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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32화
작성일 : 18-12-29 13:58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7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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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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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에 깜빡 잠들었던 체칠리아는 눈을 뜨고 일어나 벗어놨던 딱딱한 구두를 신고 문을 열었다. 에밀리는 이제 저녁식사를 해야한다며 속삭였고 체칠리아의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보고 짧은 한숨을 쉬고 재빠르게 정돈하더니 앞장섰다. 아마도 밑에 벌써 체칠리아의 양부모가 와 있는 모양이었다. 체칠리아가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식당으로 들어서니 10명은 앉을 수 있는 기다란 식탁의 가운데에 체칠리이아의 양아버지이자 스펜타리안 가문의 백작 나이젤 스펜타리안이 앉아 았었고 그 옆엔 그의 부인이자 체칠리아의 양어미니인 프리아실 스펜타리안이 앉아있었다. 체칠리아가 굳은 표정으로 프리아실 스펜타리안 백작 부인 맞은편에 착석하자 하인과 하녀들이 준비된 음식과 음료를 날랐다.

 

  “오랜만이구나.”

 

  프리아실이 체칠리아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네.”

 

  체칠리아는 간단한 대답만 하고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참, 얼마 전 네 아버지께서 백작칭호를 하사받으셨단다. 뭐 소식은 이미 들었겠지만 말이다.”

 

  프리아실이 다시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의 이면엔 딸로서 축하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깃들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체칠리아가 무미건조하게 나이젤을 향해 말하자 프리아실이 다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아버지’라고 해야지?”

 

  체칠리아는 그 말에 프리아실을 쳐다보았다. 체칠리아의 차가운 눈빛에도 프리아실은 싱긋 웃고 있었다. 체칠리아는 식탁보에 가려진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쥐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체칠리아의 말에 나이젤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고맙구나. 자, 음식이 식겠군. 어서들 드시오.”

 

  음식은 느리게 코스 식으로 나왔다. 체칠리아는 얼른 먹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이제 겨우 전채요리가 나왔을 뿐이었다. 먹는 중간 중간 양부모들이 간간히 체칠리아에게 다녀온 여행에 대해 물어봤지만 체칠리아는 말을 아꼈다.

 

  “여행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긴 했니? 사실 난 네가 그 쓸데없는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걱정했단다. 바깥은 벌레가 우글거리고 더럽고 또, 천박한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아무리 고귀한 사람도 천박해지는 법이거든.”

 

  프리아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쾌활하게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체칠리아는 속에서 뜨거운 것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천박한 사람들에게도 배울 점은 많더라구요. 허락해주신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체칠리아의 대답에 프리아실은 냅킨으로 입을 가리며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은 비아냥에 가까웠다. 그들 눈에는 체칠리아도 그들이 말하는 그 천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평민들을 혐오했고, 체칠리아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도 그녀를 벌레 보듯 했을 것이다.

 

  “이제 성인이니 그 쓸데없는 여행은 그만 다니고, 정식으로 교양 수업을 받아야지 않겠니? 여행을 허락하는 조건이기도 했고.”

 

  “네 어머니 말이 맞다. 이미 선생들은 구해놨으니 내일부터 수업을 듣거라.”

 

  양부모들이 말하는 그 수업의 의미를 체칠리아도 잘 알고 있었다. 식사 예절, 사교댄스, 고고한 귀족 아가씨들의 걷는 연습까지 전부 체칠리아가 질색하는 것들이었다.

 

  “꼭 배워야 하나요?”

 

  “이제 여기저기 귀족 모임도 다니고 무도회도 다닐텐데 거기서 평민처럼 굴면 망신이지 않겠니? 이미 다들 네가 얼굴을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단다.”

 

  체칠리아가 쉽게 대답을 하지 않자 나이젤이 거들었다.

 

  “네 행동 하나 하나가 우리 가문을 대표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체칠리아는 속으로 이딴 가문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겨우 대답하였다.

 

  “···네.”

