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우리 오빠 건드리지 마요!
“어머, 하린 언니! 안녕하세요!”
하린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뭐야. 유다인. 너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아니, 오빠는 나 보면 반갑지 않아? 인사도 없이 바로 그렇게 정색하는 건 뭔데?”
“니가 말도 없이 이렇게 불쑥 나타나니까 그렇지! 또 장실장님이 말해줬냐?”
“그래! 장실장님이다! 어쩔래? 흥. 그게 뭐 어때서! 같은 소속사인데 오빠 어디에 있는 것쯤은 정말 쉽게 알 수 있다구!”
“하..너 정말!”
정우가 다인에게 또 한마디 하려고 하자 다인이 하린의 곁에 다가가 정우가 하린에게 줬던 고기를 낼름 먹었다.
“아~ 맛있다! 배고팠는데 마침 밥도 있고 고기도 있네! 오늘은 다이어트 잊고 실컷 먹어볼까!”
“유다인! 너 이리로 좀 와봐!”
“어? 싫어 싫어! 하린언니 정우오빠한테 한마디 좀 해주세요!”
“네?”
‘아니..이건 또 뭐야..야 저리 좀 떨어지라고 해!’
홍이 답답해서 말했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근데 배우한테 내가 어찌 그러겠어. 또 언제 우리 회사에서 유다인 찾을지도 모르는데.’
“정우야, 괜찮아~ 고기도 많고 다른 먹을 것도 많은데 그냥 같이 먹지 뭐. 편하게 앉으세요.”
하린은 바로 영업모드로 들어갔다. 광고대행사의 AE로 5년을 일하면 이런 황당한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아..내 황금같은 토요일..’
어색하게 웃으며 하린은 다인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당황한 정우도 하린이 저렇게 나오니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렇지만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어 하린도 쉽게 말을 건네지 못했다.
“어어~~ 분위기 왜 이래? 오빠 이거 한번 먹어봐. 아앙~~”
‘허걱..머 저런..’
‘여시같은게 다 있어?’
하린이 하고 싶은 말을 홍이 대신 했다.
“내 말이…”
“네? 언니 무슨 말 했어요?”
“아..아니요.. 정우야 좀 먹으면서 고기 구워.”
정우는 다인이 나타난 이후로 말없이 고기만 굽고 있었다.
그렇게 이상한 조합 셋이서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언니, 언니는 우리 정우 오빠 어떻게 생각해요?”
“네? 뭘 어떻게 생각해요?”
“야! 유다인!! 너 정말 이럴래?”
“아니,, 뭐 어때? 질문도 못하나?”
“정우…는…”
“하린아, 대답하지마. 그런 질문에 대답할 필요없어.”
‘뭐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
하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우는 고등학교 친구다. 딱 이렇게 답을 하려고 했는데 정우가 하린의 입을 막았다.
‘우리 별 사이 아닌데.. 이 친구가 오해하고 있다보네..’
“언니~~ 언니가 대답해봐요~~”
‘끊질기구만, 노답이네 노답.’
홍은 혀까지 끌끌차면서 다인에 대해 말했다.
“다인씨, 우리 그냥 고등학교 친구예요.”
정우는 깨작거리면서 먹던 밥을 탁자 위에 얹더니 하린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어? 언니 정말이죠?”
“네..우리 친구인데..”
“그럼 저 정우 오빠랑 만나도 괜찮은 거죠?”
다인은 정우의 팔짱을 끼면서 하린에게 물었다.
“아..뭐 그게 저랑 무슨..”
“야! 그만해! 너 더 이상 말하면 나 다시는 너 안본다!”
정우는 다인에게 소리쳤다.
다인은 울상인 얼굴로 정우를 바라 보았다.
‘많이 좋아하나 보네..’
하린은 다인이 조금 안쓰러워 보였다.
‘으..불편한 자리가 됐네..’
홍은 마치 자신도 이 자리에 끼여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때였다. 멀리서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기.. 정우 오빠 아니세요!!”
여기 저기에서 정우의 팬들이 몰려와서 싸인을 받으려고 했다.
그리고 순시간에 정우와 다인 앞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진을 찍고 싸인을 받고 있었다.
하린은 둘이 있는 천막 저 뒤로 밀려 나고 말았다.
띠리리리리….
그때 하린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흐윽…하린아..끄윽..엉엉엉…”
“어? 수아야? 너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어..엉엉엉엉.. 흑흑흑.. 그게.. 그게 말이야.. 나 어떻게해 하린아..엉엉엉….”
“말을 제대로 해봐 너 왜그래? 너 어디야?”
“으아앙…나.. 흐윽.. 엉엉… 나 지금.. 집이야…엉엉엉…”
“알았어. 바로 갈께.”
