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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22화_너랑 있으면 짝사랑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작성일 : 18-12-29 12:0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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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내일 시험인데”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시험 한 두 번 봐?”

 지혜는 편의점에서 세계 맥주를 종류별로 바구니에 넣었다. 오랜만에 자취방에서

 마시는 건 좋은데 왜 내 시험 전 날이냐고.

 

 ”나.. 교수님 그만 만나려고”

 맥주 캔이 10개 정도 쌓여 갈 즈음 지혜가 덤덤하게 한마디 꺼낸다.

 

 “뭐?”

 "갑자기 왜~? 둘이 잘 만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앗 뜨거"

 아영이 전자레인지에서 핫바를 꺼내오며 묻는다.

 

 "아니~ 좀... 그냥~ 옷 입는 것도 너무 아저씨 같고..."

 “아저씨 맞지. 좀 있으면 마흔 아냐?”

 “야 아직 30대 중반이야... 아니 그것보다 지가 교수라서 그런 가? 하나하나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도 짜증나고, 심지어 저번 학기에 나한테 C를 준 거 있지?

 그것도 참나 C플을 줬다 C플을! C팔!!! 나 졸업인데!!!“

 

 "야야 진정해. 너 설마 성적 때문에 헤어지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

 목소리가 커진 지혜가 나한테 베개를 던진다.

 

 “아니, 그래 사람이 참 공명정대한건 좋아. 여자 친구라고 성적 비리 이런 거 있으면

 안 되지. 그냥! 모든 걸 다 떠나서, 그 사람한테는 내가 1순위가 아니더라“

 “그럼 뭐가 1순위인데? 이혼도 했다며, 애도 없고”

 “그 인간은 자기가 제일 중요해. 자기 경력, 그리고 이제 정교수 된다고

 이 교수, 저 교수 만나고 다니고, 논문에 학회에 얼마나 바쁜데, 내 쪽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도 질렸어 이제“

 지혜가 새 맥주를 또 깐다. 나와 아영인 묵묵히 지혜 얘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나 있잖아. 교수님 만나기 전에 꽤 오래 만났던 사람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귀었으니까

 거의 5년? 근데 헤어졌어. 그것도 그 새끼가 바람 피워서...

 그 다음부터 왠지 연애가 지겨운 거야. 언제 새로운 사람 만나서 다시 처음부터 썸 타고,

 손잡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뽀뽀하고 할 생각하니까 진짜 질리더라.

 근데 혼자는 너무 외로우니까 사람은 만나고 싶고. 그러던 때에 윤 교수님을 만났어.

 뭔가 새롭더라. 이혼하려고 별거 중이었으니까 완전한 불륜도 아니라고 합리화도 좀 하고“

 “지혜 너 우리한테 이런 얘기 하는 거 처음이다?”

 아영이 기특한 듯이 말했다.

 

 “언젠가 내가 말하고 싶어지면 말하라며~ 나도 이제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어졌어.

 서로가 1순위가 되는 그런 연애“

 “그게 제일 어려운 건데”

 “아무튼... 이제 우리 졸업도 얼마 안 남았잖아. 그 전에 헤어지자고 할 거야.

 뭐 이번 학기에 윤 교수님 수업도 없으니까 말 나온 김에 내일 헤어질까?“

 

 “하여튼 남지혜 아주 뭐 한 번 결심하면 멈추는 법이 없지”

 “야 그게 내 유일한 장점이다~ 아~ 뭔가 말하니까 되게 후련하네. 별 것도 아닌 얘긴데 그치?

 그나저나 깡 넌 요즘 어때? 김상현이랑 잘 지내?"

 “뭐야, 갑자기 나야? 음... 상현이 잘 해주는데, 너무 잘 해줘서 좀 부담스러워.

 자꾸 선물 사 주려고 하고, 기념일이란 기념일은 다 챙기는 것 같아.

 하지 말라는 데도 그러네. 걔는 모든 시간을 나한테 쓰는 것 같아“

 “뭐야, 강아영 자랑하는 거야 뭐야~ 난 좋을 것 같은데 왜 싫어?”

 

 선물도 사 주고 잘 챙겨주면 좋지 않나? 그게 왜 싫지.. 난 민준이가 그래줬음 소원이 없겠다.

