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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9
작성일 : 18-12-29 14:35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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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9

 

 

 

 “사장님. 뭣 좀 먹고 다시 자든가 합시다. 일어나 봐요. 네?”

 

 침대 옆 테이블에 트레이를 올려둔 채 민희를 레오를 살살 흔들어 깨웠다. 그 반동에 레오가 끙 소리를 내며 희미하게 눈을 떴다.

 

 “레오? 깼어요? 억지로라도 좀 먹고 다시 누워요. 그래야 빨리 낫지.”

 

 엄마로 빙의한 듯 민희는 그를 어르고 달래 일으켜 세웠다. 땀에 흠뻑 젖은 듯 흰 티셔츠가 몸에 착 달라붙어 널찍한 어깨와 가슴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주 몸만 키운 모양이고만. 내실이 없어, 내실이. 쯧.’

 

 천근만근 늘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운 레오는 눈을 씀벅거리며 초점을 맞추려 애를 썼다. 서서히 선명해진 시야 안에 낯익은 여자의 얼굴이 잡히자 그가 미간 사이 깊은 주름을 새겼다.

 

 “하아. 여기 올라오지 말라고.......”

 

 그의 입에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끄러워요. 그럴 거면 아프지나 말든가. 목소리도 잘 안 나오면서 무슨 잔소리야.”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이 여자는 매번 나한테 시끄럽다고 하네. 이마 위에서 툭 떨어진 수건을 집어 들며 레오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냉장고에 안심이 있어서 한국식으로 죽을 좀 끓여봤어요. 맛은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요. 먹어야 기운도 차리고, 그래야 잔소리를 하든, 뭘 하든 할 거 아니에요? 지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 같아서 한 개도 안 무섭네요.”

 

 입장이 바뀐 듯 다다다 잔소리를 쏟아내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 레오는 입을 가리며 웃음을 삼켰다.

 

 “이봐요. 환자씨. 남기지 말고 다 먹어요! 안심 한 덩이 다 넣었으니까. 얼른 먹어요. 한 숟가락 먹는 것만 보고 나갈게요.”

 

 그 안심, 원래 그 쪽 입으로 들어갈 거였는데. 뒷말을 삼켜낸 레오가 성화에 못 이겨 눈앞의 정체 모를 요리를 한 입 떠먹었다.

 

 “어때요? 먹을 만하죠?”

 “쌀과 고기를 물에 푹 끓인 맛이네요. 적당히 탄 맛도 있고.”

 “손까지 데어가며 끓여왔더니. 도로 내놔요!”

 “다쳤어요?”

 

 갑자기 정색하며 숟가락을 내려놓는 레오를 바라보며 괜히 민망해진 민희는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냥 해본 말이에요. 정 맛없으면 다시 끓여오고요.”

 “맛없다고 하진 않았어요.”

 

 입술을 비죽 내민 민희를 힐끔 올려다보곤 레오는 한 입 더 떠먹었다. 서툴고, 꾸밈없는 맛. 감탄을 자아낼 만큼 맛있진 않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런 맛. 잊고 있던, 하지만 내내 그리웠던 기억 속의 맛이었다.

 

 눈앞의 여자와 같은 느낌이었다. 참 이상한 음식, 참 이상한 여자였다. 온 몸에 퍼져가는 따끈한 온기에 레오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어? 자더라도 다 먹고 자요. 알겠어요? 이따가 올라와서 빈 그릇 검사할 거예요.”

 “.......”

 “잠든 거 아니죠? 바빠 죽겠는데 대답 좀 해요. 키친도 정리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누구 때문에 할 일이 너어어어무 많아서 내려가 봐야 한다고요.”

 

 진짜 이상한 노릇이었다. 쏟아지는 잔소리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은 걸 보면. 오랜만에 느껴보는 누군가의 보살핌이 이다지도 기분 좋은 일이었나. 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돌았다.

 

 “알았으니 잔소리 그만하고 내려가 봐요. 다 먹을게요. 남기지 않고.”

 “아참. 오늘 조식 준비도 내가 다 했어요. 손님들도 진수성찬이라고 좋아하셨고. 그냥 알아두라고요!”

