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6. 나린에 나린
작성일 : 18-12-29 10:28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75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일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하나 포장해가지고는 데이먼의 차에 탄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는 거죠?]” 내가 묻는다.

 “[당연히 필립네 집으로 가지.]”

 “[네? 거긴 왜요?]”

 “[그야..]” 데이먼이 씩 웃는다. “[그 아래에 나린이 있으니까.]”

 “[네?]”

 “[보면 알 거야.]”

 메리니아의 혼잡한 도로들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약 20분 정도 달리다 보니 아까의 메리니아의 모습과는 달리 주변이 적막해진다. 적막하지만 딱히 으스스하지는 않고, 뭔가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의 곳이었다. 그리고 그 조용함 한 가운데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잘 어울리는, 웅장한 건물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넓은 마당에 벽면이 대부분 유리로 되어있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건물이었다.

 데이먼이 차를 대문 앞으로 몰고 가자, 굳건한 쇠창살이 알아서 옆으로 비켜서준다. 데이먼은 마당에 난 길을 따라 운전을 해서, 건물 뒤 쪽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우린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쪽은 더 굉장했다. 천장에서 커다란 샹들리에가 빛났고, 새하얀 대리석으로 된 바닥은 넓은 유리판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받으며 광을 내었다. 로비 양 쪽으로는 옛날 풍의 계단이 윗층으로 우아하게 솟아 있었고, 다른 방들로 이어지는 수많은 문들이 로비 곳곳에 자리 잡아져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건물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다.

 “[완전 멋있지? 역시 장관은 장관인가봐.]” 데이먼이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는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며 로비 왼쪽으로 난 복도 쪽으로 걸어간다. 긴 복도를 따라서 가던 그는, 이윽고 나무로 된 문 앞에서 멈춘다. 그러곤 주머니를 뒤적여서 열쇠를 하나 꺼내더니,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연다.

 데이먼은 빙긋 웃으며 열쇠를 흔들어 보인다. “[이런 거 아직도 쓰는 사람 처음 보지?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고전적인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말이야.]”

 데이먼을 따라 방에 들어간다. 그와 함께 또 한번의 탄성이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 방엔 수많은 색의 책들이 조금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고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가장 위 쪽의 책에 닿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리 서재 곳곳엔 고전적인 풍의 책상이나 소파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었고, 방 한 가운데에는 작은 분수까지 놓여있었다.

 데이먼이 우리 뒤로 다시 방문을 닫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가끔은 무언가를 정말 눈에 띄는 곳에 숨겨 놓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지.]” 그가 말한다.

 그는 나를 지나쳐서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더니, 작은 분수 앞에 가서 선다. 물이 담겨 있는 원통형 통 가운데에 상반신까지만 있는 남자 조각상이 가운데에 박혀 있고, 그 주위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분수였다.

 그는 분수의 귀퉁이에 손을 올린다.

 “[이 분수가 나린의 아지트로 가는 열쇠야.]”

 “[열쇠요?]”

 “[응. 이걸로 뭘 해야 하는 지만 안다면.]”

 “[그게 뭔데요?]”

 데이먼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떠오른다. “[키스해.]”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네?]”

 “[키스하라고. 입술에.]” 그가 뻔뻔하게 말한다.

 그새 컨셉을 변태로 바꾼 건가.

 “[지금 진지한 거예요?]”

 데이먼은 되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우리는 아지트 갈 때마다 맨날 하는데. 이게 나린에 들어오기 위한 관문이야. 너 정말 이거 하나 때문에 다 포기할거야?]”

 그럴리가. 까짓 거 깔끔하게 해 버리면 될 것을.

 분수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간다. 그러고서 눈을 딱 감고 고개를 비틀어 차가운 조각상에 입을 맞췄다.

 1초. 2초. 3초.

 조각상의 냉기가 입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 그러나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깔깔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하며 홱 뒤를 돌아본다. 역시나 그곳엔 데이먼이 배를 잡고 꺽꺽거리며 웃고 있다.

 “[나랑 장난해요?]” 내가 소리찬다.

 데이먼은 자기 딴에는 웃음을 멈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했지만, 오히려 점점 더 크게 웃기 시작한다.

 “[미.. 미안해.. 아하하하!]” 그가 웃음 사이로 간신히 말한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이봐요, 지금이 그런 장난 칠 때 같아요? 나라 하나가 없어져가고 있는데?]”

 내가 조금 많이 화가 났다는 것을 느꼈는지, 데이먼은 그제서야 웃음을 멈춘다.

