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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짜여진 판을 뒤엎으러 왔습니다.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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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하나뿐인 어머니를 여읜 화연.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어 답답해 하는 명복. 파란만장한 조선 궁궐 안에서 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18화. 아플만큼 아름다운
작성일 : 18-12-29 23:00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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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둠이 내려앉은 궐 안. 화연은 혼자 숙소 안을 거닐고 있었다.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짐을 싸서 내일 나갈 예정으로 계획되었다.

 

 애초에 궐 안으로 들어올 때 짐이 없었기에, 화연과 도명은 그저 몸만 나오면 되었으므로, 도명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궐 밖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궐 안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의 밤하늘은 참으로 예뻤다. 짙은 남색의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게 그리 아름다울 수 없었다.

 

 그리고, 별들 사이에서 존재를 과시하는 달.

 

 밤구름을 밟고 앉아 왕처럼 군림하며 제일 밝은 빛을 내는 달빛이 시리게 아름다웠다.

 

 "달빛이 예쁘네..."

 

 "달빛 구경을 하러 나온 것이냐?"

 

 "...!"

 

 언제 와 있었는지 어둠 속에서 고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황한 화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고종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화연에게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리 고개를 숙이지 말고 나를 봐다오"

 

 "네? 그게 무슨..."

 

 "지금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

 

 화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많이 지쳐 있었다. 잠깐 쓰러진 사이에 무슨 일들이 불어닥친 건지 고종의 어깨 또한 축 처져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혼란스럽다니요..."

 

 "아버지께서 사라지셔서 혼란스러운 와중에, 어머니는 내게 실권을 거머쥐라 얘기하시니..."

 

 "...심적 부담이 상당하시겠군요"

 

 "그래서 오늘따라 더 네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픈 사람이기에 참았지"

 

 순간, 화연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다행히 어둠 속이라 보이지 않았기에 고종은 눈치채지 못했다.

 

 "...저 또한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을 겁니다...

 

 궐을 떠난다는 얘기는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갖가지 일로 혼란스러울 이 사람 앞에서 어찌 혼란을 더 가중시킬 수 있을까...

 

 궐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면 고종은 무너질 것이 뻔했다. 때문에, 화연은 고종 앞에서 차마 떠난다는 말을 꺼낼 수 없어 속으로 말을 삼켰다.

 

 "처음이구나"

 

 "무엇이 말입니까?"

 

 "네가 내게 처음으로 먼저 마음을 말해준 것이 말이다"

 

 고종은 화연의 표현에 엷게 미소를 띠었다.

 

 늘 내가 먼저 마음을 말해 주었지...

 

 열 걸음 다가가서야 한 걸음 다가오던 너였다...

 

 이제서야 네가 내게 먼저 다가와주는 게로구나...

 

 "참으로 기쁘다. 네가 먼저 마음을 말해 주어서..."

 

 제가 먼저 마음을 말해주었기에 고종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아이처럼 해맑게 기뻐하는 고종의 모습에 화연은 마음이 찢어졌다.

 

 "...죄송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마음을 말해 주는 것인데...

 

 미련하게 움츠리기만 하느라 폐하의 마음에 상처만 내었습니다...

 

 다가가기만 하면 쉽게 두 팔 벌려주시는 분 앞에서 저는 너무나도 망설였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전해 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폐하."

 

 "나도, 마찬가지다"

 

 "아뇨, 폐하의 마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사랑합니다"

 

 폐하를 더 사랑하기에 제 마음이 이토록 애틋한 것이겠지요...

 

 폐하를 더 사랑하기에 일평생 담고 살아온 복수를 버린 것이겠지요...

 

 폐하를 더 사랑하기에...

 

 복수를 버리면서...

 

 폐하의 옆자리를 떠나는 것이겠지요...

 

 "폐하...이 밤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그렇구나. 네가 내게 먼저 사랑을 말해 주었고, 저 밤하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 순간이 끝나도...기억해 주시지 않으렵니까?"