 

  체칠리아가 거의 손대지 않은 전채요리 접시를 하녀가 가져가고 화려하게 장식된 고기요리를 가져왔다. 체칠리아는 접시에 담긴 고기요리를 바라보면서 스케리브의 얼굴을 떠올렸다. 스케리브가 옆에 있었다면 과거에 왕자였던 것과 어울리지 않게 요란을 떨며 음식을 감상하지도 않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엔 그 맛에 감탄을 하고 그 뒤엔 양이 너무 코딱지만하다고 불평을 했을 것이다. 스케리브를 떠올리자 체칠리아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고기요리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체칠리아는 양부모들의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그 세르지오 가문이 반역을 했다니, 역시 권력에 취한 노인네가 노망이 난게 틀림없어요.”

 

  프리아실의 말에 나이젤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라미르 그 작자 말고 그 아들 카일 세르지오가 일을 꾸몄다더군. 그 아비는 꼭두각시라는 것이지. 어디 라미르 그 작자가 그런 야망이나 가질법한 자인가? 카일이 왕궁에 찾아가 왕을 시해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했다는군.”

 

  프리아실은 냅킨으로 입가를 톡톡 닦았다.

 

  “어머나, 어쩜. 그리 야만적일까요? 이래서 천한 피는 못 속인다니까. 라미르 그 자의 어미가 세르지오가의 하녀였죠? 평소엔 그렇게 있는 척 없는 척 다하더니···.”

 

  “그렇다는군. 나도 얼마 전 헤르만 백작에게 들었어. 전 부인이 죽고 그 부인의 하녀와 재혼하고 그 하녀가 글쎄 백작부인이 되었다는군. 원···.”

 

  프리아실은 나이젤의 말에 징그러운 벌레를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망측해라. 그 집안이 왜 그 모양인지 알 법도 하네요. 망나니 같은 자들이 마법의 힘을 가졌으니 하늘 두려운 줄 몰랐던 거겠죠.”

 

  체칠리아는 양부모의 말을 들으며 포도주를 마셨다.

 

  ‘카일이 반역을?’

 

  몇 달 전 델 마리노 항구에서 봤을 때 카일은 스케리브를 왕위에 올릴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당장 반기를 들 상황은 아니었다. 가족 모두를 수도에 남겨놓고 대놓고 반기를 들 어리석은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분명 숨겨진 내막이 있을 것이라고 체칠리아는 생각했다.

 

  “···그래서 세르지오 가문은 어떻게 됐나요?”

 

  예상치 못한 체칠리아의 질문에 나이젤은 체칠리아를 흘끗 쳐다봤다.

 

  “이런 얘기에 관심을 보이다니, 놀랍구나. 세르지오 가문은 몰살당했다. 라미르만이 살아서 가족들이 모두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고 발푸르딘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고 들었다. 카일 세르지오는 지금 수배중이라고 하더군.”

 

  체칠리아는 나이젤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몬테규 왕이 어린데 결단력이 있군요. 눈엣가시 같은 세르지오 가문을 이렇게 빨리 무너트리다니···. 헤르만 백작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나 봐요.”

 

  “희망이 없던 리엔 왕국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지. 첫째 왕자는 너무 병약하고 셋째 왕자는 아직 젖비린내 나는 녀석이니. 뭐, 그가 왕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어. 그 미친 아놀드 국왕이 셋째 왕자를 후계자로 지목했을 땐 귀족들 모두가 비웃었지만 그자와 왕자까지 죽었으니 하늘이 도운 셈이지.”

 

  체칠리아는 이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남의 사정도 모른채 이렇게 지껄이는 것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녀의 양부모를 혐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 뒤 대화는 그들이 싫어하는 귀족들의 얘기로 옮겨갔고 길었던 저녁식사가 끝나자 체칠리아는 방으로 올라와 답답한 드레스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체칠리아가 신전 앞에 내려주자 베렌은 가보겠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떠나고 스케리브와 카렌만 남았다. 스케리브는 고개를 한껏 들어 신전을 올려다봤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신전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늘을 향해 뻗은 첨탑들이 까마득했다. 리엔 왕국의 수도 에스트렐라에 있는 대신전도 이렇게 까지 웅장하지 않았다. 리엔 왕국의 5분 1도 안 되는 규모의 작은 나라에서 이런 굉장한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목 빠지겠다.”

 

  카렌의 말에 스케리브는 고개를 내리고 목을 주물렀다.

 

  “와, 진짜 굉장하네요. 새삼 누나가 존경스러워져요.”

 

  카렌은 피식 웃었다.