 “[알았어, 알았어. 진짜 미안해. 이게 약간 나린 신참들은 모두 거쳐가야 하는 전통 같은 거라서 그랬단 말이야. 지금 나린에 있는 애들도 다 이거 한번씩은 당했어. 아, 하제는 빼고다. 하제가 들어왔을 때는 아직 아지트가 없었거든.]” 그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분이 썩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그니까 이제 장난 그만 치고 아지트로 가는 진짜 방법 좀 알려줘요.)”

 “[오케이! 잠깐 비켜 봐.]”

 데이먼은 조각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입 대신 눈을 조각상과 맞춘다. 조각상의 눈에서 약간의 빛이 감돌더니,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분수의 물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물이 완전히 없어지자, 또 한번의 ‘치익’ 소리를 내며 이번에는 분수의 바닥부분이 갈라지고, 그 위의 조각상은 철로 된 봉에 꽂힌 채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결과 분수는 결국 속이 텅 빈 원통형 통 가운데에 조각상이 꽂혀 있는 철봉이 하나 길게 솟아 있는 모양이 되었다.

 “[나린에 온 것을 환영한다!]” 데이먼이 자랑스럽게 팔을 펼치며 말한다. “[사실은 홍채 인식 시스템이었어. 너도 오늘 등록하면 할 수 있을 거야.]”

 분수로 다가가서 원통형 통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다. 바닥이 사라진 원통형 통 아래로는, 통과 같은 넓이의 구멍이 가운데의 철봉과 함께 길게 뻗어 있었다. 그 구멍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은 안 갔지만, 맨 아래쪽에 살짝 비치는 빛을 보아서는 분명 어디론가 이어지는 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나를 엄습해온다.

 “[설마 우리…]”

 “[어릴 때 철봉에서 많이 놀아봤길 바래.]” 데이먼이 씩 웃으며 말한다.

 아주 산 넘어 산이구나.

 데이먼은 분수 가운데의 봉을 한 번 통통 건드린다. “[그럼, 숙녀 먼저.]”

 나는 통을 한 번 더 내려다 본다. 구멍의 깊이가 또 다시 날 아찔하게 만든다. 이걸 저 봉 하나로 내려가야 한다니. 무슨 설계를 이딴 식으로 해놓은 거야.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원통형 통에 걸터앉는다. 그러곤 팔을 뻗어 두 손으로 봉을 감싸 안는다.

 “[이거 안전한 거 확실해요?]” 내가 마지막으로 데이먼에게 묻는다.

 그는 어깨만 으쓱한다. “[너가 해보면 알겠지.]”

 하여튼 저 인간, 끝까지 저러네.

 다리 아래의 깊은 공허함이 온몸에 느껴진다. 내려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신다. 그래, 까짓 거 조각상에 뽀뽀까지 해봤는데 한 번 해보는 거야.

 힘을 딱 주고 뛰어내려 다리까지 마저 봉 주위로 두른다. 그 동시에 나는 엄청난 속도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바람 소리가 귀에 와 부딪힌다. 그와 함께 누군가의 괴성 소리도 들려온다. 나는 내 생명줄이 되어버린 철 봉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으며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구멍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길었다. 정말 몇분은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인데, 전혀 끝날 생각을 안 했다. 그때 마침내 깜깜하기만 했던 구멍 안으로 빛이 스며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바닥이 점점 가까워져 오는 게 보인다. 바닥과 부딪히면서 찾아올 고통을 기다리며 나는 눈을 꽉 감는다.

 쿵.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순식간에 땅 바닥에 곤두박질쳐진다. 삭신이 쑤신다. 그래도 다행히 바닥이 푹신한 쿠션 재질로 되어 있어서, 생각만큼 몸이 아프진 않았다.

 부딪힌 곳을 문지르며 슬며시 눈을 뜬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뒤로 고꾸라질 수 밖에 없다.

 내 바로 앞에는 내 또래 정도의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커다란 총을 내게 겨눈 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더 어려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두 아이에게 딱 붙어서 겁 먹은 표정으로 빼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우선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보인다. 남자 아이가 총구를 더 가까이 들이대며 매섭게 노려본다. 큰 키에 짧은 머리를 가진 한아린인 남자 아이였다. 그의 양손에는 검게 때가 탄 목장갑이 끼워져 있었고, 얼굴에도 여기저기에 검은 기름 자국이 묻어있었다.

 “[너 뭐야? 울랜인 애가 여기서 뭐하는 거야?]”

 “저기, 나는-”

 상황 설명을 하려는데, 갑자기 위에서 ‘위잉-’하는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올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본다. 아까는 없던 희한한 원형 판이 봉을 따라 구멍을 내려오고 있었다.

  우선은 구석 쪽으로 비켜나서 원형 판의 길에서 벗어난다. 판이 가까워지자 그 위에 선 데이먼이 눈에 들어온다. 팔짱을 끼고서 봉에 기댄 채, 그는 요란했던 나의 하강과는 달리 우아하게 판에 서서 내려오고 있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왜 혼자 그러고 내려오는건데요? 나는 그렇게 생고생시키고!]” 내가 소리친다.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그는 그저 얄미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원래 신참 때는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는 거야.]”

