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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안을 먹는 괴물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8.11.1

흥신소를 운영하는 준월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의뢰로 실종된 여성을 찾아 나선다.

 
6. 김이삭 (2)
작성일 : 18-12-29 10:25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5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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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목에 목줄을 걸기 위해 세뇌시키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최면술? 실제로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지만 현실성 없는 방법이다. 돈? 돈으로 못사는게 없다고는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상대방을 복종시킬 순 없다. 권력?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마약? 역시 마찬가지.

 

  정답은 바로 자존감을 낮추는 것이다. 사람의 목에 목줄을 감으면 그 사람은 반항하기 마련이다. 이때 말한다. 누구나 목줄은 감고 있는데, 너 혼자 약해서 그것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나니까 이렇게 착하게 목줄을 감겨주는 것이라고. 너는 내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반복해서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방법 같지만, 효과는 탁월하다. 처음에 반항하던 이도 목줄이 감겨있는 환경에 익숙해지면 이제 목줄이 감겨있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게 돼버린다. 그러면 이제 아무리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다 할지라도, 목줄을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영생회 캠프에서 일어난 일은 이러한 폭력적인 세뇌 그 자체였다. 말도 안되는 기준을 들이대며 사정없이 교인의 자존감을 낮춘다. 교인이 스스로를 아무 짝에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인삭하게 될 때쯤 '그래도 우리 말대로 하면 너도 구원받을 수 있다'라고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다.

 

  대한영생회 오후에 진행된 교육도 이 세뇌였다. 오전과 다른 게 있다면, 김현소가 혼자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훈육교사들이 일대일로 교인들을 강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일까.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엇기에, 훈육교사에 맞춰 대답하고 행동해서 빨리 교육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애당초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왔던 덕분이지만, 그런 나도 중간 중간 열이 뻗쳐서 참을 수 없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곳에 온 교인들이 모두 나와 같은 목적으로 오진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는 사이비종교가 아니라, 정상적인 종교라고 생각하고 왔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펼처지는 이 지옥 같은 연출.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이곳의 부당함에 비난을 했을 테지만, 이런 상황에서 비난할 수 있는 정신을 펼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곳이 부당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게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것이 대다수.

 

  오늘 오전에 가장 크게 폭력에 노출됐던 김이삭 또한 그러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정신이 망가져버린 것이다.

 

 

 

  ▣

 

 

 

  밤 10시. 집중교육 일정이 끝난 김이삭이 우리의 방에 들어왔다. 초췌해진 얼굴로 들어온 이삭의 모습은 안쓰럽게만 보였다. 나는 이삭에게 위로 말을 건넬까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세뇌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삭은 조용히 건너편 침대로 올라왔다. 피곤한 탓에 바로 자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삭은 무릎을 꿇고 손을 자신의 얼굴 앞으로 모으더니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죄 많은 저에게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부모님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의심이 많아서, 일본인이라서 죄송합니다."

 

  김이삭이 하는 말은 한국 말임에도 불구하고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5분 정도 혼자 무언가를 말하던 김이삭은 소등을 하겠다는 복도의 말을 듣고, 제자리에 누웠다. 나 역시도 제자리에 누웠다. 5분 정도 침대 위에 누워있자, 자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아침부터 스트레스 받는 스케쥴을 소화한 탓이었다. 자면 안 돼. 자면 안 돼.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30분을 버텼다.

 

 

 

  ▣

 

 

 

  방을 빠져나와서 나오는 방법은 마찬가지였다. 어제 내가 설치했던 도청기계는 이미 쓰레기랑 같이 치워졌는지, 도청을 하려고 해도 회의실에서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회의실 방까지 찾아갔다. 어제보다 늦게 온 탓인지 회의실에는 이미 사람이 다 모여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어제처럼 회의실 문틈 사이로 도청 기계를 던져놨다. 기계가 들어가기 무섭게 내 귀에서는 회의실에서 의논하고 있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서연 양은 무사히 일을 마쳐서 내일 이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김현소의 목소리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내뱉었다. 어제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진서연은 외부에서 활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캠프에 있는 동안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대로라면 진서연은 내일 이곳에 오는 듯했다. 어쩌면 진서연을 데리고 이곳을 나갈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곳에 김이삭 같은 사람을 두고 가는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모두를 데리고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언젠가 대한영생회를 없애야 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어린 양의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어지는 이설희의 목소리. 어린 양? 어제와 달리 밖으로 나가지 않고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교육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물어보니까 광주국제파인가, 뭔가하는 이상한 조직에 있는 놈이라고 하는군요."

 

  수철의 목소리였다. 순간 너무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광주국제파? 어린 양?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나참. 아무리 깡패라지만 혼자서 여길 쳐들어오다니. 생각이 없는 거지."

 

  이어지는 이찬희의 목소리는 조소에 가득 차 있었다.

 

 "다 하나님이 우리가 그 어린 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거겠지요."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설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철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캠프 안에 광주국제파에서 보낸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물어보니까 이 광주국제파의 두목이 서연 양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목이 서연 양을 찾기 위해 흥신소에서 사람을 보내 저희 캠프에 오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본인이 이곳에 온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고요. 어쨌건 자세히 캐물어보니까 사람의 얼굴까진 기억하는데, 이름은 까먹었다고 합니다. 뭐, 내일 아침에 전원 모아서 찾아보면 누군지 알 수 있겠지요."