 

 "걔가 해 주면 내가 또 받은 만큼 해 줘야 하잖아..."

 "에이 그게 뭔 상관이야. 사랑이 꼭 기브 앤 테이크도 아니고"

 "아~ 빚지는 느낌이라서 싫어~~"

 "이상하네. 왜 빚이라고 생각해 그걸"

 지혜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이번만큼은 지혜와 내 의견이 같은 것 같다.

 

 "그럼 그건 어떤데?"

 지혜가 음흉한 눈빛으로 묻는다. 척하면 척이라고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우리는

 지혜가 묻는 '그게'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 차렸다.

 

 "섹스? 뭐.. 그냥 걔가 하고 싶어 할 때, 해 주는 거지. 딱히 나는 별 느낌 없는 듯"

 여전히 아영의 반응은 심심하다. 아영이도 나랑 비슷하구나. 뭔가 다행이다.

 

 “야 그런 걸 물어보면 좀 꺄악 하면서 부끄러워하는 척이라도 좀 해라...”

 “왜 이래 알 거 다 아는 우리 사이에.. 너희는 어떤데?”

 "음~ 나는 좋냐, 싫냐로 물어보면 좋은 편이긴 한데, 남녀 사이에 관계가 꼭 필수는 아니어도,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뭔가 좀 더 깊은 사이가 되는 것도 같고,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는?"

 지혜가 나름 진지하게 답해준다.

 

 "흠.. 내가 이상한가? 나는 진짜 별로야. 그냥 아프기만 하고.."

 "김상현이 못 하는 거 아냐?"

 "그런가? 아냐 난 항상 그랬던 것 같아.. 쏭 너는 어때 요즘?"

 "어? 난..."

 

 .

 .

 

 "다 됐다~ 가서 이거 보여주면 된대"

 "어어~"

 "듣고 있어?"

 주말, 에버월드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휴대폰으로 예매한 표를 민준에게 보여 주었다.

 진짜 오랜만이다~ 어떤 거 타지? 나는 휴대폰으로 놀이기구 후기들은 검색했다.

 

 “준아 준아, 이것 봐. 티 익스프레스! 진짜 재밌겠다! 우리 이거 탈까?”

 “그러던지~"

 "우리 회전목마도 타자~ 그 앞에서 사진 찍자 헤헤"

 에버월드 추천 놀이기구 베스트10을 블로그에서 보면서 신나서 떠들고 있는데,

 민준이 조용하다. 뭐 하나 봤더니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다.

 

 “야 우리 놀러 가는 데 여기까지 와서 게임을 해야 하냐?"

 "아아, 잠깐만 잠깐만“

 민준은 신기록이라도 세우고 있는지 휴대폰에서 눈도 안 떼고 말했다.

 10여분 뒤에 민준이 휴대폰을 잠깐 내려놓고 말한다.

 

 “응? 왜왜, 아직 도착 안 했잖아. 버스 안에서는 좀 쉬자”

 "넌 나랑 놀러가는 게 힘들어? 쉰다는 말이 왜 나와?"

 "아 그 말이 아니잖아~ 왜 또 그래"

 

 또?

 또!!? 내가 또 뭘!

 내가 언제 그랬다고 '또' 라 그래?? 나는 더 뭐라고 하려다 꾹 참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알았어. 나도 쉬지 뭐"

 버스 의자에 기대어 고개를 창문 쪽으로 돌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

 민준의 짧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다시 내게 말을 걸어줄까 기대 했는데,

 다시 휴대폰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숨 막히는 공기가 떠다니는 버스 안,

 방금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나는 오랜만에 데이트해서 들떠 있는데, 민준인 가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온 사람처럼...

 하긴 이번에 에버월드에 먼저 가자고 한 것도 나였지,

 그래서 표도 내가 구입하고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도 쌌다.

 내가 그 모든 걸 준비하는 동안 민준은 자긴 아무거나 상관없다면서 시종일관 건성인 태도였다.

 

 생각하니 화도 나고, 너무 서운해서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하더니 뚝 떨어졌다.

 민준이 볼까 황급히 눈물을 닦고, 옆을 슬쩍 봤더니 민준은 자고 있었다.