 

 생색을 잔뜩 내며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레오는 연신 피식피식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

 

 

 

 추운 겨울과 어울리지 않게 소매를 걷어붙인 채 로비를 박박 닦던 민희가 쿵쿵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대걸레에 의지해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나 오늘은 인기척 제대로 냈습니다.”

 

 멀쩡할 땐 내지 않던 발걸음소리를 아파서 쓰러질 지경이 돼서야 내다니. 피식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실없는 웃음소리가 그녀의 입새 사이로 새어 나왔다.

 

 “아픈 사람이 왜 내려와요. 여기만 마무리하고 가지러 올라가려고 했는데.”

 

 죽 그릇이 놓인 트레이를 들고 로비로 들어오는 레오를 바라보며 민희가 걱정스레 덧붙였다.

 

 “이제 괜찮아요. 열도 내렸고, 몸도 제법 가벼워졌고. 그리고 속도 든든하고.”

 

 트레이를 한 손에 옮겨든 채 레오가 배를 툭툭 두드렸다.

 

 “그렇게 방심하다 또 훅 가는 법이에요.”

 “훅 어딜 간다고요?”

 “쓰러진다고요. 어제처럼.”

 

 민희가 눈썹을 씰룩이며 큰 소리를 냈다.

 

 “무슨 일 있어요? 이 추운 겨울날에 비는 왜 맞고 돌아다니고....... 어? 혹시?”

 “혹시 뭐요?”

 “에이, 아니에요. 그럴 것 같지도 않고.”

 “뭔데 말을 하다 맙니까. 궁금하게.”

 “아니, 그냥. 혹시 실연이라도 당했나 싶어서....... 근데 이런 거 물어보는 건 또 실례가 아닌 것 같고.”

 “이미 다 말해놓고 이제와 실례를 따지는 거 그 쪽이 생각해도 우습죠? 그리고 그럴 일 없어요.”

 

 와. 저건 또 무슨 자신감이야. 실연당할 일이 없다니. 하여간 잘난 놈들은 꼭 지 잘난 맛을 알지. 민희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아이고. 네네. 그거나 이리주고 올라가요. 찬바람 쐬면 금방 또 열 올라요.”

 

 민희는 대걸레를 벽에 기대어 놓은 채 레오에게로 가 트레이를 억지로 뺏어들었다.

 

 “고마워요.”

 

 뺏어든 트레이를 들고 키친으로 향하던 그녀의 걸음이 레오의 한마디에 우뚝 멈추어 섰다.

 

 “고맙다고요.”

 

 얼굴만 보면 티격태격 하던 사이에 고맙단 말이 어색하고 낯간지러웠는지 민희는 힐끔 고개를 돌려 쿨한 척 대답했다.

 

 “뭐. 그 쪽도 나 한 번 구해줬고, 나도 한 번 구해줬으니 이제 동점인 걸로 쳐요.”

 “동점으로 치기엔 뭔가 내가 엄청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데.”

 “그 쪽도 나 아니었으면 오늘 어떻게 됐을지,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끙끙 앓는 사람 구해줬더니, 생명의 은인한테!”

 

 역시 쿨한 것은 맞지 않다는 듯 몸을 홱 돌린 민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래서 그 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할 겸 줄 게 좀 있는데.”

 “줄 거? 뭔데요, 뭔데?”

 

 입술을 비죽이며 흘겨보더니 어느새 눈을 반짝이는 민희를 보며 레오의 입가가 웃음을 참는 듯 씰룩거렸다.

 

 “트레이 갖다놓고 와요. 나도 가지고 내려올 테니까.”

 “넵!”

 

 씩씩한 대답이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가벼운 걸음으로 총총 키친으로 향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레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피렌체에 온 이후로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아진 미소였다.

 

 ‘탔네. 어쩌네. 말은 그래도 다 먹긴 했네.’

 

 한 톨도 남김없이 싹싹 비운 그릇을 들여다보곤 뿌듯해진 민희는 서둘러 그릇을 정리하고 걸레도 야무지게 빨아 널어두었다.