 

  큰일이다. 내일 진서연을 보기 전에 내가 위험한 노릇이었다.

 

 "나참. 서연양은 그런 인간들하고도 연결이 있었습니까?"

 

 "속세에 있던 시절에 저질렀던 잘못이니까요. 그걸 바로 잡는 것이 우리의 일이고. 평소에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 아닙니까?"

 

  현소가 날을 세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 저번에 난리 피운 변호사도 그렇고 너무 귀찮은 상대들만 모이는 것 같은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저희에게 주십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내리는 시련.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하면 되는 일이지요."

 

  윤설희가 상황을 정리하듯 말했다. 그때였다. 탁탁. 화장실 문밖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 집중하던 정신을 눈앞에 있는 현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지?

 

 "오월준 형제님?"

 

  이어지는 남자의 목소리는 나를 찾고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문 밖을 쳐다봤다.

 

 "오월준 형제님 맞으시죠? 지금 잠 안 자고 뭘하는 겁니까?"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때 이어폰에서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이는 다급한 발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수철에게 전해줬는지, '음'이라는 소리와 함께 이야기를 듣던 수철이 입을 열었다.

 

 "어린 양 중에 한 명이 침소에서 사라졌다고 하는군요."

 

 "나참. 화장실이라도 간 거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한심하게 여기듯 비꼬는 목소리.

 

 "어제도 몇 시간이나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고, 오늘도 그렇게 자리를 비웠다고 하는군요."

 

 "...그러면 그 신자가 아까 깡패쪽에서 보낸 신자일까요?"

 

  이어폰에서 흐르는 김현소의 목소리와 문앞에서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동시에 내 귓가에 들어왔다. 큰일이다. 이미 내 정체는 들켰다고 봐야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가야한다. 나는 화장실 문을 아주 세게, 내 몸의 무게를 다 실어서 찼다.

 

 "컥!"

 

  문이 부셔지면서 문앞에 있던 신자를 덮쳤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공격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강하게 배를 발로 찬 뒤, 복도를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그 정보는 누구한테 들은 겁니까?"

 

 "김이삭 형제님이 그랬다고 합니다. 그 어린 양이 자기 옆 침대라서 어제부터 계속 보였다고."

 

 "오호. 그 덜떨어진 형제님이 말입니까? 다 도움이 되는군요 정말."

 

  철희의 조소하는 목소리가 이어폰에 이어졌다. 정신 사납게 거슬리는 소리였다. 나는 귀게 있는 이어폰을 빼내서 바닥에 집어던졌다. 일단 이곳에서 탈출하는 게 중요하다. 복도를 달리자 자연스럽게 대한영생회의 훈육교사로 보이는 이들이 나를 잡기 위해 오기 시작했다. 다만 다들 신체능력이 그렇게 좋지 않은 탓에, 달리기로 나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이 정도면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될 것 같다. 도망갈 땐 도망가더라도 내 방을 한번 들리자. 이 산중턱에서 차도 없이 나가려면 돈과 핸드폰은 필수였다. 다행히 핸드폰은 내 주머니에 있지만, 지갑은 방에서 따로 가져오지 않았다. 나는 뒤를 보며 나를 쫓아오는 인원을 살폈다. 모두 네 명. 그런데 나보다 한참 뒤에 있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뒤에 있는 이들이 아직 계단에 도착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내가 있는 방 쪽으로 달려갔다. 복도에는 감시자 남성이 한 명 있었다.

 

  나는 뛰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그 남성의 턱에 주먹을 휘둘렀다. 정타를 얻어맞은 남성은 너무나도 깔끔하게 복도에 쓰러졌다. 좋았어. 나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복도의 불빛으로 비춰진 방의 모습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모두 피고한 탓인지 금세 잠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이삭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설마 어제도 잠을 자지 않고 다 알고 있었을 줄이야. 다행히 지금은 잠에 든 모양인지, 새근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침대 위를 올라갔다. 지갑은 배게 밑에 있었다.

 

  지갑을 집은 나는 천천히 침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여기에 이들은 그대로 두고가는 것은 미안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내가 빠져나가야 나중에 이들 모두를 구할 수 있었기에.

 

 "어딜 가시나요 형제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퀭한 눈동자와 불어터진 입술. 김이삭이었다. 김이삭은 곧바로 사다리에 걸쳐진 내 손가락을 뜯어냈다. 나는 당황한 탓에 제대로 반항도 못해고 바닥에 떨어졌다. 쿵! 허리가 바닥에 제대로 찧어서 나는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렀다.

 

 "뭐야?"

 

 "무슨 일이야?"

 

  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방에서 잠들고 있던 이들도 모두 깬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딜 가시려고 한 건가요, 준월 형제님"

 

  감정없는 목소리로 김이삭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어서 방에 있는 인원 모두. 나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한참동안 쫓던 훈육교사들이 이 방에 도착했다.

 

  ...끝났다.

 

 

 

 

 
작가의 말
 

 ...소설은 아직 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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