 후.. 진짜..

 

 .

 

 "표 바꿔 왔어. 가자"

 민준이 표를 두 장 들고 와서 말한다.

 나는 서운한 마음이 아직 안 풀려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가자~ 애기야~"

 민준이 내 손을 잡고 에버월드로 들어갔다.

 

 "우리 저거 할까?"

 민준은 잠깐만~ 이라고 하더니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두 개 사서 돌아왔다.

 

 “이것 봐. 귀엽지? 애기는 토끼! 우리 이거 쓰고 사진 찍자, 이쪽으로 와 봐”

 어..? 나랑 놀러오기 싫었던 게 아니었나..? 적극적인 민준의 태도에 기분이 미묘했다.

 

 "누나 웃으라니까? 찍는다~"

 브이를 하고 카메라를 보는데, 찍기 전에 민준이 고개를 돌려서 내 볼에 입을 맞춘다.

 

 "아~ 뭐야아~"

 "좋으면서~ 잘 나왔다 그치?“

 “봐봐, 아 뭐야~ 자기만 잘 나왔어~! 나 표정 이상해~”

 

 "저.. 죄송한데요"

 "네?"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온 커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선뜻 찍어줬더니, “한 장 찍어드릴까요?” 하는 말에 민준이 넉살좋게 바로

 “감사합니다~”하고 내 어깨를 감싼다.

 옆에서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는 민준을 보니 아까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풀린다.

 

 찰칵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우리에게 사진을 건네주고, 그 커플은 사라졌다. 폴라로이드가 점점 선명해진다.

 

 "와 이거 잘 나왔다. 뒤에 회전목마도 완전 예쁘게 나왔어~"

 "모델이 좋아서 그래~"

 "으이그~ 잘난 척 정말~ 이제 슬슬 점심 먹으러 갈까?"

 “누나 도시락 싸 왔다고 했지? 뭐 싸 왔어?”

 “너 좋아하는 참치김밥하고 유부초밥”

 “우왕 짱이다! 맛있겠다! 어! 저기 자리 있다~ 누나 이거 깔고 앉아. 옷 더러워져”

 

 .

 .

 

 "나야 뭐.. 그냥 잘 지내지~"

 나는 책상 앞에 붙여 둔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

 잘... 지내고 있는 거 맞겠지...?

 

 "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연애 잘 하고 있네~~ 아이씨 헤어지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뭐하냐..“

 지혜가 우는 소리를 한다.

 

 "교수님이랑 데이트나 하렴"

 "그래~ 한 번 하고 헤어지던가"

 나는 냉동실에서 맥주를 더 꺼내 오면서 말했다.

 

 "하긴 뭘 해 미친 자야~”

 “아니.. 데이트를 하라고… 욕불이세요? 우리 지혜 음란 마귀가 아주 그냥…”

 “아~ 데이트.. 흠흠.. 아~ 그냥 크리스마스까지는 보내고 헤어질까”

 지혜가 조금 머쓱 해하며 말한다.

 

 “이미 마음 떠났는데 뭐 하러 만난대. 네가 송이나냐”

 “가만있는 사람 디스하기 있기?”

 “크크 요즘 송이나 아주 일편단심 서민준이지. 인정.

 으아~ 졸업하고 뭐 하냐~ 너희 우리 과에 지선이 알지? 걘 벌써 취업 했대”

 아영이 침대에 드러눕는다.

 

 "헐 황지선? 걔가 웬일.. 어쩐지 요즘 안 보이더라"

 "이유나 다니는 회사에 같이 들어갔대. 근데 걔네가 친했나?"

 "그냥 이해관계로 얽혔겠지~ 대학 때 친구가 다 그런 것 같아 겉으로만 친한 척"

 "진짜? 우린 아니지? 그치?“

 아영이와 지혜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제 슬슬 잘까?"

 "응 그럴까? 졸리다"

 "야아~ 왜 대답 안 하냐고오~~!!!"

 

 쾅쾅쾅

 

 "좀 조용해주세요!!!"

 

 "......"

 "ㅈ...죄송합니다아.."

 아영이 대표로 문 밖으로 찾아온 이웃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야 송이나 네가 떠드니까 옆집에서 찾아 왔잖아!"

