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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6. 나린에 나린 (2)
작성일 : 18-12-29 11:2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3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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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우 오빠를 따라 봉을 타고 내려온 방의 유리문을 열고 나간다.

 비밀 조직 기지치고 아지트는 꽤 평범했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가정집 같아 보일 정도였다. 유리문 앞에서부터 땅이 움푹 패어지면서 낮은 계단을 통해 거실과 이어졌다. 잿빛 소파와 홀로그램 TV 등으로 꾸며진 거실은 그야말로 보편적인 거실의 이미지를 띄고 있었다.

 그 뒤로는 땅이 한 칸 정도 높아지면서 아치 형의 부엌이 둥글게 자리잡았다. 둥근 벽을 따라서 가스레인지 등의 부엌 기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아치 한 가운데에는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원형 탁자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묘하게 은은한 기운이 도는 탁자였다.

 그러나 단연 내 눈길을 끈 것은 뒷벽의 빈틈없는 창문이었다. 분명히 아지트는 지하에 있음에도, 빌딩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면 수십 미터 아래에서 어둑어둑해진 보랏빛 하늘을 보고 있자니 몽환적인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 내 심리가 표정에 다 드러났는지 건우 오빠가 씩 웃는다.

 "진짜 같지? 사실 그냥 홀로그램이야. 바깥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홀로그램. 아무래도 이 아래에만 갇혀 있다 보면 하늘을 볼 일이 없어서 이거라도 설치했지. 어때? 만족스러워?"

 “네? 네, 어.. 당연하죠.”

 머뭇거리는 내 모습에 그는 키득거리더니 내 어깨를 한 번 툭 친다. “왜 이렇게 긴장해? 그냥 편하게 생각해. 말도 편하게 하고. 아마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붙어있어야 될 테니까.”

 “아, 응..”

 “따라와, 하나하나 설명해줄게.”

 그는 우선 거실과 부엌부터 돌아다니며 구경시켜 준다. 딱히 눈여겨볼만한 기능은 없었지만, 부엌에서 그가 타버린 프라이팬들을 흔들어 보이며 유라 언니가 얼마나 요리를 못하는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바람에 시간은 조금 걸렸다. 정작 하얀 탁자에 대해서는 “이건 나중에 애들 다 오면 제대로 설명해줄게”라고 대충 넘겨버리고 말이다.

 거실 양 옆의 벽은 다시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솟아올라 있었다. 왼쪽 벽에는 작은 방 3개, 오른쪽 벽에는 큰 방 한 개가 있었는데, 그는 우선 왼쪽으로 나를 이끈다.

 “여기가 우리가 각자 쓰는 방이야. 너를 제외하고 나린 애들이 지금 7명이 있는데, 둘, 둘, 셋으로 나눠서 한 방씩 쓰고 있어.”

 건우 오빠가 복도에 난 3개의 문을 차례차례 가리킨다.

 “저 맨 끝에 방은 아까 본 여자애들, 유라랑 초아가 쓰는 방이고, 여기 중간 방은 남자 애들 셋이 쓰는 방. 우영이, 민수, 가윤이라고 있는데 나중에 차차 다 알게 될 거야. 마지막으로 여기 가장 앞에 방이 이제 나랑 하제가 쓰는 방. 우리가 제일 먼저 들어온 멤버들이라 처음에 맨 앞방을 쓰게 됐었거든.”

 아직 새로 볼 얼굴이 둘이나 남아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너는 아직 침대가 없으니까 오늘은 내 침대에서 자. 나는 작업실에 침대 하나 더 있거든. 내일 너 침대 들어오면 여자 애들 방으로 옮겨줄게."

 “아.. 응, 고마워.”

 "고맙긴, 뭘. 자, 이제 저쪽으로 가봅시다."

 거실을 가로질러 오른쪽 벽으로 향한다. 나무로 된 다른 문들과는 달리 두꺼운 철로 된 문이 홀로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이야. 나만의 공간이거든. 놀랄 준비 됐어?”

 근엄한 기운을 내뿜는 문을 올려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길에서 비켜난다. 그와 함께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내 작업실에 온 걸 환영해."