 

 소파에 앉아 레오를 기다리던 그 때, 로비에 들어서던 그의 손에 들린 낯익은 형체를 발견한 민희가 환호를 지르며 그에게 달려갔다.

 

 “헐. 대박!”

 

 피렌체에 오자마자 잃어버린 백팩이었다.

 

 “너무 좋아하지는 마요. 보니까 현금이랑 휴대폰은 이미 없어졌고, 그나마 빈 지갑과 여권만 남아있더라고요. 가방은 맞는지 확인하느라 열어본 거니까 다른 오해는 말고.”

 “헐. 헐! 대박. 진짜 대박.......”

 

 할 줄 아는 말이라곤 ‘헐’와 ‘대박’ 밖에 없는 사람처럼 민희는 거의 열흘 만에 마주한 가방을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여권만 있어도 일이 엄청 줄었어요. 로마에 있는 대사관까지 찾아가야 해서 답답한 참이었는데.”

 

 이미 전부를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그나마 이거라도 돌아온 게 다행이라며, 텅텅 비어버린 백팩일 지라도 민희는 너무 기뻤다.

 

 “그나저나 어떻게 찾은 거예요?”

 

 한참만에야 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들자 줄곧 내려다보고 있었는지 레오와 시선이 마주쳤다.

 

 “폴리스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캐리어 찾은 다음날 잠깐 들러서 신고해두었어요.”

 “사장님 혼자 가서요?”

 

 야박하다고, 정 없다고, 이런 싹퉁 바가지 두고 보자며 이를 갈았는데. 그런 와중에 홀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서를 작성하고 부탁까지 했을 줄이야. 민희는 마음 한 구석이 따끔따끔해졌다.

 

 “딱히 찾을 거라 기대는 안했는데. 요 근래 소매치기 사건이 많아서 그런지 경찰들이 이 곳, 저 곳 꽤나 뒤지고 다녔나 봐요. 중앙역 쓰레기통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럼, 어제 찾아온 거예요?”

 “뭐. 그런 셈이죠. 어제 연락을 받아서.”

 

 파비랑 외출해야 하는데 심부름 시킨다고 온갖 짜증을 다 냈는데, 그 후에 연락받고 가서 찾아온 모양이었다.

 

 “비 맞고 돌아온 것도 그럼 다 이것 때문이고?”

 “아, 그건. 겨울에 워낙 비가 많이 오는 동네예요. 엄청 내리지 않는 이상 보통 우산을 잘 안 쓰기도 하고.”

 “그래서 쫄딱 젖어서 들어왔어요? 이렇게 감기 몸살 걸려서 끙끙 앓을 만큼?”

 

 민희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이까짓 게 뭐라고 이 비를 다 맞고 들어왔는지. 날 좋을 때 찾아도 될 것을. 말해주었으면 스스로 가서 찾아도 되었을 것을.

 

 미안함과 고마움, 감동이 뒤섞인 마음에 민희는 레오의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동점은 아닌 셈이죠?”

 “그러게요. 빚을 졌네요, 또....... 열심히 일해서 갚을게요.”

 “뭐. 그래도 비 맞고 들어온 보람이 있긴 하네요. 한국식 죽도 얻어먹고.”

 “고마워요. 진짜. 정말로.”

 

 거듭 반복되는 그녀의 인사가 무안해진 레오가 괜히 말을 돌리며 턱을 매만졌다.

 

 “어제 맛있는 것 좀 먹었어요?”

 “어제요? 아....... 식당이라고 더 맛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을 멈춘 민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냥 그랬어요. 요 며칠 사장님 요리에 길들여진 모양인지, 그게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기준이 되어버렸나 봐요.”

 

 그 쪽이 해준 요리가 훨씬 맛있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엔 좀 간질간질해진 민희는 결국 속마음은 쏙 숨긴 채 둘러댔다.

 

 “그 말, 내가 해준 음식이 제일이란 뜻이죠?”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시종일관 무뚝뚝하던 레오가 소년처럼 짓궂게 웃었다.

 

 “뭐래. 나르시시스트야, 뭐야.”

 

 민망한 듯 등을 돌려 잰걸음으로 로비를 벗어나는 민희의 등 뒤로 그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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