 "쉿쉿쉿"

 우리는 소리 없이 웃었다. 조용하라고 하니까, 왠지 수학여행에서 몰래 떠들고 있는 기분도 든다.

 이런 것도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구나... 나는 아직 아무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졸업이라니 실감이 안 난다. 대학생도 물론 성인이지만, 그래도 ‘학생’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직은 조금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

 .

 

 “중간고사 끝났다!!!!!!!!”

 “고생했다. 잘 봤냐?”

 “그런 거 묻는 거 아니다... 깡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졌어?”

 “미안, 맞다 너 오늘 저녁에 뭐해?”

 “나? 나 오늘 민준이랑 저녁 먹으려고”

 “에이~ 저녁 같이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김상현이 알바비 들어왔다고 오늘 쏜다 그랬거든”

 “아 진짜? 대박. 민준이한테 물어볼까? 상현이가 나도 가도 된대?”

 “저번에 네가 리포트 쓰는 거 도와줬다고 너도 오라고 했어. 서민준도 불러~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상관없을 걸?”

 

 오늘은 그냥 학교 근처에서 민준이랑 둘이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공짜 밥을 그냥 지나치면 송이나가 아니지~

 민준에게 물어 봤더니, 흔쾌히 알겠다고 해서 우리는 학교 앞에서 제일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갈비천왕’에 왔다. 워낙 사람이 많았는데, 시험이 끝나서 그런 지

 오늘은 10분 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

 

 “저희 돼지갈비 4인분 주세요”

 삼겹살로 시킬 걸 그랬나? 라던가, 여기 반찬 많이 나와서 좋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떠드는데, 어느새 아주머니가 갈비를 가지고 와서 불 판 위에 올려놓고 가셨다.

 

 고기를… 누가 굽는가..

 얻어먹는 거니까 내가 구워야 하나.. 나 고기 잘 못 굽는데...

 내 옆에 앉아 있는 민준이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에휴, 뭘 바라냐.. 나는 집게를 들어서 고기를 뒤집었다.

 

 “누나 배고팠나봐?”

 고기가 다 타고 있으니까!! 내가!! 굽는 거지! 배고프긴 개뿔.. 부들부들..

 

 “앗 뜨거”

 “야야 쏭 집게 줘 봐. 내가 구울 게~ 고기도 못 굽는구먼? 이 오빠가 또 한 고기 한다~”

 상현이 내 손에서 집게를 가지고 간다.

 

 “쏭 김상현 고기 진짜 잘 구워~ 고기 부심 부리는 건 진짜 인정”

 아영이 한마디 더해준다.

 

 “상현아, 이거 샐러드 더 달라고 할까? 너 좋아하잖아”

 “고마워 여봉~”

 “아 여기서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이거 다 익었다. 얼른 먹어 여봉”

 “하지 말랬지”

 상현이 잘 익은 고기를 아영의 그릇 위에 올려준다.

 아주 둘이 꿀 떨어지네. 부럽다 부러워~ 민준이를 힐끔 보니, 자기 밥만 열심히 먹고 있다.

 

 “준아 이거 먹어~”

 고기를 민준의 그릇 위에 올려 줬는데 아무 말도 없다.

 괜히 민망해진 나도 얌전히 고기만 먹었다.

 

 .

 

 “아 잘 먹었다 김상현 땡큐~”

 “기말 때도 잘 부탁한다”

 상현이 찡긋 웃으면서 부담 갖지 말라는 듯 가볍게 받아친다.

 

 “쏭 나 상현이랑 카페 갔다가 들어갈게. 빠이염~”

 “응 이따 집에서 봐~”

 

 상현의 팔짱을 낀 아영이 웃으면서 상현에게 뭐라 말을 건넸다.

 상현이 그런 아영을 보다가 이마에 쪽 뽀뽀를 한다. 아영이 뭐 하는 짓이냐며

 상현의 팔을 마구 때리는데, 멀어지면서 보이는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칫 나도 남자친구 있다 뭐~

 

 “준아 고기 맛있었지?”

 “어”

 민준의 팔짱을 끼면서 물어봤는데, 민준의 반응이 냉랭하다.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왜 또 말투가 그래~ 뭐 기분 안 좋은 거 있어?”

