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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20. 지금을
작성일 : 18-12-30 04:44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8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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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어디선가 새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이른 아침의 햇살이 방안에 은은하게 깔렸다. 다행히 별일은 없는 것 같다.

  내 옆 침대의 시로아와 그 옆 침대의 베니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샤머니는 고양이 모습을 한 채 작고 납작한 돌들로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묘기라고 표현한 그 행동은 아마도 마법이리라. 5개의 돌이 샤머니의 앞에 둥둥 떠 있었다. 돌과 돌 사이에는 예전에 봤던 파랗게 빛나는 선이 몇 가닥 있었다. 그 선들은 돌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유영했다. 물뱀 같았다. 샤머니는 그 모든 것을 총괄하는 지배자인 마냥 짤막한 고양이 손으로 그것들의 주위를 휘저었다. 그 앙증맞은 손짓 한번마다 돌과 선들은 배치를 바꿨다.

  샤머니가 내 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별일 없었으니 더 자거라.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건 뭐야? 마법이야?”

  “나중에 알려주겠다. 오랜만에 하는 고급 마법이라 집중하고 있으니 잔말 말고 자거라.”

  “......알았어.”

 

  난 다시 잠들었다.

 

 

  * * *

 

  모두가 일어난 시각은 해가 중천에 뜰 때쯤 이었다. 아침밥 겸 점심을 해결해야 했지만 그래스트 형의 집에는 놀랄 만큼 먹을 게 없었다.

 

  “형은 대체 뭐 먹고 살아요?”

  “그러니까 네 집에 자주 가는 거 아니겠냐?”

  “그러다 형 진짜 죽어요.”

  “오빠나 아저씨나 내가 보기엔 둘 다 똑같거든요?”

 

  결국,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만큼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뭐든 빨리 좀 먹자 칭얼거리는 시로아의 의견을 따라 들어간 곳은 콩나물국밥 가게였다. 모두 해장에 목말랐던 터라 두말하지 않고 들어갔다.

  음식을 먹다 중 시로아가 물었다.

 

  “저기...... 우리 이제 괜찮은 거야?”

  “......글쎄.”

 

  이렇게 평화롭게 있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지레 겁먹어 벌벌 떠는 것도 웃긴 일이다. 아니 그래도.......

  어떤게 맞는 태도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리가 아리스의 목소리로 말했다.

 

  “일 처리가 그렇게 빠르고 냉정한 사람들이 오려면 진작 왔을 거라고 봐요. 전 이제 마음 편히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겁먹어서 축제를 못 즐기는 것도 멍청한 짓이잖아요?”

  “......인제 와서 아리스 인 거야? 어제 술 뿌린 거로 이미 소문을 퍼졌을 거라고 보는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어떡해야 하나 고민 중이니까...... 좀 닥쳐라?”

 

  표정은 티 없이 웃는 아리스의 것인데 반해 말은 마리의 것이었다. 그렇게까지 설정을 지켜야 하나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가 수배범이었다는 걸 생각하니 그럴만하다 싶었다.

 

  “그 건으로 잠깐 건네줄 게 있는 데.”

 

  사람의 모습으로 묵묵히 음식을 먹던 샤머니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 아까 보았던 납작한 돌들이었다.

 

  “이걸 하나씩 지니고 있어라.”

 

  우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하나씩 집었다.

 

  “이게 뭔데?”

  “내가 만든 통신기구다.”

  “그렇게 설명해줘도...... 우리가 알아듣게 말해.”

  “그럼 바로 써보도록 할까? 시로아 넌 이게 뭔지 대충 감이 오겠지?”

  “대충은?”

  “그럼 시범을 보여라. 그 돌을 왼쪽가슴의 심장 위에 얹고 마음속으로 말을 하면 된다.”

 

  시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샤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렇게 하면 되나?’

 

  갑자기 머릿속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그 감각은 몇 개월 전 산속에서 겪었던 것과 똑같았다.

  처음 겪어보는 그래스트 형과 마리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뭐야 이거? 방금 시로아 목소리 맞지? 아니, 머릿속에서 직접 울린 거야 방금?”

  “예. 맞아요.”

 

  내가 긍정하자 형은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 마법이란 건 알아도 알아도 놀라는 걸 멈출 수가 없네.”

  “누가 아니래요.”

 

  ‘뭐야 이거!!! 완전 신기해!!! 재밌어!!!“

 

  갑자기 쩌렁쩌렁 울린 머릿속의 말에 모두가 머리의 감싸 쥐었다. 시로아는 짜증을 내며 목소리의 주인에게 소리쳤다.

 

  “아리스 언니! 소리치지 마! 머리 울려!”

