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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5. 끝이자 시작 (2)
작성일 : 18-12-29 10:27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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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필립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해일아, 거의 다 왔다.]”

 눈을 떠서 창 밖을 본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아린들이 아닌 울랜인들이 바쁘게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고, 난생 처음 보는 높이의 건물들이 불빛을 번쩍이며 늘어서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나는 입이 떡 벌어진다. 아무리 판게아에서 가장 많이 발달한 나라가 메리니아라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신기해하는 내 모습에 필립이 피식 웃는다. “[메리니아에 온 걸 환영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가 역에 도착한다. 나는 창문 밖에서 팻말 등을 흔들며 가족이나 친구를 기다리는 수많은 울랜인들을 멍하게 본다. 한아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파다.

 “[이제 가야지.]” 필립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면서 흐트러진 모자와 고글을 고쳐 쓰고 얼굴을 가린 채 필립을 따라 나선다.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역 출구로 향한다. 그 내내 신기한 볼거리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필립을 따라가는데, 필립이 갑자기 멈춰 선다.

 “[왜 그래요?]” 내가 묻는다.

 “[우리 이제 잠깐 헤어져야 할 것 같구나.]” 필립이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민수와 나는 아직 해결할 일이 남아있어서 잠시 어디 좀 들렀다 와야 한단다. 대신 데이먼이 널 데리러 올 거야. 나를 제외하고 나린의 유일한 어른 멤버이자 울랜인 멤버지.]”

 “[오빠 없다고 울지 말구?]” 유민수가 능글거린다.

 나는 픽 웃어보인다. “[알겠어요. 어디서 만나면 되는데요?]”

 필립은 손가락으로 역 바깥쪽을 가리킨다. “[저기 샌드위치 가게 보이지?]”

 필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보자, 유리로 된 역의 출구 너머로 작은 샌드위치 가게가 보인다.

 “[네.]”

 “[저 가게 앞에 조금 서 있어보렴. 만약에 한 남자가 너한테 와서 몇 시냐고 물으면, 10시 15분이라고 대답해. 그때 그 남자가 자기는 치즈 샌드위치보다 햄 샌드위치가 더 좋다고 말하면, 그럼 그게 데이먼이야. 그게 데이먼이 고집한 암호거든. 그를 만나면 그가 나린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 거야.]”

 되게 희한한 암호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필립은 따뜻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는다. “[좋아, 그럼. 몇 시간 후에 다시 보자꾸나.]”

 그는 내게 빙긋 웃어주고는 유민수와 함께 내가 나가야 하는 출구와는 다른 쪽 방향의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나는 필립이 문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그를 본다.

 좋아, 그럼 나도 이제 내 할 일을 해야지. 출구를 나가서 필립이 말한 샌드위치 가게 앞에 가서 선다. 메리니아는 샌드위치 가게조차 우리 나라보다 나았다. 메뉴도 훨씬 다양했으며, 손님도 훨씬 많았고, 무엇보다도 샘플 사진들을 보아하니 맛도 우리 나라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무슨 샌드위치가 햄버거도 아닌데 엄청나게 많은 재료들이 꽉꽉 차있었다.

 그런 샌드위치 가게 앞에 가만히 서 있으려니 굶주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지른다. 정말 5분 더 이 가게 앞에 서 있다가는 더 이상 못 참고 샌드위치를 훔치러 가게에 쳐들어갈지도 모른다. 다행히 내가 막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는 그때, 한 남자가 내게 다가온다. 필립보다는 더 젊은,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실례지만, 혹시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그가 묻는다.

 데이먼이다. 긴장을 억누르며,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10시 15분이예요.]”

 “[오, 그거 놀랍네요. 내가 집에서 출발했을 때는 여섯 시 정도 밖에 안 됐었는데. 어쨌든 고마워요.]” 남자는 이렇게만 말하고는 나를 지나쳐서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한다.

 머릿속이 띵해진다. 이건 뭐야? 설마 정말 우연으로 나한테 시간을 물어본 거였어? 게다가 저 남자 지금 시간이 10시 15분인걸 진짜 믿는 거야? 지금 끽해봐야 6시 반 밖에 안 됐을 텐데?

 “[자.. 잠깐만요!]” 내가 남자에게 소리친다.

 남자는 어리둥절하게 나를 돌아본다. “[네?]”

 “[음… 저기, 혹시 샌드위치 좋아하세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혹시나 남자가 날 오해할까봐, 내가 확실하게 암호를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허무할만큼 간단하다.

 “[네, 좋아하죠.]”

 “[그.. 그럼 뭐 특별히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없으세요? 예를 들어서, 햄 샌드위치라던지, 치즈 샌드위치라던지…]”

 “[나는 햄 뺀 햄 샌드위치를 좋아해요.]” 남자가 대답한다.

 졌다. 내가 졌다.

 아무래도 일반 사람인 것 같아 그냥 고맙다고 인사하고 헤어지려는데, 그때 그 남자가 갑자기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얼마나 크게 웃는지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한번씩 쳐다보고 갈 정도였다.

 나는 그 남자가 웃음을 그칠 때까지 그냥 멀뚱히 쳐다본다. 남자는 너무 웃어서 숨이 안 넘어갈 수준에 도달하고 나서야 겨우 웃음을 멈춘다.

 “[미안.]” 그가 헐떡거리며 말한다.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그는 숨을 조금 더 고르더니 허리를 피고 일어나서 내게 손을 내민다. “[안녕, 난 데이먼 모렐이야. 그리고 난 치즈 샌드위치보다 햄 샌드위치를 더 좋아하지.]”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도 일단 남자의 손을 잡아 악수를 받아준다.

 “[계속 이상한 말해서 미안해. 그냥 좀 심심해서 장난 좀 쳐봤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 번 더 피식 웃는다.

 “[근데 너 되게 웃기더라. 혹시 샌드위치 좋아하세요? 하하! 나 진짜 웃음 참다가 죽을 뻔 했잖아!]” 그가 내 말투를 따라하며 말했다.

 나는 그를 따라 조금 웃어주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나라가 완전히 풍비박산 나고 있는 이 마당에 심심하겠다? 혈압이 끓어오른다. 왠지 이 데이먼이란 사람을 별로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데이먼이 말한다. “[뭐, 어쨌든. 이제 출발해야겠다. 근데 그 전에, 샌드위치 하나 먹을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샌드위치? 내가 여기서 기다리면서 수백 번 수천 번은 혼자서 상상한 그 샌드위치? 나는 단번에 고개를 끄덕인다.

 데이먼은 웃음을 지으며 날 샌드위치 가게 안으로 데려간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을 좋아할지 싫어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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