 “아 내가 뭐~”

 “너 지금 기분 안 좋은 것 같은데? 왜 그래..”

 “..넌 나 불편한 건 생각 안 하냐?”

 “뭐가 불편한데?”

 “그걸 말로 해야 알아? 너는 네 친구들이니까 좋을지 몰라도 나한테는 다 선배니까

 당연히 불편하지!”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을 민준이 들먹이면서 역정을 낸다.

 

 “아까 저녁 같이 먹자고 했을 때는 괜찮다며”

 “그럼 괜찮다고 하지 싫다고 하냐? 이미 다 정하고 나한테 전화 한 거 아냐?

 옆에서 아영 누나가 오라고 꺅꺅대더만”

 “그렇게 불편했으면 아까 말했으면 됐잖아, 왜 이제 와서 그래!”

 

 “그리고 원래 오늘 우리 둘이 보기로 하지 않았어? 왜 약속을 네 멋대로 바꾸냐?”

 “나도 둘이 있고 싶었어! 너도 아까 상현이가 사주는 거라고 좋아했잖아!

 난 그냥.. 네가 요즘 나랑 둘이 있는 건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같이 먹자고 한 건데...“

 말하면서 서운한 마음에 울먹거리자 민준이 또 한숨을 쉰다.

 

 "또 또.. 너 또 울려고 하지? 울지마"

 "......"

 "울지마 좀. 너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민준이 손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조용히 말한다.

 그 모습이 너무 멀게 느껴져 나도 눈물을 꾹 참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서민준 너 진짜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나한테 잘 해주겠다며! 기억 안나??!

 그거 알아?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나 혼자만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너 이러는 거 진짜 피곤해 알아?”

 

 .

 .

 .

 

 “피곤하다 이제 그만 집에 갈까?”

 “그러자. 계산서 줘봐”

 지혜가 건네준 계산서를 보고 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돈 아깝게 연어 샐러드나 시키고 말이야”

 "맛있었지??"

 의기양양하게 물어 보자 아영의 표정이 변한다.

 

 "맛이고 나발이고 다음부터 또 샐러드 시키면 죽는다. 진짜“

 “이잉~ 뭔가 상큼한 게 먹고 싶었단 말이야~ 나가자 2차는 뜨끈한 어묵탕이라도 먹을까?”

 

 딸랑

 

 "어흐 춥다 추워~ 나오니까 더 춥네"

 찬바람에 웅크리고 걷다가 주변을 보니 애들이 안 보인다. 얘네 다 어디 갔어?

 “쏭~ 여기~”

 아영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내 팔을 잡아끌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여긴 왜?”

 “아이스크림”

 “어?”

 들어갔더니 벌써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 지혜가 보인다.

 

 "어디 갔나 했더니.. 편의점 와 있었냐?"

 "퇴직 기념으로 내가 쏜다! 골라 골라~~~"

 "야 이 날씨에 아이스크림은 괴롭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안 먹을 거야?”

 지혜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안 먹는다고는 안 했다~"

 아이스크림 통을 뒤적이고 있자, 아영이 비틀대며 다가온다.

 

 "야야 투 플러스원으로 골라~~"

 

 왜인지,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면 딸려오는 하나가 처량해 보인다.

 그냥 덤으로 따라오는 느낌.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 그냥 3개를 팔기 위한 속셈 같긴 하다.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밀려난 나머지 아이스크림을 보자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하고 있는데, 내가 그에게서 받는 사랑은 덤 같은 기분.

 

 사랑과 연애에도 슬프지만, 분명하게 강자와 약자가 나뉜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는데, 약하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 앞에서 약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행복할 거라 기대했는데, 나는 왜 이런 기분으로 연애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그 사랑 앞에서 약자인 나는 아프고 서운해도 그 옆을 떠날 수 없었다.

 분명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행복한데, 왜 가슴이 아픈 건지 모르겠다.

 
작가의 말
 

 ‘연말’이라는 단어는 뭔가 반짝거리는 기분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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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첫 연애, 그리고 첫 키스는 이불킥 2018 / 12 / 8 238 0 8386   
1 0화-프롤로그 2018 / 12 / 8 384 0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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