 

  소리의 근본인 마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음량도 달라지는 거야? 진짜 너무 재미있어서 할 말이 없네!’

 

  가슴에서 돌을 뗀 마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돌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샤머니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다들 봤다시피 이런 기능을 가진 돌이다. 너희가 자는 사이 만들었지. 가슴에 얹고 속으로 말을 하면 그 말이 같은 돌을 지닌 자의 머릿속에 직접 울린다. 옛 시대에선 ‘텔레파시‘라고 부르던 기술이지. 한동안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라. 무슨 일이 생겨도 바로 연락할 수 있을 거야. 더 상세한 설명을 하자면 범위는 나를 기준으로 이 마을 정도의 넓이다. 그 밖으로 벋어나면 효력이 없다. 그리고 일대일로 말을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 말을 하면 무조건 돌을 지닌 전체에게 말을 보내진다.”

  “샤머니 네 돌은?”

  “마나로 바뀐 너희의 머릿속 말을 받아 퍼트리는 통로가 나다. 그러기에 내가 범위의 기준인 것이지.”

  “위험하다 싶으면 이걸로 도움을 요청하라는 건가?”

 

  그래스트 형의 질문에 샤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 방비를 해두면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겠나?”

 

  확실히 이게 있다면 조금 마음을 편히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베니와 그래스트 형은 엄청난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고, 보지는 않았지만 마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로아는 매일같이 산을 타고 다니는 만큼 발은 빠르다. 위험한 사람들이 습격해도 시간을 벌며 이 돌을 이용해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제일 문제구나. 활이라도 들고 다녀야 하나?

 

  “자. 그럼 마저 먹고 어서 축제의 마지막을 즐기도록 하지.”

 

 

  * * *

 

  가게를 나온 우리는 일단 헤어졌다. 당연하다. 이상하리만치 멀쩡한 마리, 그래스트 형, 샤머니와 달리 나와 시로아, 베니는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거기에 베니는 어제 있었던 일로 인한 심란함까지 겹쳐 상태가 더욱 안 좋아보였다. 국밥 가게에서도 말 한마디 없이 음식만 깨작이던 게 신경쓰였다.

  다시 모이는 시간은 불꽃놀이가 시작하기 1시간 전으로 잡았다. 뭔가 자연스럽게 다 같이 모여 보는 흐름이 된 것 같다.

  나와 시로아, 베니는 각자의 집에서 쉬다 오기로 했다. 그에 반해 마리와 그래스트 형, 샤머니는 축제를 더 즐기겠다며 광장으로 향했다. 진짜 독한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뻐근한 몸이 빨리 가서 몸을 침대에 눕히라 아우성쳤다. 하지만 머리는 베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사방이 불타는 저택, 울고 있는 베니, 누군가에게 죽임당하는 한 쌍의 남녀. 베니가 기억해낸 과거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이 둘은 아마 베니의 엄마와 아빠겠지. 물론 꼭 그러란 보장은 없지만 가장 합리적인 추측인 것도 사실이다.

  베니의 가족은 그 남자, 혹은 그 남자의 손등에 새겨진 문장을 상징으로 삼는 집단에게 죽임 당한 건가? 할아버지는 그 안에 있던 베니를 구출해 우리 마을로 도망 온 것이고. 그렇다면 그때 찾아와 베니가 있음을 눈치 챘음에도 돌아간 그 남자는 뭘까? 한패인가? 아니면 집단의 적인가? 배신자? 숙취에 골치 아픔까지 더해져 머리가 아팠다. 젠장,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어있는 거지? 이 상황에서 베니는 정말 안전한 걸까? 베니는 이 혼란한 상황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방향을 들었다. 지금 베니를 본다고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그래도 가고 싶었다.

  걸음을 재촉했다. 축제를 즐기는 인파를 가로지르며 베니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길목에서 시로아와 마주쳤다.

 

  “오빠?”

  “시로아? 왜 여깄어? 집 간 거 아니었어?”

  “지금 베니 언니 혼자 내버려두는 건 뭔가 싫어서. ......오빠도?”

 

  쓴웃음 짓는 시로아를 보며 나도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우리 셋은 오랜 소꿉친구니까! ......랄까 멋진 말 한다고 했는데 말하고 보니 부끄럽네. 아하하하.......”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리려는 모습이 기특하게 보였다. 지금만큼은 지금까지 준 용돈이 아깝지 않았다.

 

  “가자.”

  “응.”

 

 

  * * *

 

  베니의 집에 도착하고, 시로아가 문을 두들겼다.

 

  “언니! 안에 있어? 우리 왔어!”

 

  얼마 안있어 베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평소보다 더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만나는 건 불꽃놀이 시간 아니야?”