 마침내 원형 판이 바닥에 닿자, 데이먼은 판에서 내려와 바닥에 선다. 그는 손바닥을 한 번 탁탁 털고서는 나와 내게 철 막대기를 겨눈 채 서 있는 세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본다.

 “[왜들 그래? 설마 나 지금 쌈 구경 놓친 거야?]”

 심각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에 주먹이 쥐어진다. 그런 나와 달리 여자 아이는 침착하게 그에게 대응한다. 이미 데이먼의 성격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던 듯 했다.

 “[이 여자애 누구예요, 데이먼? 아는 사람이에요?]”

 “[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도 데리고 왔을까 봐?]”

 데이먼이 씩 웃어 보이며 말한다. 그는 손을 뻗어 나를 일으켜주고는 내게 어깨동무를 해 보인다.

 “[이 친구는 강해일이란 친구야. 나이는 17살이고. 오늘 부로 나린의 새로운 멤버지.]”

 그 말에 남자 아이의 눈썹 한 쪽이 쓱 올라간다. “[강해일? 얘가 한아린인이란 말이예요? 완전 울랜인처럼 생겼는데?]”

 “[그치? 나도 처음에 깜짝 놀랬다니까.]”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던 어린 여자 아이도 슬그머니 뒤에서 나오며 내게 관심을 표한다.

 "[그런데 메리니아에는 이제 더 이상 수감 안 된 한아린 애들 없었잖아요. 이 언니는 어디서 데려온 거예요?]”

 데이먼은 씩 웃어 보인다. “[그거야 메리니아에서 데리고 온 게 아니니까 그렇지. 이 친구는 한아린에서 왔어.]”

 “[한아린이요?]” 남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설마 오늘 그 한영고 애들 대피시키면서 데려온 거예요?]”

 “[빙고.]”

 남자 아이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곤 씩 웃으며 기름때 묻은 장갑 한 쪽을 벗어 손을 내민다.

 “뭐, 어찌됐건 오해해서 미안하다. 나는 이건우야, 이건우. 나이는 18살이니까.. 너보다 한 살 많네?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

 “아.. 네.”

 장갑을 벗은 그의 손에도 여전히 기름때가 묻어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가볍게 손을 잡아 악수를 받아준다.

 그걸 본 어린 여자 아이도, 경계를 풀고 폴짝 뛰어와서 내 다른 쪽 손을 꼭 붙잡는다.

 “그럼 이제 언니도 여기서 쭉 같이 지내는 거야? 너무 좋아! 나는 송초아야! 나린에는 여자가 나랑 유라 언니밖에 없어서 슬펐는데 언니까지 하면 이제 셋이야! 우리 앞으로 진짜 재미있게 지내자! 아이스크림도 먹고,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부르고···”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방방 뛰며 말을 늘어놓자, 잠자코 있던 더 나이 많은 여자 아이가 앞으로 나와 아이의 어깨 위에 손을 얹는다.

 “진정해, 초아야. 안 그래도 정신 없을 텐데, 이 언니도 좀 적응할 시간을 주자고?”

 그 말에 여자 아이는 머쓱해 하며 내 손을 놓는다. “헤헤. 내가 너무 신나 했나? 미안, 언니.”

 나이 많은 여자 아이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얇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내민다.

 “해일이라고 했나? 내 이름은 박유라야. 나이는 이건우랑 똑같이 18살. 초아 말대로 나린에는 여자가 별로 없어서 우리들끼리 여러모로 열심히 돕고 살아야 할 텐데,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나도 어색한 웃음으로 대응하며 악수를 받아준다. 데이먼보다도 성숙해 보이는 유라 언니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야, 누가 보면 우리가 니네들 왕따라도 시킨 줄 알겠다? 우리가 여자애들 배려를 얼마나 잘해주는데.” 이건우 오빠가 삐죽댄다.

 "배려 같은 소리하고 있네. 맨날 너네들이 뛰어다니면서 어지럽혀 놓은 거 치우는 사람이 누군데.”

 “그건-”

 그때 데이먼이 둘 사이에 끼어든다.

 “[자자, 싸움은 이따가들 하시고. 너네 지금 바쁘지 않아? 하제랑 가윤이 뒤 봐주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유라 언니는 건우 오빠에게 눈을 한번 흘기고는 데이먼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건 진작에 다 끝났어요. 방금 빼돌린 한아린 애들 들어있는 트럭 타고 국경 넘는 거 확인했거든요. 그 애들 키로아 데려다주고 나면, 다시 메리니아로 돌아올거예요.]”