 

  “종교국가잖아. 이 정돈해야 안 쪽팔리지. 자, 들어갈까?”

 

  카렌은 신전 옆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스케리브도 카렌을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신전 안은 규모에 맞지 않게 매우 조용했다. 대리석 바닥에 발소리가 탁탁거리며 울려 스케리브는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서 신전 내부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천정이 매우 높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카렌은 신전의 아름다움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기둥들을 휙휙 지나갔다. 신전의 뒷문으로 빠져나오자 작은 뜰이 나왔고 그 뒤로는 투박한 석조 건물이 있었다. 아마도 사제들이 머무는 수도원인 것 같았다. 수도원 건물 외곽부분에 위치한 굴뚝에선 저녁준비를 하는지 검은 연기가 흘러나와 하늘 위로 흩어졌고, 빵을 굽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카렌은 나무문을 밀고 수도원으로 들어갔고 스케리브도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수도원 내부는 더욱 투박했는데 아무런 장식이 없는 벽돌을 쌓은 벽에 나무로 된 낡은 창 몇 개가 나있는 것이 전부였다. 카렌은 복도를 지나 돌로 쌓은 계단을 올라갔다. 스케리브는 카렌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를 따라갔는데, 신전에 들어오고부터 그녀의 모습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분명 그녀는 카렌이 맞았지만 전에 알고 있던 카렌이 아닌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스케리브 자신도 이 느낌을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속안의 사람이 바뀐 느낌이었다. 카렌이 걸음을 멈추고 나무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곳은 서재 같았는데 벽 한쪽엔 두꺼운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이 있었고 정면엔 커다란 창이 있어 채광이 잘 들었다. 그 창 앞에는 원목책상이 놓여있었고 그곳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위 사제로 보이는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카렌이 들어오자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문서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카렌님.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셨군요.”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뭐, 몇 가지 일이 있어서 말이죠. 예상보다 빨리 오게 됐어요.”

 

  카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남자는 스케리브를 발견하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소년은 누군지요? 저희 수도원 식구는 아닌 듯 하군요.”

 

  “리엔 왕국에서 만난 아이인데, 부모도 잃고 갈 곳이 없다고 해서 일단 데리고 왔어요. 스케리브. 대사제님께 인사드려.”

 

  대사제라는 말에 스케리브는 자세를 반듯하게 고치고 허리를 최대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스케리브라고 합니다. 카렌누나··· 아니, 카렌 사제님한테 머물 곳을 좀 부탁해서 오게 됐습니다. 받아주시기 곤란하시면 여기서 청소나 빨래 같은 일 시켜주세요. 일하는 대가로 여기서 머물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스케리브는 말을 하면서 대사제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여기서 거부당한다면 이젠 정말로 도리스 왕국의 수도를 떠돌며 구걸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스케리브를 바라보며 대사제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얘야. 갈 곳 없는 사람을 돕는 것 중 하나가 우리의 일이란다. 사실, 여기에 있는 사제들 중에도 너처럼 부모를 잃고 갈 곳 없어 정착한 분들이 몇몇 있단다. 네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구나. 떠나고 싶을 때까지 있거라. 대신, 수도원 일은 좀 도와줬으면 좋겠구나.”

 

  대사제의 말에 스케리브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뱉으며 잔뜩 긴장했던 어깨를 조금 편안하게 내렸다.

 

  “감사합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나더니 스케리브보다 한, 두 살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년이 들어왔다.

 

  “미엘라 사제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소년은 대사제에게 서류가 담긴 봉투를 건네주었다.

 

  “고맙구나. 하디르. 참, 여기 이 소년을 숙소로 안내해 주겠니? 오늘부터 여기서 머물 친구란다.”

 

  하디르라는 소년은 스케리브를 쳐다보고 손짓을 했다.

 

  “네. 대사제님.”

 

  스케리브는 하디르와 함께 방을 나왔다. 하디르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투박한 복도를 지나 복도 끝에 있는 작은 방 앞에 도착했다. 하디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가 이제 네가 쓸 방이야. 내 방은 바로 옆옆 방이고. 넌 티로와 같이 방을 쓸 거야.”

 

  “고마워.”