 

 훗날, 폐하께서 궐의 밤 속을 거닐고 있을 때...제 생각 한번 해주시지 않으렵니까?

 

 참으로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그리 간직해주시지 않으렵니까?

 

 "화연아..."

 

 "...!"

 

 고종은 화연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는, 꽉 끌어안았다. 마치 화연이 날아갈 듯한 신기루라도 되는 듯이...그래서 불안하다는 듯이 꽉 끌어 안았다.

 

 "화연아"

 

 "...예, 폐하"

 

 "내가 이상하구나"

 

 "왜 그러십니까?"

 

 "방금까지만 해도 이 순간이 하염없이 좋았는데...불안해져가는 건 왜일까"

 

 네가 날 너무 밀어냈나 보다

 

 내가 이리도 불안한 걸 보면

 

 네가 날 너무 외면했나 보다

 

 내가 이리도 흔들리는 걸 보면

 

 "마치 한낮의 꿈처럼...잠들어 있을 때는 달콤했다가 일어나보면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게 될 듯 하다"

 

 이리도 달콤했던 적이 없어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겠다...

 

 꿈처럼 덧없이 사라질까봐...그래서 결국에는 나 혼자만 남게 될까봐...

 

 "참 이상한 노릇이지...너는 분명 내가 잡고 있는데 왜 너와 나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지질 않을까..."

 

 "폐하...거리가 멀어도 마음이 가까우면 같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와 폐하의 마음이 같으니, 결국 저희 둘은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처음으로 내뱉어 준 확신의 말.

 

 화연의 그 말 한 마디에 고종은 안심하며 화연을 바라 보았다.

 

 "그래, 마음이 같다면 같이 있는 것이지...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다"

 

 "폐하..."

 

 "네가 혹시라도 떠나갈까봐...나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며 애태웠던 모양이다"

 

 가까이 있어도 잡지 못할까 봐...나 혼자만 전전긍긍했던 모양이구나

 

 정작 내가 원하고, 잡고 싶은 너는 이리 가까이에서 나를 바라보는데...

 

 고종은 다시 화연을 꼭 끌어 안았다. 이번에는 불안해하지 않고 살며시 안았다. 화연을 품에 안은 고종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폐하...'

 

 그러나, 고종의 품에 안긴 화연은 미소를 짓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짓지 못했다.

 

 너무나도 달콤한 꿀 같은 시간이 화연에게는 독이 되어 돌아올 독약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화연은 달콤한 시간 속에서 독약의 맛을 보고는 마음이 아릿해져 왔다.

 

 "폐하, 이제 놓아 주십시오. 소인, 피곤해 이만 들어가 자고 싶습니다"

 

 "그래, 푹 쉬고 내일 보도록 하자꾸나"

 

 고종은 미련 없이 화연을 놓고서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혹시라도 고종이 뒤를 돌아볼까 화연은 뒤로 돌아선 채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갔다.

 

 "흐윽...흑"

 

 그러나, 고종의 발걸음 소리가 끊어지자마자, 화연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어미를 잃은 아이처럼, 종교를 잃은 신도처럼, 빛을 잃은 달빛처럼...화연은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댔다.

 

 하늘이 허락한 꿈 같던 시간의 끝을 실감하자, 화연에게는 쓰디쓴 시간이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왔다.

 

 자신은 원래 행복한 인간이 아니었다고, 불행한 인간이 더 어울리다면서 스스로를 달래 보았지만, 달콤함에 중독된 마음은 그저 하릴없이 무너져만 갔다.

 

 쓰디쓴 맛을 감당할 수 있는 여유 따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픔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은 고종과의 시간 속에서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결국, 화연은 쓰디쓴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날 아침. 고종은 일어나 심호흡을 한 뒤, 대전으로 나아갔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신들이 대전을 채우고 있었으나, 오늘따라 모든 것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대원군께서"

 

 예상대로 대신들은 대원군의 실종 사건을 너도나도 앞다투어 고종에게 아뢰고 있었다. 그러나, 고종은 한 치의 동요조차 없이 손을 들어 대신들의 입을 막았다.

