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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6. 나린에 나린 (4)
작성일 : 18-12-29 11:45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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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잠은 잘 오지 않았다.

 긴장한 탓일까. 장소가 바뀐 탓일까. 유민수의 말을 듣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자려고 눈을 붙일수록 잡생각들이 몰려오기만 했다.

 결국 잠을 포기하고 머리 위의 천장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나는 건우 오빠 방의 2층 침대 윗층에 누워 있었다. 1층은 하제란 애가 쓰고 건우 오빠는 2층을 쓴다 길래 이리로 오게 된 것이었다.

 방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그리 좁지도 않았다. 침대에 간단한 옷장과 책상 하나가 가구의 전부였고, 방 한쪽에는 부엌 쪽과 마찬가지로 홀로그램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창문으로는 은은한 달빛이 들어오는 듯 하였다.

 진짜도 아닌 주제에. 기분 나쁘게 예쁘네.

 할 일도 없는지라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데, 손목에 무언가가 걸렸다. 팔을 올려 그 정체를 확인했다.

 유진이에게서 가져왔던 머리끈이 아직도 손목에 걸려있었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계속 여기 있었구나.

 조심스레 갈색, 초록색 끈이 엇갈려진 머리끈을 어루만졌다.

 이걸 받아올 때만 해도 그게 우리의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 이럴줄 알았으면 작별 인사라도 제대로 한 걸.

 새삼스럽게 유진이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졌다. 그 여린 애가 지금 얼마나 벌벌 떨고 있을지가 눈에 선했다. 물론 태훈이가 잘 보살펴주고 있긴 하겠지만, 내가 같이 있었더라면 더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유진이도, 나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유진이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은.

 나에게 유진이는 친구 그 이상의 존재였으니까. 아빠를 잃고 의지할 곳 없어진 내게 유진이는 카를과 함께 내 유일한 버팀목이자, 자매였고, 가끔은 또 다른 부모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 유진이가 내 삶에서 없어지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이라도 유진이가 저 방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그때 정말로 방문이 끼익- 소리와 함께 열렸다.

 나는 순간 놀라 퍼뜩 뛰어올랐다.

 열린 방문 틈은 점점 넓어지더니, 그 사이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무언가가 천장에 달라붙은 채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으으... 으아악-"

 괴성이 입에서 흘러나오려 하였으나, 그와 동시에 천장의 무언가가 침대 위로 훌쩍 뛰어와 내 입을 막았다.

  "쉿! 쉿! 제발 조용히 해!"

 사람 말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서 어둠 사이로 내 입을 막고 있는 이의 얼굴을 살폈다. 낯익은 얼굴, 남하제였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왜 이 아이와의 만남은 항상 입막음으로 시작되는 건지.

 내가 진정하자, 아이는 내 입을 막은 손을 풀었다.

 "휴, 힘 한 번 좋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옆의 벽에 기대어 앉았다.

 나는 언짢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 뭐야? 내일 오는 거 아니었어?"

 아이는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벗었다. 그와 함께 풍성한 머리칼이 머리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모자를 쓰고 있을 땐 몰랐는데 그는 꽤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덥수룩한 앞머리는 눈썹 아래쪽까지 내려왔고, 뒷머리는 꽁지 머리로 올려 묶어져 있었다.

 그는 얼굴을 뒤덮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래 계획은 그랬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 밤새 키로아에서 다음날 기차만 기다리는 건 따분해서 말이야. 그냥 비행기에 숨어들어서 왔어."

 "그럼 그냥 곱게 들어오면 되잖아! 왜 굳이 그런 괴상한 방법으로-"

 "아지트 바닥은 다 센서 처리되어 있어서 조금만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뜬단 말이야. 말 안 듣고 위험하게 비행기 타고 왔다 그러면 혼날 게 뻔하고. 안 들키고 들어오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내 표정을 조금 살피더니 내 앞으로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그나저나 너 나한테 무슨 불만 있냐? 말투가 왤케 까칠해?" 나는 기가 차다는 듯한 헛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걸 몰라서 묻냐, 이 자식아. 몇 시간 전에 우리 서로 죽자고 싸웠었잖아.

 이 말들이 입술 앞까지 나왔지만, 결국 삼켜지고 말았다. 때마침 남자 아이의 붕대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말이다. "손은 좀.. 괜찮아?"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걱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으니.

 그 말에 아이는 피식 웃었다. "왜. 안 괜찮으면 괜찮게 해줄 거야?"

 "어? 아니, 그건 아닌데-"

 눈살이 더 찌푸려졌다. 그러고 보니까 얘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변했어? 일전에는 무뚝뚝하기만 했던 애가 다시 능청 덩어리가 되어있었다.

 "괜찮아. 이깟 상처 처음 생기는 거도 아니고." 그가 말한다. "한영고 애들은 키로아에 잘 데려다 주고 왔어. 잘 보살펴줄 거라는 약속도 확실히 받아왔고. 그 녀석들, 돈은 좀 밝혀도 계약 조건이 충족되는 이상 약속을 어기지는 않거든.”

 “아.. 응.”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만 자라고. 니도 내일 할 거 많을 거 아니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침대 난간을 잡고 1층 침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쪽에서 낮은 코골이가 들려왔다. 나도 한숨을 쉬며 옆쪽으로 돌아누웠다.

 한영고 애들이 잘 도착해다라.. 유진이도 그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주머니에 든 삔을 한 번 만져본다. 아냐, 걱정마 유진아. 내가 곧 갈테니까. 긴장이 풀림과 함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하루가 드디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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