하린은 전화를 끊자마자 정우에게 톡을 날렸다.
[저기..정우야.. 아무래도..미안한데.. 수아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나 이만 가볼께.. 밥은 정말 잘먹었어..]
하린은 달리다시피해서 수아의 집으로 향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하린은 수아가 나오지 않자 여러번 초인종을 눌렀다.
철컥.
“어머 이게 누구야!! 하린이 아니야!!”
문이 열리고 나온 것은 다름아닌 수아의 엄마였다.
수아의 엄마는 하린을 보자마자 껴안아 주었다.
수아의 엄마는 하린의 엄마가 하린이 어릴때부터 늘 집을 비우고 출장이 잦은 것을 안 후 부터는 늘 하린을 챙겨주고 따뜻한 집밥을 먹여주는 분이었다. 하린에게는 가끔 엄마보다 더 편한 사람이기도 했다.
“아주머니, 잘 계셨어요?”
“그럼 그럼 하린아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요즘은 밥 잘 먹고 다니지? 어머 근데 너 왜 이렇게 말랐니.”
“네네.. 요즘 야근이 잦아서..근데 수아 방에 있어요?”
“에구.. 고생이 많구나 요즘.. 안그래도 뼈 밖에 없는데 더 말랐네…”
“네..저.. 수아..”
“아, 수아? 수아 지 방에 있지~ 아니 걔가 지금 18살 소녀도 아니고 지금 시련 당했다고 저렇게 울고 불고 난리다 난리가.”
“아..저 그럼 들어가서 수아 좀 볼께요..”
하린이 바로 수아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려는 때였다.
턱.
수아의 엄마가 하린을 막아섰다.
“얘~ 걔가 저러는게 하루이틀이니? 밥 먹고 들어가~ 너 점심 안먹었지?”
‘아..그러고 보니..’
하린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3시가 다되어 가는 벽 시계가 보였다.
‘벌써 3시라니..’
꼬르륵.
하린의 배에서는 배고픔에 요동치는 소리가 벌써 난리였다.
정우가 주는 고기를 한 절음 먹어 볼 틈도 없이 다인이 캠핑장에 들이 닥쳤고 그리고 그 뒤엔 정우의 팬까지…
“가자, 하린아~ 여기 앉아! 아줌마가 금방 밥 차려줄께!”
수아의 엄마는 하린을 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니..괜찮…”
꼬르륵..
“얘 밥 시계가 배고프다고 난리네. 밥 먹고 수아 보러 들어가~ 쟤 어차피 오늘 하루 종일 저렇게 있을테니까!”
“그래도..”
“괜찮대도~”
하린은 하는 수 없이 식탁에 앉았다.
평범한 식탁과 요리를 하는 수아의 엄마.
수아의 엄마는 순식간에 반찬을 냉장고에서 내오고 국을 데워서 하린 앞에 상을 차려 주었다.
‘와아..’
하린은 감탄사가 나왔다.
‘이게 얼마만의 집 밥이지..’
“잘 먹겠습니다.”
하린은 잠시 수아도 잊고 수아의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때? 입에 맞아?”
하린은 수아 엄마의 물음에 밥을 입안 한 가득 물고 대답 대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어 보여줬다.
수아의 엄마가 환하게 웃어 주었다.
따뜻한 하얀 쌀밥에 깊게 우려낸 육수로 낸 된장찌개. 그리고 따뜻한 소고기 무국.
거기다가 잘 무쳐진 시금치 나물에서 나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하린의 코를 자극했다.
‘아..맛있다..’
하린은 말도 없이 자신을 위해 상을 차려준 수아 엄마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밥을 싹 비웠다.
“저기..저 밥 좀 더…”
“그래 그래 더 먹어~~”
하린은 눈 앞에 있는 모든 반찬과 국을 다 먹고 밥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아..뭔가 속이 편안해지고 꽉 찬 느낌이야.’
“잘 먹었습니다!”
한 껏 배가 부른 하린은 수아의 엄마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하린아, 수아 오늘 아무 것도 안먹었어. 이거 죽인데 가져가서 한번 먹여봐 줄래?”
수아의 엄마는 하린 앞에 죽 그릇이 담긴 쟁반을 내밀었다.
“그럼요. 제가 한번 먹여볼께요.”
“그래, 네 말은 좀 들으니까. 에휴..저게 나이만 먹었지 얘야 얘!”
수아의 엄마는 하린이 밥을 먹을 동안 정성스럽게 끓인 죽을 하린에게 넘겨주었다.
똑똑.
“나 들어간다.”
수아 방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대답이없자 하린은 수아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