 

 하루 사이에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더욱 더 차가워진 고종의 모습에 당황한 대신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 일이라면, 과인 또한 알고 있소"

 

 "허, 허나.."

 

 "조용. 지금부터 조선을 다스리는 것은 수렴청정을 한 대원군이 아니라, 이 나라의 왕으로 즉위한 나요. 그러니, 그대들은 대원군이 아니라 내게 모든 보고를 올리시오"

 

 왕좌에 앉은 고종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위엄있어 보였고, 동시에 어느 때보다 차가워 보였다. 대신들은 서로 쭈뼛거리다 결국 대원군에게 아뢸 상소문 등을 고종에게로 넘기면서 사안들을 얘기했다.

 

 대신들을 잘 뽑아놓았는지, 그들은 머리 회전이 빨랐다. 때문에, 지금 대원군을 부르짖어봤자, 그들만 손해라는 걸 계산했던 것이다.

 

 대신들의 눈에는 위엄 있는 왕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지만, 눈썰미 좋다고 자부하던 그들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토록 위엄 있는 고종의 눈에는 정작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

 .

 .

 

 "하루 사이에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무척이나 위엄 있어지셨지 뭡니까?"

 

 "그렇소?"

 

 한편, 여흥부대부인은 최측근에 있는 궁인에게서 고종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걱정스러웠는데, 의외로 일을 잘 해내가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폐...하?"

 

 그런데, 밖에서 고종을 부르는 궁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탁- 방문이 세게 열리더니, 고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여지없이 나타나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고종은 아무 말 없이 방 안에 있던 궁인을 쳐다 보았다. 나가라는 뜻을 내포한 눈빛이었고, 그 뜻을 재빨리 알아챈 궁인은 머리를 조아리며 방을 나갔다.

 

 허락도 없이 처소를 찾아온 것도 모자라, 자신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친구 같은 궁인을 내보내다니...무례한 행동에 여흥부대부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러나, 차마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기에 동요 없는 표정으로 고종을 맞았다.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물어볼 것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궁금하셨기에 이리 한 마디 언질도 없이 불쑥 찾아온단 말입니까?"

 

 "너무나도 궁금한 사안이라서...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폐하를 궁금하게 만든 그 사안이?"

 

 "새삼스레 또 다시 의문이 들더군요...도대체 누가 감히 아버지를 납치했을까"

 

 "폐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그리도 의심이 많으신 아버지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궐에서 갑자기 언질 하나 없이 사라지셨을까..."

 

 "소리 낮추십시오.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폐하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합니다"

 

 "제 안전이야 언제나 바람 앞의 촛불 아니었습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말해 주십시오. 그들이 누군지"

 

 "그것이 왜 알고 싶으신 겝니까??"

 

 "적은...가까이에 둘수록 좋은 법 아닙니까?"

 

 적을 가까이에 둬 허점을 알아내 그것을 틀어쥐는 것.

 

 그래서 그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자신의 정치 발판이자, 아비의 목숨까지 지켜내려는 것.

 

 그것이 고종의 계획이었다.

 

 "그러니 말해 주십시오. 그들이 도대체 누군지..."

 

 "...대원군과 뜻이 맞지 않았던 자들입니다"

 

 "그러면..."

 

 "네, 개화파입니다"

 

 여흥부대부인의 그 말에 고종은 얇게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랑 뜻은 맞으니...이제 그들의 허점을 알아내기만 하면 되겠군...

 

 그들 또한 수장이 있을 터...수장의 허점만 알아내면 된다.

 

 먹잇감을 보는 듯, 고종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작가의 말
 

 고종아...그라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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