니면 그를 데리고 베르딘으로 올 것이다. 일단 혼인을 하고나면 혼자 음식점을 차리겠다는 허무맹랑한 꿈은 꾸지 않겠지. 그것이 리벨로건의 생각이었다.

 

 “…….”

 

 물론 여동생을 생각하는 오빠의 진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황제 폐하의 검은 눈동자에 사악한 빛이 어릴 때를 보면 세르시는 헷갈릴 때도 있었다. 이것을 동생에 대한 오빠의 애정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이상한 성격 가진 남매들 간의 치정극으로 봐야할지를 말이다.

 

 -

 

 타닥, 타닥, 타닥.

 

 경쾌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에 돌아간 프시케.

 

 ‘목표는 단 하나.’

 

 나만의 음식점을 차리는 것.

 

 ‘하지만 상대는 리벨로건. 무사히 할 일을 마치고 나서는 또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몰라.’

 

 뭐든 확실히 해두는 편이 좋다. 구두계약은 위험하다.

 

 ‘남은 계약서가 있으려나?’

 

 애초에 계약하길 좋아하는 프로 계약러 프시케. 그녀의 책상에는 갖가지 다양한 계약서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리벨로건을 꼼짝 못하게 할 계약서라면, 혈서를 써야 할 수도.’

 

 고민하던 찰나, 그녀의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편지?’

 

 바로 아르한이 보냈던 연애편지였다.

 

 ‘흐응. 구구절절 자신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는 나르시스트라 끝까지 보기도 전에 접어버렸는데.’

 

 아직까지 이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군.

 

 프시케는 편지를 손에 든 채 봉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봉투 위로는 ‘나의 진심을 담아. 나의 영원한 그대에게.’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이내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진심과, 영원이라.”

 

 프시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이런 모습은 그녀 곁의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시덥잖은 소리 지껄이는 걸 들어주는 것도 귀찮아.”

 

 그녀가 절대로 믿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심과 영원일 것이다.

 

 그녀에게 진심이란 각자의 이기적인 욕망 속에서 사라지고, 영원이란 한 순간에 타올랐다 사라지는 캠프파이어 같은 것이었다.

 

 솔트와 음식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프시케를 버티게 해준 유일한 생각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덧 블제리트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프시케가 떠날 채비를 다 마쳤을 때 사루비아가 들어왔다.

 

 “프시케. 일 년 동안이나 너를 못 보겠구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루비아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고였다. 프시케는 들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고는 언니를 꼬옥 안아주었다.

 

 “눈 깜짝할 새에 돌아올걸? 아마 너 벌써 왔니? 할 거야. 그러니까 그동안 내가 만든 맛있는 음식 못 만들어서 슬퍼도 조금만 참아. 내가 돌아와서는 맛있는 것들 산더미처럼 만들어 줄게.”

 

 “내가 뭐 그것 때문에 그런 줄 아니? 아, 뭐. 솔직히 제일 아쉬운 거긴 하지.”

 

 “푸흐흐. 그렇지?”

 

 그나마 사루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블제리트로 향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프시케의 마음속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사고를 쳐서, 리벨로건이 날 버리려는 건가.’

 

 리벨로건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진다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마계라니. 이제껏 황실 가문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간 적 없는 마계라니.’

 

 그런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루비아. 단순히 프시케가 걱정하는 것이라 여겼는지 등을 쓸어주었다.

 

 “프시케. 너는 블제리트에 가서도 사랑 받을 거야. 모두가 네 편에 서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났거든.”

 

 사루비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마 결혼하는 딸을 보는 엄마의 표정이 꼭 이럴 것이다.

 

 “저기요. 저 일 년만 지나면 다시 오거든요?”

 

 프시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훌쩍이는 언니를 달래주었다. 그러나 사실 언니가 고마웠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블제리트에 가게 되는 기분. 그것은 마치 어릴 적 기억을 잃은 채 베르딘 황궁에 뚝 떨어졌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루비아는 그런 프시케의 마음을 눈치 채고 이렇게 말해준 것이리라.

 

 언니를 토닥이며 마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세르시와 솔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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