 넓직한 방은 금속에서 반사되는 빛들로 자체발광을 하는 듯 했다. 한쪽 벽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온갖 기기들이 서랍장에 나열되어 있었고, 다른 쪽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벽을 메우고 있었다. 권총부터 시작해서, 장총, 수류탄, 단칼까지. 누가 보면 무기 장사라도 하는 줄 알 정도였다. 그 두 벽이 만나는 구석에는 검게 때가 탄 낡은 책상 위에 만들다 만 기기들과 설계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총을 조심히 쓸어본다. 금속의 차가운 표면이 손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이게 다.. 뭐야?"

 "뭐긴. 내 발명품들이지." 건우 오빠는 책상 앞의 돌돌이 의자에 풀썩 주저앉고는 그 옆의 간이 침대를 툭툭 두드린다. "앉아."

 나는 번쩍이는 기기들을 둘러보며 침대로 가 앉는다.

 "이걸 다.. 직접 만드셨다고?"

 "음.. 대부분? 물론 몇 개는 우리 아빠가 만든 것도 있지만." 그가 웃어 보이며 말한다. "우리 아빠는 발명가였거든. 무기 발명가. 아무래도 한아린보다는 메리니아가 무기 개발에 더 열정적인지라 내가 10살이 되던 날 새엄마랑 이혼을 하고 메리니아로 건너왔지. 새엄마가 바람났었거든. 엄마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그는 책상 위에 있던 음료수 캔을 하나 까고서 말을 이었다.

 "메리나아에 아빠는 작업실을 하나 차렸고, 돈은 많이 못 벌었지만 나름 인정 받는 발명가로 지냈어. 섀니 노동자라고 비꼬면서도 메리니아 정부는 항상 꽤 높은 값에 발명품 특허권을 사갔으니까. 그런 아빠를 도와주면서 지내다보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그쪽에 소질이 생기더라고. 이것들이 그 결과물이고."

 그는 손을 휘저어 방에 걸려 있는 기기들을 가리켰다.

 "그러다 메리니아에서 한아린인들을 수용소로 잡아들이기 시작했지. 메리니아 정부와 가까이 지낸 아빠는 가장 첫 타겟들 중 하나였어. 메리니아에서 아빠를 자기들 무기 기술자로 부려먹고 싶어했거든. 아빠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작업실에 있는 모든 무기들을 이용해 반항했고, 메리니아 군인들도 수십 명씩 몰려와 우리를 포위했어. 결국 못 버티겠다 결심했는지 아빠는 자기가 발명한 호버 크래프트에 나만 태워 날려보내더라고. 그리고 정작 자기는 폭탄을 터뜨려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지. 옆에 있던 군인들까지 다 함께 말이야."

 그는 음료수를 한 모금 쭉 들이켰다.

 "어쨌든 그러다 운 좋게 필립을 만나서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그래서 이런 장비들도 만들 줄 아는 거고. 이제 좀 나라는 인간이 이해가 돼?"

 그가 씩 웃으며 물었다.

 갑작스러운 자기 고백에 나는 멍하게 건우 오빠를 쳐다보았다.

 심장이 찢어지듯이 아플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같은 입장이었기에 그건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이렇게 무덤덤하게 할 수 있다는 건, 그가 얼마나 그러한 일들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보여주었다. 그게 그를 대단하게도, 또 조금은 무섭게도 만들었다.

 "고마워요. 이런 얘기 해줘서. 나도 비슷한 입장이라서 알아요. 이런 얘기하는 거, 얼마나 힘든지."

 그는 피식 웃었다. "나린에 있는 애들 중에서는 사연 없는 애 하나 없어. 여기 들어왔다는 거 자체가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는 거니까. 그래서 그런지 서로를 더 믿고 의지하게 되더라고. 너도 조금만 있다 보면 금방 그렇게 될 거야."

 "네.."

 "그나저나 언제까지 나한테 존댓말 쓸 거야? 나 사실 그거 때문에 무진장 어색한데."

 "네?"

 "그냥 편하게 반말해. 초아도 가끔 나한테 야야거리는데 너가 존댓말 쓰면 균형이 좀 깨지잖아?"

 "아.. 그럴까요? 아니, 그럴까.."

 어색해하는 내 모습에 건우 오빠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때 작업실 한쪽에 있던 전구가 파란빛으로 깜박이기 시작했다.

 "어? 개시 팀 애들 왔나 보다."

 "개시 팀이요?"

 "어. 그 한아린 갔다 온 말이야. 마중 나가 볼까? 걔네랑도 인사해야지."

 "아.. 네! 아니, 응!"

 "가자, 그럼."

 건우 오빠를 따라 작업실을 나서 바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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