 

  하디르는 저녁식사 시간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방을 나갔다. 스케리브는 하디르가 나가자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은 매우 작았고 허름했다. 작은 목조 침대가 방 양쪽에 놓여 있었고 위쪽엔 작은 창이 나있는 것이 끝이었다. 룸메이트인 티로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나 양말이 침대위에 쳐진 빨랫줄에 정신없이 걸려있었다. 스케리브는 자신의 짐을 담은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짐을 풀었다. 사실 짐이랄 것이 거의 없는 스케리브는 몇 벌의 옷과 자신의 검을 침대 한쪽 구석에 올려놓는 것으로 정리가 모두 끝났다. 침대에 누워 어느 정도 쉬자 하디르가 문을 열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까는 내가 바빠서 제대로 소개를 못했어. 난 하디르고 17살이야. 넌?”

 

  “난 스케리브야. 15살이야.”

 

  하디르는 빠른 걸음으로 수도원을 빠져나가 잔디밭을 걸었다.

 

  “내가 형이네? 사제가 되려고 온 거야?”

 

  스케리브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아니야. 갈 곳이 없어서 온 거야. 형은?”

 

  “나도 너처럼 1년 전에 들어왔어. 그런데 지금은 사제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어. 아직 공부할 게 많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

 

  하디르는 수도원 옆에 위치한 한 석조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에 식당이 있는지 안에 들어가니 일꾼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사제들로 붐볐다. 사제들은 카렌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스케리브는 혹시 카렌의 모습을 보지 않을까 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카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 찾는 사람이 있어?”

 

  하디르가 스케리브에게 나무 접시를 건네주며 물었다.

 

  “아, 나랑 여기 같이 온 사제님이 있는데 혹시 여기 있는지 찾아 본거야.”

 

  스케리브와 하디르는 빵과 스프를 받아들고 식탁에 앉았다.

 

  “내가 여기 사제님들을 좀 아니까 말해봐. 내가 찾아줄게.”

 

  “카렌이라는 사제님인데, 성은 몰라. 짧은 주황색 곱슬머리인데 피부가 가무잡잡해서 눈에 쉽게 띌 거야.”

 

  스케리브의 설명에 하디르는 빵을 먹으며 생각을 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모르겠네. 내가 아는 여사제님 중엔 그런 분은 없어. 네가 잘 못 안 거 아니야?”

 

  하디르의 말에 스케리브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대사제도 카렌이 들어오자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니야. 아까 대사제님도 카렌 사제님을 알고 있었는데.”

 

  하디르는 남은 빵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래? 그럼 좀 높은 분인가 보다.”

 

  스케리브는 스프를 먹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카렌이 고위직 사제일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만약 하디르의 말이 맞다면 스케리브는 카렌을 다시 만나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도원에서 지낸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스케리브는 주로 수도원 마당 청소와 수도원 내부 청소를 하였는데 일주일 내내 카렌은 볼 수 없었다. 스케리브의 걱정과 달리 수도원 사람들은 매우 좋았다. 벌써 몇 명의 친구가 생겼고 아는 사제들도 생겼다. 사제들에게 카렌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무도 그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스케리브는 자신이 귀신에 홀린 것 아닐까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카렌에게 수도원에 머물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녀를 만날 수 없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스케리브는 일과가 끝난 저녁시간에는 주로 수도원 뒷마당에서 혼자 검술 연습을 했다. 이젠 자신에게 숙제를 내주는 베렌도 없었지만 베렌이 강조했던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운동도 빼놓지 않고 했다. 그리고 오늘 한 사제님이 스케리브에게 신학을 공부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수도원에서는 원하는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교육을 가르치고 있었고 스케리브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생전에 아버지였던 아놀드 리엔 국왕은 스케리브에게 배움을 항상 강조하였다.

 

  ‘레널드.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책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된 단다. 세상은 넓고 우리가 모르는 것은 매우 많단다. 어떤 것이든 배워두면 필요한 순간이 온단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더더욱 그렇단다. 왕의 무지함으로 백성들이 고통 받는 그런 일도 부지기수란다. 명심 하거라.’

 

  이런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사제가 되지 않더라도 신학을 공부해보리라 마음먹었다. 과연 이 공부가 그가 성장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진 그도 알 수 없었지만 스케리브는 기회가 있다면 모든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그의 힘을 키우는데 보탬이 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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