  “어, 음... 그냥 왔다고 해도 되려나? 아하하...”

 

  멋쩍게 웃는 시로아. 베니는 미소 지었다.

 

  “아니야. 둘 다 들어와.”

 

  복도를 거쳐 거실로 향했다. 거실은 저번에 봤던 것과 달라진 것 없이 횅했다. 바닥에 앉아 있으니 베니가 녹차 석 잔을 쟁반에 올려 내왔다.

 

  “고마워.”

  “별것도 아닌걸.”

 

  둘러앉은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평소 셋이 모이면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아닌 조금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찻잔을 들고 차 표면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듯 멍한 표정을 한 베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시로아는 안절부절하며 나에게 눈짓했다. ‘뭐라고 말 좀 해줘!’. 나도 눈짓을 보냈다. ‘아니, 나라고 뭐......’

  결국,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가잔 생각으로 확 말했다.

 

  “네가 떠올린 기억. 거기에 있던 남녀 누군지.......”

  “이 멍청한 오빠가!”

 

  갑자기 시로아가 내 말을 끊고 소리쳤다

 

  “그걸 직접 물어봐?! 아니, 오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섬세함이 없어?!”

  “그럼 어쩌냐?”

  “좀 돌려 말한다는 것도 있잖아?! 하여간 진짜 말솜씨 꽝이네!”

  “그럼 네가 하던가! 그리고 소리 지르지 마! 시끄러!”

  “오빠도 지르잖아!”

  “네가 먼저 하니까 지르지!”

 

  나와 시로아의 시선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아오, 이 버릇없는.......

 

  “......푸흡.”

 

  갑자기 베니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나와 시로아는 실랑이를 멈췄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베니의 가라앉은 기분을 조금을 풀어준... 건가?

  이윽고 웃음을 멈춘 베니가 말했다.

 

  “지금 머리가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너희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해줬으면 좋겠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건 난 너희와 같이 지금을 살고 있으니까.”

 

  소설 속의 대사 같은, 실제로 듣기엔 매우 부끄러운 발언이 튀어나왔다. 손발이 고부라질 것 같은 느낌을 참으며 대답했다.

 

  “...네가 그렇다면.”

 

  나와 달리 시로아는 감동에 겨운 듯 촉촉한 눈동자로 대답했다.

 

  “......응. 언니! 그럴게!”

  “응. 고마워.”

 

  베니는 자애롭다는 인상마저 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내 질문에 답했다.

 

  “그 두 명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어....... 평범하게 생각하면 부모님이겠지만 확신이 들진 않아. ......그래도 궁금하긴 해. 그 저택, 그리고 죽임을 당하던 두 명의 정체가.”

 

  다시 숙연해진 분위기 속 베니가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 그런 말을 했어. 과거를 알려고 하지 말고 지금을 살라고. ......평생을 조용히 살라고. ......그래서 과거에 대해 호기심을 품지 않았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은 있었지만 과거에 대해선 무관심했어. 사실 기억을 잊었다는 감각이 없으니까 관심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떠올리고 나니 궁금해졌어. ......과거가.”

  “......그럼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내 질문에 베니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그건.”

  “......저기.”

 

  시로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나 말 할게 있어.”

 

  시로아는 입을 꾹 다물고 망설이다 이내 결심한 듯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베니 언니가 과거를 기억 못 하는 건 마법 때문이야.”

  ““......뭐?”“

 

  나와 베니는 동시에 얼이 빠진 소리를 냈다.

  평소였다면 ‘무슨 헛소리야’ 라고 했겠지. 하지만 몰랐던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베니에게 마법이 걸려있다고?”

 

  시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베니가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마법인데?”

  “기억 사라진 게 아니라 봉인된 거랬어. 그거 외엔 나도 잘 몰라.”

  “그럼 샤머니가 그 마법을 풀 수 있는 거 아니야?!”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만사가 해결된다. 하지만 내 기대감을 저버리고 시로아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물어봤어. 풀 수 있냐고. 하지만 안 된대. 기억이나 영혼같이 형태가 없는 것을 다루는 마법은 기본개념이 거의 없고 마법사 개인이 만들어낸 식이 사용된대. 그 때문에 형태도 원리도 제각각이라 함부로 건드렸다간 베니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대.”

 

  원치 않았던 대답에 실망했다. 착잡함에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하, 진짜.......”

  “......샤머니는 언제부터 그걸 알았대?”

 

  시로아는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듯 뜸을 들이다 말했다.

 

  “오빠 기억나? 예전에 오빠가 석판 연구할 때. 내가 그 글자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거 같다고 한 거.”

  “그래. 기억나.”