 “[오, 일 처리 신속한데.]” 데이먼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그야 우린 누구와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쓸데 없는 장난 치지 않으니까요.]” 유라 언니가 데이먼을 한 번 째릿 노려보며 말한다. “[이번에도 해일이 데리고 오면서 이상한 장난 쳤죠?]”

 “아, 맞다! 혹시 너도 그거 당했니? 그거, 그 조각상한테 뽀뽀.. 하는 거?” 건우 오빠가 입꼬리를 씰룩이며 묻는다.

 "아.. 네.." 내가 머쓱하게 말한다.

 그와 동시에 건우 오빠와 데이먼이 참다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유라 언니는 그런 두 사람의 머리통을 쥐어박는다.

 “[이거 전혀 웃을 일 아니거든요! 당사자 기분은 생각도 안 하고..] 그리고 이건우 너는 자기도 한 번 당한 주제에 뭐가 웃기다고 깔깔 대고 있어?”

 “맞아요! 둘 다 완전 못됐어!” 초아도 작은 주먹을 휘두르며 말한다.

 “[아, 미안, 미안. 그냥 그 생각만 하면 항상 너무 웃겨서. 이제 생각해보니 유라 너가 당했을 때도 기억나고.]” 데이먼이 말한다.

 “아, 나도 박유라 너 할 때 기억난다. 안에서 카메라로 보고 있었거든. 그때 진짜.. 풉!”

 결국 둘은 다시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깔깔대기 시작한다. 유라 언니의 볼이 새빨개진다.

 “아! 진짜! [제발 철 좀 들어, 철 좀!]” 그녀는 건우 오빠 발을 한 번 세게 밟고는 홱 돌아서서 방 한 쪽의 유리문으로 나간다.

 건우 오빠는 발을 부여잡으며 얼굴을 찌푸린다. “[아오.. 같이 놀렸는데 왜 나만 맞는 거예요?]”

 “그럼 내가 공평하게 만들어줄게.” 초아는 그 말과 함께 작은 발로 데이먼의 발등을 쾅 찍고는 유라 언니를 따라 쪼르르 밖으로 나간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그저 얼떨떨하게 쳐다본다. 굉장히 정신 없는 조합이었다.

 “[아야.. 초아도 힘 많이 세졌네.]” 데이먼이 발등을 문지르며 말한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유라보고 해일이한테 아지트 좀 소개 시켜주라고 하려 했는데.]”

 “[뭐 그런 걸 걱정 해요. 내가 해주면 되지.]” 건우 오빠가 말한다. 그러곤 내 쪽을 돌아본다. “괜찮지? 내가 해 줘도.”

 “네? 아, 그럼요.”

 “[좋아. 그럼 나는 이만 다시 올라가본다. 할 일이 좀 있거든. 이따 나머지 애들 돌아오는 시간 맞춰서 다시 내려올게.]”

 데이먼이 다시 타고 내려온 봉 쪽으로 다가가며 말한다. 그가 다시 원형 판 위로 올라서자, 윙 소리와 함께 판이 위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예, 예. 이따 봐요.]”

 데이먼은 가볍게 손 인사를 하고는 원형 판 위의 버튼을 하나 밟는다. 판은 점점 가속도가 붙더니 순식간에 구멍 위쪽으로 사라진다.

 건우 오빠가 나를 돌아본다. “그럼 우리도 이제 가볼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6. 나린에 나린 (4) 2018 / 12 / 29 245 0 2560   
15 #6. 나린에 나린 (3) 2018 / 12 / 29 244 0 5922   
14 #6. 나린에 나린 (2) 2018 / 12 / 29 241 0 3597   
13 #6. 나린에 나린 2018 / 12 / 29 266 0 7534   
12 #5. 끝이자 시작 (2) 2018 / 12 / 29 283 0 3015   
11 #5. 끝이자 시작 2018 / 12 / 28 285 0 7644   
10 #4. 인생의 2막 (3) 2018 / 12 / 26 263 0 4376   
9 #4. 인생의 2막 (2) 2018 / 12 / 25 239 0 6977   
8 #4. 인생의 2막 2018 / 12 / 25 262 0 2748   
7 #3. 판게아절 (2) 2018 / 12 / 25 239 0 4735   
6 #3. 판게아절 2018 / 12 / 25 259 0 10426   
5 #2. 족쇄 (2) 2018 / 12 / 24 264 0 4707   
4 #2. 족쇄 2018 / 11 / 16 258 0 3220   
3 #1. 혼자 사는 인생 (3) 2018 / 11 / 7 267 0 4329   
2 #1. 혼자 사는 인생 (2) 2018 / 11 / 4 279 0 8266   
1 #1. 혼자 사는 인생 2018 / 11 / 2 465 0 610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