  “그거 착각이 아니야. 우린 실제로 그 글자를 본 적이 있어. 베니 언니가 이 마을에 왔을 때. 정확히 말하면 처음 왔을 때. 그때의 우린 샤머니 아저씨가 있었던 그 제단에 자주 갔었어.”

 

  전혀 기억에 없는 이야기였다. 내가 무슨 소리냐 물을 새도 없이 시로아가 말을 이었다.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내 몸에 샤머니 아저씨가 들어왔을 때 둘 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어? ‘재는 왜 이 상황에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지? 아무리 기억을 전부 봤다고 해도 몸속에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들어간 건대?’라고 생각했지? 그건 내가 아저씨의 기억을 보면서 우리와 놀았던 기억을 봤기 때문이야.”

  “......그럼 나와 마렌은 왜 기억 못 하는 거야?”

  “아저씨가 우리의 기억을 지워서 그래. 하지만 나는 가진 마나가 세서 완전히 지우지 못했고. 그래서 어렴풋하게나마 글자를 기억한 거야.”

  “아니, 애초에 우린 어쩌다가 샤머니를 만난 건대?”

  “우리가 제단으로 들어갔어. 그 나무 주변에서 놀던 우리는 나무 구멍에 짐을 넣어뒀는데 내 손이 들어간 순간 마나가 흡수되어서 입구가 열렸어. 우리의 계단을 통해 영생의 제단으로 들어갔고 그 소리에 깬 아저씨는 실체화해서 몇 개월 동안 우리랑 놀았어.”

  “그러면 기억은 왜 지운건대?”

  “베니 언니가 수도로 돌아간다 했을 때. 우린 그 사실을 아저씨에게도 알렸어. 아저씨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제단에 관한 것을 말하지 말라 당부했고 우리도 그 약속을 잘 지켰어. 하지만 베니 언니가 수도로 돌아가게 되면 혹시 모른다 하는 생각에 제단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웠대. 그 이후로 우린 그곳에 안 가게 됐고 샤머니 아저씨는 다시 잠들었어.”

  “그리고 그 제단의 열쇠였던 비석의 조각을 가지고 있던 우리가 또 샤머니를 또 깨운 거다?”

 

  시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저씨가 내 몸속에 들어왔을 때. 아저씨는 내 기억에서 언니가 다시 베로아 마을에 왔던 날과 평소 언니와 있었던 일들을 봤어. 예전의 언니도 알고 있지. 무슨 일이 있어서 기억을 잃고 성격도 바뀌었구나 라고 짐작했대. 하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는데...... 아저씨가 우리에게 처음 마법을 설명해줄 때 장난삼아 언니의 손에 전기를 쐈잖아? 그때 느낀 거야. 언니의 머리에 마법이 걸려있다는 걸.”

 

  시로아의 긴말이 끝나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샤머니는 그렇다 치고. 넌 그런 걸 왜 아무 말 않고 있었냐?”

 

  내 질문에 시로아는 허를 찔린 듯 움찔했다. 그리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기 껄끄러웠어. 언니는 잘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과거에 대해 알아버리면 혼란스러워할까 봐. 샤머니 아저씨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어. 언니는 과거랑 상관없이 이 마을에서 잘살고 있잖아.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전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숨겨서 미안해.”

  “아니 뭐...... 난 상관없지만.......”

 

  난 베니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였다. 그 모습은 언뜻 보면 화를 참는 것 같이도 보였다. 시로아는 더욱 움츠러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

  이윽고 눈을 뜬 베니가 오른손을 들어 시로아의 머리로 가져갔다. 시로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베니가 말했다.

 

  “고마워.”

 

  베니가 시로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시로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 눈을 깜빡이며 베니를 봤다. 베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무서워해?”

  “난 당연히 주먹이 비벼질 줄 알고.......”

  “그걸 왜 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날 생각해 준거잖아. ......오히려 고마워.”

  “......언니~.”

 

  시로아는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이더니 무릎걸음으로 베니의 다가가 안겼다. 베니는 그런 시로아는 살며시 안아 등을 토닥였다.

 

  “......내게 마법이 걸렸다는 충격이고 과거가 궁금하기도 해. ......하지만 실감이 가지도 않고, 또 그거 때문에 지금을 망치고 싶진 않아. 난 너희랑 이 마을에서의 사는 지금이 좋으니까.”

  “......언니~.”

 

  베니의 말에 시로아는 또 한번 감동하여 얼굴을 마구 부볐다.

 

  “......아까부터 그런 부끄러운 말을 정말 담담하게 하는구나.”

 

  내 말에 베니가 “...그런가?” 하고 멋쩍게 웃었다.

  그 웃음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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